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로 몸살을 앓고 있는 차병원그룹의 성광의료재단이 납품업체로부터 납품가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관련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경찰은 지난 9일 차병원그룹의 임원이 1998년부터 15년 동안 의약품 도매업체 A사로부터 의약품과 의료장비 등을 구매하면서 가격을 부풀려 결제한 뒤 차액을 비자금으로 돌려받았다는 첩보를 입수 뒤 내사에 착수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2일 경기 성남시 야탑동 분당차병원과 서울 A사 사무실에서 2010년부터 지금까지 작성된 3년치 회계자료 등을 압수해 분석 했으며 매년 500억원 규모의 A사 매출 가운데 20~30%가 차병원그룹과의 거래에서 이뤄진 사실을 파악하기도 했다. 또한 수사결과 차병원그룹의 의약품.장비 구매를 총괄해온 이모 이사가 A사 소유의 에쿠스 승용차를 자신의 자가용으로 이용해온 사실도 확인했다. 한편 이번 리베이트 사건이 여론으로부터 이목이 집중되자 차병원 측은 그룹 전체로 확산 될 것을 염려해 노심초사 하고 있다. 차병원 측은 “일부 보도로 인해 성광의료재단 구매팀에 국한된 일이 차병원그룹 전체로 확대됐다는 오해를 받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글로벌 생명의학 그룹 차병원이 리베이트 건으로 좌불안석한 모습을 취하고 있다. 지난 9일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차병원그룹의 임원이 1998년부터 15년 동안 의약품 도매업체 A사로부터 의약품과 의료장비 등을 구매하면서 가격을 부풀려 결제한 뒤 차액을 비자금으로 돌려받았다는 첩보를 입수 뒤 내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차병원그룹의 의약품 조달업무를 맡은 성광의료재단 구매팀 직원이 의약품 도매상으로부터 고급승용차를 받아 탄 것이 리베이트에 해당하는지 수사하고 있다"며 "비자금 문제는 수사 대상으로 여긴적이 없고 이번 사안이 개인적으로 이뤄진 것인지 그룹 전체로 발생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더 수사를 해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2일 성광의료재단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고, 강남차병원 등 소속 기관에는 서류를 제출받아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도매상으로부터 받은 승용차에 대가성이 있는지를 중점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적발된 해당 도매업체는 500억원에 달하는 차병원 의약품 수요의 20-30%를 공급하는 곳이다. 이런 거래관계를 이용해 차병원 측이 납품가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이 높다는게 관련 업계 측의 얘기다.

따라서 경찰이 차병원그룹에 대해 불법 리베이트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과 관련, 이 사건이 그룹 전체의 비자금 문제로 확산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일부에선 이번 수사가 제보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비춰 차병원그룹 내부의 알력 다툼이 배경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성광의료재단 차경섭 이사장의 둘째 딸인 광은 씨는 자신의 투자회사가 그룹 계열사인 것처럼 홍보하다 분란을 일으키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논란이 커지자 차 이사장은 광은 씨를 CHA의과학대 대외부총장에서 보직해임하며 사태를 마무리졌다.

지금 내사중인 성광의료재단은 1960년 중구 초동의 차산부인과를 모태로 설립, 현재 4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으로 내과․산부인과 등 13개 진료과목과 외국인 클리닉, 고위험 임신진단 클리닉, 자궁암 조기진단 센터, 성기능 장애 클리닉, 라마즈 분만센터, 초음파진단 센터, 폐경기 클리닉, 내과센터 등 특수 클리닉 중심의 전문병원으로 인식돼 왔다.

재단 전체로 번진 리베이트 의혹, 진화나선 차병원
차병원재단 “성광의료재단 구매팀 압수수색만 있었을 뿐, 차병원 재단 전체로 확산 우려 스러워...”

경찰이 지난 2일 분당차병원을 압수수색 한 데 이어 관련 리베이트 수수 의혹이 재단 전체로까지 확대되자 차병원재단 측이 진화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찰의 압수수색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에서 이번 사건이 의료재단 전체의 리베이트와 관련된 것처럼 번져나가자 재단 측이 직접 해명에 나선 것이다.

차병원재단 관계자는 지난 9일 “일부 보도로 인해 성광의료재단에 국한된 일이 차병원재단 전체로 확대됐다는 오해를 받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압수수색 대상은 성광의료재단의 구매팀”이라며 “서울R&D센터, 연구소 등이 연루돼 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덧붙였다.

차병원재단 소속 4개 병원에 대해 검찰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는 보도와 관련해서 재단 측은 “자료요청을 받고 자료를 보내긴 했지만 압수수색이 진행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사건에 연루된 D약품 회사가 재단 전체 의약품의 70%를 공급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며 "실제 공급 비중은 20~30%도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하지만 성광의료재단은 차병원 관련 의약품 구매를 담당하는 곳으로 현재 분당차병원 내에 위치하고 있어 관련 의혹들은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다.

재단 측의 또 다른 관계자는  "경찰 조사가 진행돼 봐야 알겠지만 내부적으로 파악한 결과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아직 혐의 단계인데 단정적으로 비춰져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정부 리베이트 “걸리기만 해 봐”
관련부처 합동수사반 활동기한 연장

한편 병원들의 리베이트 사건은 연일 보도된 가운데 정부는 리베이트 척결에 의지를 다졌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사무소는 중견제약기업인 D업체를 지난 7․8일 양일간 방문해 현장 조사를 했다. 조사 내용은 의약품 거래와 관련해 불공정거래 이른바 리베이트를 제공 여부를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관련 업계는 공정거래위원회까지 의약품 리베이트 조사에 가세함에 따라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검찰은 지난해 4월 설치한 '정부합동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의 활동기한을 내년 3월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검찰의 제약 및 유통업계, 의료계 등을 대상으로 언제든지 리베이트 수사 칼날을 꺼내들 수 있다는 것.
불법 레비이트를 제공한 제약사의 경우 건강보험 급여 품목에서 관련 의약품을 제외하고 세무 조사도 실시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와 법무부 등 관계기관 역시 불법 리베이트 수수가 여전하고 수법 또한 다양하다는 지적에 따라 위반행위에 대해 보다 강력한 제재방안을 마련한다.

복지부는 우선 대형 병원 등 의료기관이 불법 리베이트를 받다 적발될 경우 상급종합병원 지정이나 중증외상센터 등 재정지원 대상 선정에서 배제하거나 감점을 주기로 했다.

또, 전공의 정원 배정이나 건강보험 인센티브 제공 등에도 불이익이 가해진다.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제약사들에게는 더욱 엄격한 제재가 적용될 예정이다.

리베이트 단절을 선언한 복지부는 리베이트에 적발된 제약사의 의약품을 건강보험 급여 목록에서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특히 마케팅이나 광고 대행사를 통해 설문조사나 기고문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의․약사에게 제공되는 편법 리베이트 제공도 금지한다.

아울러 불법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사와 약사에 대해서도 행정처분 기준을 강화하고 가중 처벌을 도입하기로 했다.

지난해 1월부터 지난 달까지 검찰과 경찰, 복지부 등에 불법 리베이트 제공하다 적발된 제약사와 도매상은 모두 54곳으로 나타났다.

복지부와 법무부는 서울중앙지검에 설치된 정부 합동 리베이트 전담 수사반의 활동기간을 내년 3월 말까지 연장하는 등 범정부적 공조를 통한 리베이트 수사 단속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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