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DA식 금융제재 고민 중, 중국 금융기관 타겟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임해원 기자] 미국이 지난 11일(현지시간) UN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이 채택된 것에 만족하지 않고 독자적인 대북 압박 전략을 고민 중이다.

새 대북제재 결의안은 당초 예상됐던 원유금수 및 김정일 위원장 해외 자산 동결 등 강력한 조치가 배제된 채 채택됐다. 이 때문에 결의안이 실질적으로 북한을 압박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며 제재수준이 상당히 완화된 결의안에 실망감을 드러낸 바 있다.

미국은 북한 경제에 실질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방안으로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 및 은행에 대한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지난 2006년 북한 자금을 세탁해주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던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을 ‘돈 세탁 우려기관’으로 지정해 북한의 자금줄을 차단한 바 있다.

만약 미국이 이번에도 BDA식 제재를 통해 UN 결의안을 보완하려 한다면, 북한의 최대교역국이자 원유공급처인 중국이 타겟이 될 전망이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은 12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기관투자자 대상 강연에서 "중국이 유엔 제재를 따르지 않으면, 우리는 중국을 추가로 제재할 것"이라며 "중국이 미국과 국제 달러화 시스템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의회에서도 중국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이 실효성있는 조치로 논의되고 있다. 지난 12일 열린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는 양당 의원들이 모두 중국을 경제적으로 압박해 북한문제 해결에 나서도록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에드 로이스 공화당 하원의원은 청문회에서 “중국 은행과 기업들에게 북한과 미국 중 누구와 사업을 할 것인지 결정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샬 빌링슬리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보도 “(대북제재에 대한) 중국의 의지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외교위원회에 확언할 수 없다”며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추가적인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13일(현지시간) 열린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도 같은 논의가 반복됐다.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한 앤서니 루지에로 민주주의진흥재단 연구원은 “(북한은) 중국 내 여러 은행 계좌를 거치며 돈세탁을 한 뒤 미국 금융망을 이용하고, 대금 결제를 북한이 직접하는 대신 중국 내 거래 기업들이 서로 돈을 주고받게 하며, 싱가포르 등에 위장회사를 세워 결제한다”며 북한의 자금 세탁 방법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상당한 벌금을 물리거나 미국 달러화를 쓸 수 없게 한다면 중국은행들의 경각심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이란 돈세탁에 연루된 유럽 은행들에 부과된 120억 달러에 상응하는 벌금을 중국의 4개 대형은행에 물려야 한다”며 “북한과 연계된 중국의 중소은행들을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13일(현지시간) “외교는 여전히 가장 우선하고, 가장 중요하고, 선호하는 접근법”이라며 북한 문제를 외교적 해법으로 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북한이 외교적 대화의 테이블로 나오게 하기 위해서는 새로 채택된 대북제재 결의안으로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대세다. 게다가 중국과 러시아가 결의안을 제대로 준수할지도 의문인 상황. 미국이 중국과의 경제전쟁을 불사하고 BDA식 금융제재를 통해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이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