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후임자 찾기 고심, 추석연휴 끝나고 후보자 발표할까

지난 8월15일 광복절 경축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와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임해원 기자] 문재인 정부의 인사 문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5월10일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내각구성을 끝마치지 못하고 있다. 만약 박성진 후보자가 사퇴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를 빨리 찾지 못할 경우, 초대 내각 구성에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정부라는 오명을 남기게 될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 당시 고위공직자 5대 원칙을 발표하며 엄정한 인사를 약속한 바 있다. 논문표절, 부동산투기, 병역면탈, 세금탈루, 위장전입 등 다섯 가지 과오가 있는 인물을 주요 공직에 임명하지 않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인사원칙은 오히려 초대 내각 구성 과정에서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까지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차관급 이상 후보자 중 낙마자는 총 7명. 박근혜 정부의 6명과 비교해도 역대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낙마자들은 대부분 문재인 정부의 인사5대원칙을 통과하지 못했다.

낙마 이유도 다양하다. 김기정 국가안보실 제2차장의 경우 교수 재직 시절 품행문제가 지적됐고, 안경환 법무장관 후보자는 허위 혼인신고 논란으로 자진 사퇴했다. 사외이사 겸직이 문제가 된 조대엽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와 비상장주식을 통해 시세차익을 본 것으로 알려진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도 임명이 취소됐다.

국민의당, 자유한국당과의 갈등 속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국회 인준이 부결된 것도 뼈아팠다. 다행히 김명수 대법원장의 국회 인준은 가결됐지만, 김이수 후보자의 부결 당시 청와대는 “상상도 못했다. 오늘 국회에서 벌어진 일은 무책임의 극치, 반대를 위한 반대로 기록될 것”이라며 이례적으로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현재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뒤를 이을 새로운 후보자를 찾는 것이다. 박성진 후보자는 뉴라이트 연관설 등 역사관 문제가 불거지면서 결국 낙마하고 말았다. 문재인 정부는 벤처 및 중소기업 관련 경험이 풍부한 현직 기업인 중 후보자를 고르고 있으나, 까다로운 인사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이유로 후임자 찾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공직 임명 시 보유주식 일부를 처분해야 하는 백지신탁 제도도 현직 기업인들이 공직을 꺼려하는 이유 중 하나다.

장미대선을 치르고 촛불을 든 국민들의 환호 속에 출범한 문재인 정부이지만, 인수위원회도 제대로 꾸리지 못한 채 촉박하게 국정에 임하게 되면서 인사문제가 수월하게 처리되지 않고 있다. 적폐청산을 기대하는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에 높은 도덕성을 기대하며 60% 이상의 지지율로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추석연휴 이후 인사문제를 빠르게 마무리짓지 못한다면 돌아서는 지지자들이 생길 수도 있다.

현재까지 1기 내각 구성에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김대중 정부의 175일이다. 문재인 정부가 김대중 정부의 기록을 갱신하지 않으려면 오는 31일까지 새로운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을 임명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인사 검증 논란을 잠재우고 추석 연휴 동안 새로운 후보자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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