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한국 소비자 무시” VS 에어비앤비 “공정위 관할권은 전세계?”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김혜선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에 불리한 환불조항을 수정하라는 시정명령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에어비앤비 아일랜드와 대표자 에온 헤시온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28일 밝혔다. 하지만 해당업체는 공정위가 타국 사용자에게도 한국 법을 적용시킨다며 반발에 나섰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에어비앤비에 소비자 측에 불공정한 ‘엄격환불조항’과 ‘서비스수수료 환불불가조항’을 60일 이내에 수정 또는 삭제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에어비앤비 측이 이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아 공정위는 2차례에 걸쳐 독촉한 후 고발 결정을 내렸다.

공정위가 에어비앤비측이 시정명령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부분은 2가지다. 변경된 환불조항을 숙박제공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아 ▲한국 소비자가 차별받을 수 있는 소지를 제공했다는 점 ▲중개서비스 환불에 합의되지 않은 ‘예외 규정’을 집어넣은 점이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그러나 에어비앤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정위의 이러한 지적은 사소한 것일 뿐, 그 이면에는 사측에 무리한 시정명령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정위가 에어비앤비의 전세계 사용자들에 변경된 환불정책을 적용하도록 압박하고 있다는 것.

에어비앤비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공정위가 다른 나라의 게스트 사용자들 모두에게 적용되도록 환불정책이 변경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한 나라의 규정에 따라 나머지 190개국의 정책들까지 변경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에어비앤비 관계자는 “공정위 관할권은 한국이지 미국 소비자까지 영향을 주는 정책을 강요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허무맹랑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공정위 측 설명은 이렇다. 애초에 변경된 환불정책을 전세계 이용자에 적용하겠다는 내용은 에어비앤비 측이 먼저 내놨다. 그런데 에어비앤비 측이 돌연 법률대리인을 변경하면서 지금과 같은 내용의 수정안이 나오게 됐다는 것.

이에 공정위 측은 변경된 수정안을 인정하며 “숙박제공자에게 환불정책이 미리 고지가 되지 않으면 추후에 한국 소비자의 예약을 거절하는 등 차별 소지가 있으니 숙박제공자에게도 변경된 약관을 고지하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에어비앤비 측은 이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고 한국 소비자가 예약을 했을 경우에만 숙박제공자에 변경된 약관을 고지하는 ‘꼼수’를 부렸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숙박제공자는 어떤 패널티도 없이 한국 소비자의 숙박 예약을 거절할 수 있게 돼 차별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에어비앤비가 한국 소비자 예약을 받은 숙박제공자에게 보내는 메일에는 변경된 약관 내용과 함께 "이 예약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패널티를 부여하지 않는다(You won't be penalized if you can't accept this reservation based on this policy)"고 적혀 있다.

이 관계자는 “에어비앤비 측은 ‘전세계 이용자에 한국 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허무맹랑한 얘기만 계속 한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런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다만 한국 소비자에 불리한 내용을 시정하라고 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또 “에어비앤비 측이 변경된 약관을 숙박제공자들에게 먼저 제시하면 타 국에서 ‘한국과 같이 환불 조건을 바꾸라’는 의견이 들어올까봐 회피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에어비앤비 측은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성실히 이행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에어비앤비 관계자는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3개월간 이용한 한국인 이용자 건수는 약 100만건이 넘어간다. 그러나 약관 관련한 민원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며 “약관을 먼저 공지하든 뒤에 공지하든 한국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업체 측이 일관된 약관을 소비자에게 제공해야하는 점을 생각하면 이와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중개수수료에 예외 조항을 넣은 것 역시 “통계적으로 3번 넘게 취소하는 사람은 많이 없다. 4번 이상부터 취소하는 사람은 시장교란 위험 소지가 있어 넣은 것”이라며 “숙박제공자 역시 갑자기 예약이 취소되면 공실이 발생하는 등 부담이 있어 어느정도의 제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개수수료는 에어비앤비 측 소득이기 때문에 ‘숙박제공자 보호를 위해’라는 설명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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