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L 선수들 인종차별 항의 행동에 "금지규정 만들라" 요구

NFL 댈러스 카우보이스 구단주 제리 존스(가운데 파란 양복 상의)가 25일(현지시간) 경기에서 국가 연주 중 선수들과 팔짱을 낀채 무릎을 꿇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임해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 연주 중 무릎을 꿇고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미국 미식축구리그(NFL) 선수들에 대한 비난을 나흘째 이어가고 있다. 이번에는 NFL 사무국에 해당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만들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와의 합동 기자회견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이 수치스럽다. 나라와 국기, 국가(國歌)에 대해 무례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NFL 선수들을 재차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젊은이들이 죽거나 팔·다리를 잃는 등 심각한 부상을 입으며 나라와 국기, 국가를 위해 싸워왔다”며 NFL 선수들의 항의 행위가 이러한 애국적 행동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NFL 선수들의 항의 행동은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소속 쿼터백인 콜린 캐퍼닉에 의해 처음 시작됐다. 캐퍼닉은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의미로 국가 연주 중 서서 가슴에 손을 올리는 대신 무릎을 꿇었다. 논란의 중심이 된 캐퍼닉은 현재 어느 팀과도 계약을 맺지 못한 상태다.

지금까지 캐퍼닉의 이러한 행동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서왔고, 동참하는 선수들도 소수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이를 비난하고 나서면서 상황이 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공화당 소속 루서 스트레인지 상원의원의 지원유세에서 국가 연주 중 무릎을 꿇은 NFL 선수들을 ‘개××’라고 부르며 당장 해고하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세 이후 주말 내내 트위터를 통해 선수들을 비난하고 팬들에게 경기를 보이콧하라고 부취는 글을 올렸다. 이 때문에 기존에 캐퍼닉의 항의에 동참하지 않던 흑인 선수들은 물론 백인선수들과 구단관계자들까지 국가 연주 중 무릎 꿇기에 동참하고 나섰다. 지난 일요일 열린 NFL 경기에서 국가 연주 중 무릎을 꿇은 선수들은 200명 이상. 그 전 경기에서 단 6명이 동참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증가다.

특히 백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선수들과 구단도 동참하고 있다. NFL 역사상 최고의 선수라고 불리는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쿼터백 톰 브래디는 무릎을 꿇지는 않았지만 동료 선수와 팔짱을 껴 항의에 동참했다. 브래디는 홈구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백인관객으로부터 야유를 받았으나, 극적인 역전으로 팀의 승리를 이끌어 다시 환호를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25일 경기에서는 남부 백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댈러스 카우보이스의 구단주가 선수들과 함께 무릎을 꿇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NFL 선수들을 비난하면서, 대통령이 특정 스포츠 선수들을 비난하는데 너무 관심을 쏟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도 거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NFL 이슈에 너무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전혀 아니다. 나는 시간이 많고 내가 하는 모든 것은 업무일 뿐”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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