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F "지난 10년간 하락했으나, 올해 반등 조짐 보여"
응답자 인식 보여주는 지표, 참조 신중해야…

<사진=세계경제포럼 홈페이지 캡처>

[월요신문=임해원 기자]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이하 WEF)의 2017년 국가경쟁력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한국의 순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은 이번 보고서에서 전체 137개국 중 26위를 기록해 2014년 이후 4년째 동일한 순위를 기록했다. 비록 전체적으로는 상위권이지만 WEF가 혁신 기반(innovation-driven) 경제선진국으로 분류한 36개국 중에서는 비교적 하위에 해당해 아쉬움을 남긴다.

WEF의 국가경쟁력 보고서는 제도·인프라·거시경제 환경 등 12개 부문에 대해 해당 국가의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주요 경제지표등을 종합해 작성된다. 각 부문 중 한국이 낮은 순위를 기록한 것은 금융시장발전(74위), 노동시장효율성(73위), 제도(58위) 등이다.

이번 보고서를 다룬 주요 언론에서는 4년간의 순위 정체를 국가경쟁력 위기의 징표로 파악하고 있으며, 특히 노동시장효율성의 낮은 순위를 국가경쟁력 정체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주요 언론의 관련 기사 제목을 살펴보면 “한국 국가경쟁력 4년째 세계 26위…노동분야 137개국 중 130위로 꼴지 수준” (조선일보), “'정체된 韓경쟁력' 4년째 26위…선진국선 드물게 순위 하락세” (연합뉴스), “한국 국가경쟁력 또 제자리 걸음...4년 연속 26위” (중앙일보) 와 같은 제목이 눈에 띤다.

하지만 실제 보고서를 읽어보면 평가가 일부 다르다. 보고서는 한국이 “최근 10년간 주요 경쟁력 분야에서 순위가 하락해 온 몇 안 되는 국가”이며 “12개 평가 부문 간 차이가 심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올해 한국의 경쟁력지표가 “12개 부문 전체에서 약간 상승했다”고 평가한 뒤, “이번 반등이 향후 긍정적 트렌드로의 전환을 알리는 신호이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최근 순위가 정체된 것은 사실이나 올해 조사에서는 반등의 조짐이 보인다는 분석이다.

노동시장효율성 부문에 대한 지적도 자세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번 보고서에 한국의 노동시장효율성 순위는 73위로 낮은 편이며, 세부항목 중에서는 협조적 노사관계(130위)와 정리해고비용(112위)이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해당 수치가 한국 노동시장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고 보기는 어렵다. WEF 국가경쟁력 보고서는 해당 국가의 농업·제조업·비제조업·서비스업 분야의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 결과에 근거해 작성된다. 2017년 보고서에서 한국은 100명의 응답자가 참여했다.

예를 들어,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한 협조적 노사관계 항목의 경우 “당신은 자국의 노사관계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가 ‘① 갈등적이다’ 부터 ‘⑦ 협조적이다’까지의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 답하게 돼있다. 이 설문조사 결과는 응답자들의 노사관계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지표이지, 실제 노사관계나 그것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게다가 중요하게 다뤄지지는 않았으나 노사관계 외에도 하위권을 기록한 흥미로운 항목들이 다수 있다. 제도 분야에서는 경영진 역량(109위), 소액주주 보호(99위), 정치인에 대한 신뢰(90위) 등이 하위권을 기록했다. 노동시장 분야에서는 노사관계, 해고비용 외에도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남성 1명당 여성 0.73명)이 90위를 기록했다. 이는 설문이 아닌 실제 경제지표를 통해 산출한 수치다.

이번 WEF의 보고서는 국내 기업인들의 한국의 국가경쟁력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지표다. 정부 입장에서도 응답자들이 부정적 인식을 보인 항목에 관심을 가지고 대응방안을 세울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현상 자체가 아니라 그에 대한 응답자들의 판단을 보여주는 지표인 만큼, 정부 정책 평가의 직접적인 근거로 활용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