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총 “국공립유치원 확대 반대” VS 교육청 “강력 행정처분”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김혜선 기자] 사립유치원들이 문재인 정부의 국공립유치원 확대 정책에 반발하며 전면 휴업을 예고했다. 서울 지역뿐만 아니라 경기·강원·울산 등 지역 사립유치원도 집단휴업을 예고하고 있어 전국적으로 ‘보육대란’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국 사립 유치원 원장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국공립 유치원 취원율 확대 정책 폐기와 사립 유치원 재정지원 확대를 요구하며 18일 집단 휴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 차례 휴업 이후에도 정부의 태도변화가 없으면 25~29일 2차 휴원을 강행할 방침이다.

서울지역에선 사립유치원 86%가 문을 닫을 것으로 보인다. 12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지역 사립유치원 671곳 중에서 전면 휴업을 밝힌 곳은 4곳, 휴업을 하나 방과후 과정은 운영키로 한 2곳이다. 집단 휴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의사를 밝힌 곳은 94곳이다. 나머지 571곳은 아직 휴업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시교육청은 이들 미제출 사립유치원 대다수가 휴업에 동참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도는 도교육청이 도내 전체 사립유치원 1098곳에 휴업 동참 여부를 물은 결과, 400여곳이 ‘휴업에 동참하겠다’고 답했다. 100여곳은 ‘휴업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나머지는 ‘모르겠다’며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았다.

울산지역은 사립유치원 118곳 가운데 종교단체나 기업체가 운영하는 유치원 3~4곳을 제외한 전체 사립유치원이 집단 휴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강원지역 역시 11일 국회 앞에서 열린 국공립유치원 확대 정책 폐기를 위한 집회에 도내 사립유치원 원장 및 설립자 140여명이 참가했다.

앞서 한유총은 △국공립유치원 확대 정책 반대 △누리과정 지원금 확대 △사립유치원에 대한 감사 중단 △사립유치원 시설에 대한 사용료 인정 등을 요구하며 집단 휴업을 예고했다.

 

시·도 교육청 “강력 행정조치 하겠다”

각 시·도 교육청은 사립유치원의 집단 휴업을 ‘불법 휴업’으로 규정하고 강력 행정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유아교육법 시행령’의 제14조에 따르면, 유치원의 임시휴업은 비상재해 등 긴급 사유 때만 인정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한유총의 주장은 사립유치원의 투명하고 건전한 운영보다 경영자의 편익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라며 “유아교육의 공공성 실현에 부합하지 않는 데다 결과적으로 유아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수많은 맞벌이 가정의 혼란을 초래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광주시교육청도 “교육부 또는 시교육청과 사전 협의 없이 진행된 사립유치원의 휴업 예고는 현행법상 불법이다. 휴업금지 행정예고에도 불구하고 휴원하는 사립유치원은 유아 및 학급 수 감축, 유아모집 정지, 운영비 미지원 등 엄격한 행정처분을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울산시교육청도 마찬가지로 “사립유치원의 집단휴업 예고는 유아교육법에 명시한 휴업사유에 해당되지 않는 불법 휴업으로, 어떠한 경우에도 유아들의 학습권은 보호돼야 한다. 사립유치원에서는 어린유아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불법 집단휴업을 즉시 철회하고, 유아들에게 꿈과 사랑을 키워주는 행복의 장을 조성해주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아교육법 제30조는 각 시·도교육청이 유치원에 교육과정 운영에 대해 시정, 변경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교육청은 정원감축, 학급감축 또는 유아모집 정지나 차등적인 재정 지원 등의 조치를 내릴 수 있다.

한편, 각 교육청은 원아와 학부모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휴업 당일 공립유치원 등에 임시 돌봄을 실시할 예정이다.

 

학부모단체 “집단 휴원은 아이들을 볼모삼은 것”

전국 사립 유치원들의 집단 휴원을 예고에 학부모 단체는 ‘아이들을 볼모삼았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12일 사립유치원 휴업을 두고 “교육자의 본령을 저버린 행위”라며 강력 규탄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행태를 보면서, 이들이 유아교육을 자신들의 비즈니스 대상으로만 여기고 있음을 확신했다”며 “사립유치원의 집단휴업은 선택권이 없는 부모들을 인질로 삼은 협박의 행태”라고 전했다.

시민단체는 한유총 측이 “사립유치원 정부지원금은 국공립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주장한 것도 반박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애초에 이들이 비교한 사립유치원의 누리과정 지원 단가(29만원)와 국공립유치원의 정부 지원금(2014년 공시 기준 98만원, 교사 인건비, 시설비, 운영비 등 포함)은 비교 대상이 못 된다. 스스로 기준으로 내세운 누리과정 명목의 지원 단가를 비교하자면 국공립은 11만원으로 오히려 사립유치원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회계 부정, 급식 및 간식 재료 횡령, 교재비 및 특성화 프로그램비 착복, 교육비의 사적 유용 등 사립유치원의 부정부패를 말해주는 사건 사고가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며 “이것이 과연 일부 몰지각한 사립유치원만의 사례라 할 수 있나”고 꼬집었다.

정치하는 엄마들은 △정부가 보육 공공성 확보 공약을 재천명할 것 △사립유치원의 집단행동이 재발되지 않도록 사립유치원 개혁 대책을 마련할 것 △유아교육·보육 기관의 재무회계 관리와 감독을 철저히 할 것 △유아교육·보육 기관 운영과 관련한 정책 결정에 부모와 아이 등 당사자 참여를 보장할 것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런 일(사립유치원 집단 휴원)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가 유아교육·보육의 공공성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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