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 “KAI 경영상황, 유동성 위기 모니터링 중”

채용비리와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이모 경영지원본부장이 20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최혜진 기자] 대우조선해양이 법정관리 직전까지 몰리면서 자본건전성이 뚝 떨어졌던 수출입은행(이하 수은)이 최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으로 인해 다시 한 번 위기를 맞았다.

장부가 대비 KAI 주가가 30% 이상 하락하거나 반년 이상 떨어졌을 경우 수은이 회계상 손실처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보유 주식의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거나 분식회계 등으로 경영상의 심각한 위기가 발생했다면, 결산 시점에 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수은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KAI 주가 하락에 따라 수은의 자본건전성이 다시 악화될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문제가 불거지면서 창립 이래 첫 적자를 냈던 수은은 정부로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 출자증권 1조원과 산업은행이 보유한 KAI 주식을 수혈 받으면서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와 올해 약 1조6670억원 규모의 KAI 지분(26.4%)을 산업은행으로부터 취득한 수은은 이 회사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그런데 KAI 주식이 불안정한 상황이다. 수은은 산업은행으로부터 KAI 주식을 주당 6만3000~4000원대에 받았는데 현재 KAI 주가는 두 달 만에 30%이상 빠져나갔다.

KAI는 현재 경영진의 분식회계 및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다. 또 하성용 전 KAI 사장을 소환해 조사한데 이어 금감원도 정밀 감사에 착수했다.

KAI의 분식회계 규모가 밝혀지게 되면 주가 회복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현재는 수은이 KAI지분을 지분투자법으로 회계처리하고 있어 최근 주가하락이 수은의 자본건전성에 손실을 가져오지 않았지만, 연말까지 주가가 큰 폭으로 회복되지 않으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지금도 신용평가사들은 잇따라 KAI의 신용등급을 하향검토 등급감시대상으로 등재했다.

삼일회계법인이 지난달 KAI의 반기보고서를 적정의견으로 결정했지만 시장에선 KAI의 의혹이 해소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금감원의 분식회계에 대한 감리 결과와 검찰조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의견이다.

당장 다음달부터 KAI의 유동성이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자금 융통이 꽉 막힌 KAI는 차입금 만기 연장에 실패하자 지난달 22일 만기 도래 2000억원 회사채를 보유 예금으로 갚았다.

이에 수은은 KAI의 경영상황과 유동성 위기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KAI 역시 특별한 문제 발생 시 수시로 수은에 보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은 관계자는 “KAI에 대한 개입은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현재 보고를 받고 개별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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