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재료 눈속임 논란

최근 100% 포도씨유로 만들었다는 제품이 실제로는 일반 식용유를 섞어 만들었다는 의혹으로 국세청 등의 조사를 받고 있다. 또 국내 최대 치킨전문 프랜차이즈업체가 수입 부분육을 쓰고도 100% 국산 닭고기를 사용한다고 속여 온 사실이 뒤늦게 적발됐으며,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태양초 고춧가루 중 40% 가량이 가짜 태양초라는 지적도 언론 등을 통해 전해졌다. 이처럼 소비자를 우롱하는 식품업체들의 문제가 계속해서 터져나오면서, 업계 전반에 대해 소비자들의 불신과 불만이 더욱 커져가고 있다.
 
지난 10월 말 대상(주)의 ‘100% 포도씨유’가 실제로는 다른 식용유를 섞어 만든 것이라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각 대형마트에서 잇따라 판매가 중단되는 일이 발생했다. 해당 제품에 대한 의혹은 지난 10월 12일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전현희 의원이 시중에 판매 중인 100%포도씨유 제품 가운데 국내산 6종과 수입산 2종을 수거해, 고려대와 충북대 조사를 의뢰한 결과, 순도 100%가 아닌 제품들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문제제기를 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기준치 모자라는 순도 100% 포도씨유
전현희 의원은 해당 제품들의 지방산 조성과 토코페놀 분석을 의뢰했고, 포도씨유에서는 좀처럼 확인하기 힘든 지방산 조성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한 포도씨유의 순도를 측정하는 토코페놀 성분 분석 결과, 포도씨유의 순도를 가늠하는 토코트리에놀 성분이 특히 낮게 나왔으며, 이는 국제식품규격인 CODEX 기준에 턱없이 모자란 수치였다고 한다.
또 다른 회사 제품들과 비교했을 때 크게는 60배 이상 차이가 나는 제품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관해 학계 전문가도 “(논란이 된) 3종의 포도씨유에서 기존에 발표돼 있는 포도씨유의 분석치와 큰 차이를 보였다”며 사실상 원액 100% 포도씨유에 다른 물질이 섞였을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제품은 대상(주)와 동원F&B, 사조해표의 포도씨유제품이었다. 식약청과 관세청의 조사가 시작되면서 이마트, 롯데마트 등에서 판매가 중단되었으나, 사조해표 제품의 경우 충북대의 분석 결과 문제가 없다고 밝혀지면서 10월 21일부터 판매가 다시 제기됐다.
관세청에서는 순도 의혹이 제기된 대상의 ‘100% 포도씨유’제품 2종(500, 900) 등에 대해 순도가 100%에 현격히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사전 분석에서 확인하고 다른 식용유가 섞인 것으로 판단,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10월 27일 관세청은 시중 포도씨유에 대한 중앙관세분석소의 분석 결과, 일부 제품에 문제점이 있음을 확인하고 대상과 대상의 자사 브랜드인 청정원에 스페인, 이탈리아산 포도씨유를 공급하고 있는 납품업체, 현지 수출업체 등 3자간 공모여부를 밝히는 데 조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10월 21일에는 청정원 납품업체에 대한 전격 압수수색을 실시하기도 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청도 가짜 의혹이 제기된 대상 청정원의 포도씨유를 수거해 정밀 성분 분석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종결과에 따라 판매 중단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가짜 포도씨유 논란이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의 의심과 불만제기도 커져가자, 대형 마트들은 해당 제품들을 전 매장에서 철수하는 등 강력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마트는 10월 12일 국감에서 의혹이 제기되자 마자 일찌감치 대상을 비롯한 업체들의 포도씨유 제품을 철수했다. 롯데마트도 27일 대상 포도씨유 2종에 대한 판매를 중단했다. 홈플러스의 경우 식약청 등의 조사 결과에 따라 판매 중단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포도씨유는 노화방지, 성인병 예방에 탁월하다는 연구결과가 알려지면서 웰빙바람을 타고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받기 시작했다. 고급 식용유로 인식돼 일반 식용유보다 가격도 2~3배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으며, 그럼에도 콩기름과 함께 시장판매율 1위를 다투어 왔다.
 
“청정원 브랜드 이제 못 믿겠다”
소비자들은 그동안 가족들의 건강을 생각해 비싼 값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100% 포도씨유를 구입해 왔는데, 지금까지 속았다고 생각하면 너무 화가 난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대기업 브랜드를 믿고 사 온 것에 대해서도 실망감을 표하고 있다. 
전현희 의원은 만약 100% 포도씨유로 표시해 놓고 다른 식용유가 혼합된 제품을, 그것도 고가에 판매한 것이라면 이는 엄연한 식품위생법상 표시기준 위반이자 소비자를 기만한 행위이므로  법적·도덕적 책임을 져야 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대상 등 논란의 중심이 된 업체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대상 관계자는 100% 순도를 의심한 기준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여러 가지 의혹들에 대한 반박을 내놓았다. “100% 포도씨유를 결정하는 요소는 토코페롤류 8항목, 스테롤류 10항목, 지방산류 21항목 등 총39항목이며, CODEX(국제식품규격위원회) 규격은 정제 이전의 단일 포도품종 Crude Oil을 대상으로 분석하는데, 총39개 항목 중 감마토코트리에놀 하나의 범위가 CODEX 규격에 벗어난다고 하여 포도씨유 100% 순도를 의심할 수는 없다”는 것이 대상의 입장이다. 또 “포도씨유는 정제과정에서 CODEX 기준과 차이가 생길 수 있으며, 특정 항목만으로 순도 여부를 판단할 경우 토코페롤, 스테롤, 지방산의 각 항목에 따라 국내 포도씨유를 비롯한 고급유 전체의 구분기준이 모호해질 수 있다”고 대상 측 관계자는 말했다.
대상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포도씨유 수입업체인 Alimentagro Foods측에 공식 입장을 요청하여 100% 포도씨유가 확실하다는 답변서를 받아둔 상태이며, 이탈리아 공공기관 등에 입증 자료를 요청하는 등 급히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상의 반박은 업계에서 설득력이 낮다고 여겨지고 있으며 이미 소비자들의 불신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상태다. 이번 논란으로 TV 광고 등에서 “정원아”를 외치며 친근이미지를 쌓아왔던 대상 브랜드 청정원의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산 고급닭이라 그렇게 광고를 하더니
지난 10월 초 원산지 허위 표기 논란이 있었던 BBQ도 문제가 됐던 시기뿐 아니라 지난해부터 본사와 일부 매장에 걸쳐 수입부분육을 100% 국내산 닭고기로 속여온 것이 발각되면서 뭇매를 맞고 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김훈)는 외국산 닭고기를 국내산과 섞어 팔아 원산지 표시를위반한 혐의(농산물품질관리법 위반 혐의)로 치킨 프랜차이즈업체인 제니시스BBQ 본사와 이 회사 상무 박모(53)씨, 직영점 운영자 등 임직원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0월 28일 밝혔다.
BBQ 측은 지금까지 올해 4월 1개 점포에서만 관리자의 실수로 원산지 표기를 잘못했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10월 초 문제가 제기됐을 때 BBQ 측은 당시 BBQ는 “총 1850개 점포 중 단 1개 점포(송파구 문정동 본점)에서 실수로 원산지 표기를 잘못했다”며 “그것도 50여개 메뉴 중 단 2개 메뉴에 대한 오기로 확률상 0.0025%”라고 해명한 바 있다. “국내산 물량이 부족한 부분육에 대해 일부 외국산을 사용했는데, 이제까지 국내산만 사용해오던 부위여서 메뉴판 교체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는 것이 BBQ 측의 변명이다.
하지만 검찰이 이후 BBQ 닭고기 수입 내역서를 확인한 결과, 지난해부터 수입산 닭고기를 국내산으로 바꿔 표시해온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BBQ는 지난해부터 닭고기 부분육을 수입했고, 특정 제품의 경우 수입육을 100% 사용하면서도 국내산으로 둔갑시켜 판매해 왔다. 이는 지난달 압수수색을 받은 후 BBQ 측이 언론에 배포한 해명자료와는 상반되는 내용이다.
BBQ는 지금까지 1만 마리를 도축하면 30%만 나오는 중량 1kg짜리 고급닭(10호)을 쓰기 때문에 원료를 차별화했다고 대대적으로 광고해왔다. 하지만 알려진 바에 따르면 미국이나 브라질 등 외국에서 들여온 닭고기 부분육을 국내산을 대체해 판매하면서, 이를 브라질산과 국내산으로 이중표기하거나, 미국산 디본바비큐 닭고기는 국내산으로 표기하는 등 닭고기 원산지를 허위로 표기했다. 치킨 한 마리 중 부위별로 원산지가 다른데 통틀어 국산이라고 표기한 것이다.
검찰이 밝혀낸 BBQ의 닭고기 원산지 허위 및 이중 표기 기간은 2008년 12월부터 지난 4월까지이다. 해당 기간 동안 BBQ치킨이 올린 매출은 2억4000여만원으로, 직영점이 지난해 9월부터 지난 4월까지 총 1억2000여만원 상당의 치킨을 원산지를 속여 팔았고 본점 매장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4월까지 4000여만원에 해당하는 치킨을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한 채 판매했다.
검찰은 이번에 적발된 점포 외에도 수입산을 팔면서 원산지 표기를 제대로 하지 않은 곳이 더 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BBQ 측은 문제가 불거지자 “전 가맹점에서 국내산 공급이 어려운 일부 부분육 제품까지도 전량 국내산만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이미 잃어버린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고춧가루도 가짜? 소비자들 뭘 믿어야 하나
얼마전 MBC ‘불만제로’에서는 소비자만 몰랐던 태양초의 진실과 중국산 수입 냉동 고추의 유통 및 위생 실태를 고발했다. 이 방송을 통해 그동안 소비자들이 비싼 값을 주고 구매해 온 태양초 고춧가루의 40%가 ‘가짜 태양초’를 빻은 것으로 알려져 소비자들에게 충격을 줬다.
고추는 말리는 방법에 따라, 수확 후 태양빛에만 보름 정도를 말린 고추를 뜻하는 ‘태양초(양건)’와 자연 햇빛 대신 건조기로 말린 ‘화건’고추, 건조기에 일정 시간 말린 뒤 다시 자연 상태에서 건조된 ‘반 양건’고추로 나눌 수 있다. 태양초는 다른 고추들에 비해 영양 성분이 오래 유지되고 빛깔이 고와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으며 비싼 가격에 판매돼 왔다.
그런데 MBC ‘불만제로’ 팀이 태양초 고춧가루의 품질이 의심된다는 제보에 따라 시중에 판매중인 태양초 10개를 구입해 전문가들에게 고추의 빛깔, 향, 꼭지 상태 등을 통해 감정을 의뢰한 결과, 이중 4개의 건고추가 태양초가 아닌 화건, 반 양건이라는 충격적인 결과가 드러났다.
게다가 냉동 고추들을 수입해 건조, 가공하는 업체 중 일부는 고추선별 기계에 먼지가 가득한 가운데, 고춧가루들이 먼지와 함께 바닥에 쓸려 비위생적으로 포장되고 있었으며, 일명 희나리(희아리-상한 상태로 말려 얼룩이 진 고추)로 불리는 저 품질의 고추가 고춧가루의 양을 늘리기 위해 사용되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나라 음식 중 가장 많이 들어가는 재료 중 하나 인 고춧가루마저 가짜가 판친다는 사실에, 소비자들은 더 이상 무엇을 믿고 사야 하는 것이냐며 반문하고 있다. 가짜 100%포도씨유 논란에, 닭고기와 태양초 파동까지, 식품업계 곳곳에서 소비자를 우롱하는 사례들이 발생하면서 당국의 철저한 단속과 처벌 수위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서지영 기자>
[날짜 : 10-11-01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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