5등급→2등급 하향조정에도 피해규모 '광범위'

허리케인 '어마'가 강타한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에서 10일(현지시간) 강풍에 야자 나무와 성조기가 흔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임해원 기자] 10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에 상륙한 초대형 허리케인 ‘어마’(Irma)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이날 오후 5시 기준 ‘어마’의 등급을 최고등급인 5등급에서 2등급으로 하향조정했다. 하지만 기세가 약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어마’는 플로리다 전반에 광범위한 피해를 끼치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현재 플로리다는 전력 및 연료 공급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플로리다의 전력회사 ‘파워앤드라이트’는 마이애미 남부에 위치한 원자로 2기 중 1기의 가동을 중단하고 “일부 고객은 앞으로 몇 주 동안 전력을 소비하지 못할 수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이날 약 240만명이 정전 피해를 입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이프라인과 유조선에 의존하는 연료 공급도 문제다. 마이애미, 잭슨빌 등 주요 항만과 터미널이 문을 닫았고, 엑손모빌 등 에너지 회사들도 파이프라인을 잠갔다. 이로 인해 약 6천개의 주유소가 폐쇄된 상태다. 미국 석유회사 ‘맨스필드오일’은 “플로리다주의 연료 공급은 사실상 끊긴 상태”라며 “어마로 에너지 관련 인프라가 피해를 입으면 연료 시장이 회복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농작물 피해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플로리다는 브라질에 이은 세계 2위의 오렌지 생산지역으로 그 밖에도 토마토, 포도, 콩, 오이, 사탕수수 등 다양한 농작물을 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농작물의 추산 가치는 약 12억 달러. 외신에 따르면 허리케인에 약한 감귤류의 경우 작물의 약 25%까지도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규모가 큰 만큼 미국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어마’ 피해복구를 위해 임시 대피시설 및 주택 파손 수리·무보험 자산 손실에 대한 저금리 대출·피해 개인 및 사업주 지원 프로그램 등을 포함한 긴급연방지원을 승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토안보부 및 연방재난관리청(FEMA) 관계자들과 회의를 가진 직후 “조만간 플로리다를 찾을 것”이라며 “지금 당장 우리는 비용이 아닌 인명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세가 점차 약화되고 있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NHC는 “플로리다 남서부 연안에서 거대한 폭풍해일로 홍수가 날 위험이 크다”며 “지상 3~4.5미터가 침수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플로리다 주민 2천만 명에게는 대피명령이 내려졌고 3분의 1인 650만 명에게는 강제 대피령이 내려진 상태다. 하지만 비행기 가격 등의 이유로 현 거주지에 남기로 한 인원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NHC 예상대로 홍수가 발생할 경우 추가적인 피해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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