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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피해자는 있고 가해자 없는 생리대 논란, 여성은 ‘마루타’가 아니다
산업부 유수정 기자

[월요신문=유수정 기자] 지난 8월부터 불거진 일명 ‘발암물질 생리대’ 논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시작된 여성 소비자들의 ‘생리대 부작용’ 호소는 케미포비아를 확산하며 결국 한 회사의 제품을 전량 회수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논란은 지난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시판 생리대는 안전하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함에 따라 일단락된 모양새다.

이에 이번 사태로 영업에 가장 큰 손실을 입었던 깨끗한나라는 마녀사냥의 피해자인 양 입장을 발표하며 부랴부랴 릴리안 등 전 제품의 생산을 재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와 함께 국산 일회용 생리대에 대한 불신으로 이미지 하락을 입었던 엘지유니참(쏘피·바디피트·귀애랑), 웰크론헬스케어(예지미인), 유한킴벌리(좋은느낌·화이트), 한국피앤지(위스퍼) 등 역시 단순한 해프닝이었다는 식의 공식 입장을 통해 자사 제품에는 문제가 없음이 밝혀졌다고 홍보하고 나서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이번 정부의 발표로 인한 기업들의 대응은 지금까지 실제 제품을 사용하고 부작용 피해를 입었다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한 순간에 ‘양치기 소녀’로 전락하게 만든 셈이다.

그러나 이번 정부의 전수조사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10종에 대한 인체 위해성 평가일 뿐이다. 아직 나머지 휘발성유기화합물과 농약 등 70여 종에 대한 위해성 평가는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하다’고 서둘러 단언할 수 있을까.

지난 1978년 미국 역시 일회용 생리대로 인한 안전성 논란이 한차례 불거졌던 바 있다. 바로 탐폰 사용으로 인한 독성쇼크증후군(TSS, Toxic Shock Syndrome) 발생 가능성이다.

당시 언론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여성들은 유사 증상이 나타나기만 하더라도 신고하기에 바빴다. 결론적으로는 1400만명의 탐폰 사용자 가운데 단 10명꼴로 발생하는 희귀한 부작용으로 판명나기는 했지만, 탐폰으로 인한 부작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번 발암물질 생리대 논란으로 인해 일회용 생리대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이미지 하락을 경험하고 영업에 막대한 손실을 입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자사 손해 회복에 급급해 정부의 단순한 발표만으로 일회용 생리대 사용으로 인한 월경혈 감소, 생리주기 변화 등의 피해를 호소하는 수많은 여성들의 목소리를 한순간에 짓밟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피해자는 있고 가해자는 없는 ‘발암물질 생리대’ 안전성 논란. 소비자의 피해 호소를 보상을 위한 거짓말로 치부하기 전에 보다 안전한 제품 생산을 위해 한 번 더 귀 기울여 보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유수정 기자  yu_crystal7@wo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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