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감독 대상 어디까지 허용하느냐가 쟁점
43개 금융그룹 모두 포함되면 감독의 효율성 떨어져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7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금융그룹 통함감독 방안 공청회'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사진=금융위원회>

[월요신문=최혜진 기자] 전 세계적으로 금융의 대형화가 가속화되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금융그룹의 통합감독 체계가 마련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제대로 된 통합감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한국금융연구원은 27일 예금보험공사에서 ‘금융그룹 통합감독 방안 공청회’를 열고, 국내 실정에 적합한 금융그룹 감독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공청회에 참석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금융그룹 통합감독은 그룹이기 때문에 발생할 개연성이 크고 위험에 따른 연쇄효과가 큰 ‘회색 코뿔소’같은 위험을 미리 관리해야 한다”며 “시스템 안정성을 확보하고 소비자 보호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의 필요성이 크게 대두된 것은 ▲1990년대 이후 금융규제 완화 ▲국경 간 금융거래 확대 ▲금융수요 변화 ▲금융기술혁신 등이 진행되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이는 금융의 대형화, 겸업화를 이끌어 금융그룹의 수와 규모가 크게 증대됐다. 특히 은행과 보험사의 M&A로 복합금융그룹의 출현이 가속화됐다.

문제는 규모의 경제 효과를 가져왔다는 장점과 더불어 복합금융그룹의 복잡성으로 인한 리스크도 증대되기 시작한 것.

이날 발제자로 나선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계열사 출자로 자본이 중복계상되거나 공동브랜드 사용에 따른 그룹 내 회사로의 위험전이, 그룹구조 복잡함으로 인한 관리·감독기구의 감독상 어려움 등을 대표적인 리스크 요소”라고 꼽았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움직임은 2000년대 초 국제 금융감독기구, EU, 일본 등 선진국에서 먼저 일어났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개별 금융기관 중심 감독에서 그룹 단위의 통합감독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최혜진 기자>

BCBS(은행), IOSCO(증권), IAIS(보험)의 금융그룹 감독 이슈를 다루기 위해 1996년 조인트 포럼(jont Forum)이 설립됐다. EU는 2002년 EU의회에서 감독지침을 제정했으며, 일본은 2005년 금융청 감독지침을 제정해 이듬해부터 시행했다.

우리나라에서 금융그룹 통합감독의 체계화가 이슈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2013년 동양그룹 사태부터다. 동양증권이 비금융계열사의 투자부적격 CP 회사채를 특정금전신탁에 편입하는 방식으로 투자금을 모집하는 등 비금융계열사를 지원한 것이 드러난 것. 이로 인해 비금융계열사 부실이 전체로 전이됐으며 불완전 판매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다.

2014년에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국내 금융부문 평가(FSAP) 부문 금융그룹에 대한 통합 위험관리 미흡을 지적받기도 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금융감독 당국이 모니터링 하고 있는 금융그룹은 43개로 금융회사 전체 중 총자산 83%, 자기자본 88%, 당기순이익 68%를 차지한다. 복합금융그룹은 32개로 겸업화가 심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금융당국이 은행·비은행·보험·금융투자업 중 최소 2개권역을 영위하는 복합금융그룹 전체를 대상으로 한 금융그룹 통합감독체계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금융그룹 총자산이 20조원 이상·최소 2개 권역의 금융회사 자산합계가 권역별 각각 5조원 이상인 복합금융그룹 ▲모든 복합금융그룹 ▲모든 복합 및 동종금융그룹(1개 금융업종 영위) 등 3가지 안을 선정기준으로 제시했다.

1안은 EU의 금융그룹 감독 선정기준을 국내 상황에 맞게 적용한 것이다. 삼성·한화·현대자동차·동부·롯데 등 금산결합 금융그룹 5개와 교보생명·미래에셋 등 금융모회사그룹 2개 등 7개 그룹만 대상에 포함된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1안은 금융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금융그룹이 포함됐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체 복합금융그룹 중 7개만 통합감독을 받는다는 한계점이 있다”고 언급했다.

2안은 모든 복합금융그룹을 감독대상에 포함시킨다. 이 경우 금산결합 금융그룹 7개(삼성·한화·현대자동차·동부·롯데·태광·신안)와 금융모회사그룹 10개가 대상에 들어간다. K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등 은행모회사그룹과 동종금융그룹은 제외된다.

마지막 안은 은행모회사그룹을 제외한 모든 복합 및 동종금융그룹을 모두 대상에 넣고 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3안의 경우 형평성 논란에서는 벗어나겠지만 감독대상이 많아 과도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고 단시간 내 감독역량을 확충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별 금융기관 중심 감독에서 그룹 단위의 통합감독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그룹 감독을 총괄하는 총괄감독부서를 설치하거나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금융당국은 이날 공청회에서 제기된 3안을 모두 고려해 올해 안에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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