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브로프 "미, 확실한 정보 없이 북한 선제타격 어려워"
미, "핵전쟁 막기 위해 모든 노력 다 할 것"

지난 19일(현지시간) 유엔 총회에 참석해 연설을 듣고 있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임해원 기자] 미국이 지난 23일 전략폭격기 B-1B 랜서 등 전략자산을 동해상에 전개하면서 북미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러시아가 한반도 군사충돌 가능성을 부인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러시아 NTV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북한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북한이 핵폭탄을 갖고 있다는 것을 정확히 알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라프로프 장관은 이어 “미국이 이라크를 선제공격한 것은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는 확실한 정보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핵보유가 명확한 상황에서 미국이 혹시 모를 위험을 감수하고 군사행동을 취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

라브로프 장관은 미국이 이라크를 선제공격하기 전 유엔 조사위원회가 이라크 전역의 모든 조사해 완벽한 정보를 입수했던 반면, 북한 시설에 대한 정보는 미비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어떤 나라도 모든 (북한) 시설물에 대해 확실한 정보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기 어렵다”며 “만일 이 같은 사실이 미국에서 충분히 분석되고 숙고하지 않으면, 우리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한국·일본·북한 등에서 수십만 명이 아니라도 수만 명의 무고한 시민들이 고통을 당할 수 있다”며 인접한 러시아와 중국도 피해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전략자산을 전개한 것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풀이된다. 

미국은 지난 23일 밤 전략자산인 전략폭격기 B-1B 랜서 2대와 F-15C 전투기 6대를 동해 NLL을 넘어 공해상으로 출격시켰다. 특히 이번 출격은 미군의 단독작전으로 이뤄져, 북한에 미국의 단독 군사개입도 가능하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북미갈등이 점차 군사적 대립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라브로프 장관의 이번 발언은 미국에 군사행동 자제를 촉구하는 메시지로 이해할 수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지난 22일(현지시간)에도 북미갈등을 “마치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싸우는 것 같다”며 상호 군사 위협을 중단할 것을 주장한 바 있다.

미국 또한 러시아의 메시지에 대해 전쟁 의사는 없다고 확고히 답했다.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24일(현지시간)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핵전쟁에 참여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그것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므누신 장관은 북한의 군사도발 수위가 높아질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그는 “미국은 경제적·군사적으로 북한의 핵 위협을 방어할 준비가 돼 있다”며 “대통령은 많은 대안을 가지고 있으며, (적당한) 시기에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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