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화된 제재안에 실망감 표현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임해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UN 안전보장이사회에서 11일(현지시간) 새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한 것에 대해 “대수롭지 않다”고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수상과의 회담 중 “(새 대북제재 결의안은) 단지 작은 한걸음일 뿐이며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떤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만장일치로 채택된 것은 좋은 일”이라며 “이번 제재안은 궁극적으로 일어나야만 하는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새 UN 대북제재 결의안이 '가장 강력한 제재안'이지만, 아직 국제사회가 최대한도의 제재조치를 취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더 강력한 수단도 사용 가능하다고 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새 대북제재 결의안을 폄하한 것은, 채택된 결의안이 초안에 비해 상당부분 완화된 것에 대한 실망감의 표현으로 보인다. 이번 대북제재 결의안은 당초 전면적인 원유공급 중단과 김정은 위원장의 해외 자산 동결 등 강력한 조치들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거부권을 가진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초안을 받아들이지 않아, 결국 강경 조치들이 제외된 새로운 제재안이 채택됐다. 원유금수는 유류 공급 30% 감축으로 변경됐고, 김 위원장의 이름도 제재 명단에서 빠졌다.

미국 내에서는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결국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날 미 하원에서 열린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는 양당 의원들이 중국이 북한문제에 나서도록 좀 더 압박했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에드 로이스 공화당 하원의원은 “우리는 중국 은행과 기업을 일방적으로 (제재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다. 그들에게 북한과 미국 중 누구와 사업을 할 것인지 결정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브래드 셔먼 민주당 하원의원도 “20년 동안 정부는 의회에 와서 북한에 아무것도 양보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왔다"며 "우리는 국내 정치적 목표들은 달성했지만, 미국을 안전하게 만들지는 못했다. 정치적 어려움 때문에 국가제재를 통한 중국 압박을 조금도 하지 못했다”고 실망감을 표출했다.

결의안이 타결됐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이를 얼마나 준수할 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이날 청문회에 참석한 마샬 빌링슬리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보는 “북한 은행 대표들은 러시아가 채택한 UN 결의안을 무시한 채 러시아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대북 경제제재에 대한) 중국의 의지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외교위원회에 확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미국이 다시 한 번 ‘세컨더리 보이콧’을 고민할 가능성도 있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부 장관은 이날 CNBC의 기관투자자 컨퍼런스에서 “중국이 유엔제재들을 따르지 않으면 중국을 추가로 제재할 것”이라며 “중국이 미국 및 국제 달러화 시스템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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