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제품 제약사들 ‘미소’…판도 변화 예고

그동안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를 사이에 두고 약사회와 시민단체 등이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했던 ‘일반약 슈퍼판매’ 허용 여부가 결정됐다. 복지부는 지난 15일 액상소화제, 드링크제, 연고류 등 44개 일반의약품을 의약외품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제 소비자들은 이들 제품을 편의점과 슈퍼 등에서도 구입할 수 있게 된 것. 박카스, 마데카솔, 가스명수 등이 해당 제품으로 슈퍼판매가 허용되면서 향후 매출 변화가 예고됐다. 복지부의 방침에 약사회는 즉시 반발하고 나서는 한편, 시민단체 등은 이를 반기면서도 감기약, 진통제 등이 제외된 것에 대해서는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15일 복지부 중회의실에서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산하 의약품분류 소분과위원회(소위) 회의를 개최했다.

소위는 이날 의약품 구매 불편 해소를 위한 의약품 재분류와 분류 체계 개편 등에 대해 논의했고, 복지부는 이 자리에서 액상소화제, 드링크제, 연고류 등 4개 종류의 44개 일반의약품을 의약외품으로 전환하는 방침을 합의했다.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 즉 슈퍼판매가 가능해진 것이다.

8월부터 슈퍼 구매 가능
이번에 슈퍼판매가 허용된 제품은 박카스D, 마데카솔 연고, 가스명수, 락토메드, 쌍화탕, 안티푸라민 등이다. 전체 의약외품 분류에는 건위․소화제(15개), 정장제(11개), 외용제(4개), 파스(2개), 자양강장 드링크류(12개)가 포함됐다.

일반약 가운데 안전하게 복용할 수 있는 용량 폭이 넓고, 이상반응이 경미하며 약사의 복약지도가 특별히 필요하지 않은 품목들이 의약외품으로 분류됐다. 

이들 품목은 이르면 오는 8월, 늦어도 10월에는 편의점과 슈퍼 등에서 구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과 슈퍼 업계 관계자들은 매출 증대와 신규 고객의 유입 등을 기대하며 이를 적극적으로 반기고 있다. 많은 소비자들도 일단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반약의 의약외품 전환은 소위 의결과 관계없이 복지부 장관 고시로 가능하다. 때문에 복지부는 이달 말부터 8월 사이에 일반약의 의약외품 전환 고시를 할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일반약의 의약외품 전환은 소위 의결이 필요하지 않은 사안”이라며 “소위의 의견을 경청한 후 복지부 장관 고시로 이를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15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 보고한 의약외품 전환 품목에 대한 의료계와 약계 등의 의견을 다음 회의(21일)에 받기로 했지만, 현행 약사법상 의약외품 정의에 부합하면서 안전하게 복용할 수 있는 품목을 선정한 만큼, 반대 입장들이 나오더라도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의약외품 분류에서 감기약과 해열진통제 등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약물은 일반의약품이 아닌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된 상황이기 때문에 약사법 개정이 필요해 약국 외 판매 대상에서 제외됐다. 일반약 분류체계에 약국 외 판매 의약품(자유판매약) 분류를 신설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가정상비약 약국 외 판매를 위한 시민연대 등은 국민들이 의약품 구입 불편을 호소하는 주된 약품은 종합감기약과 해열진통제라며 이러한 가정상비약이 포함되지 못한 것에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다.

또 복지부가 발표한 44개 품목 가운데 23개는 2009년 이후 생산이 중단된 제품이라는 점에서, 실상 슈퍼에서 판매가 가능해진 제품은 21개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복지부는 올해 정기 국회에서 약사법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 감기약과 해열제 등도 슈퍼판매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약사법 개정을 위해서는 의약외품 고시와 달리 소위 합의가 필요하고, 소위에 참여하는 약계는 약국 외 판매약 분류 신설에 반대하고 있어 앞으로 난항이 예상된다.

제약업계는 반기고
약사회는 절대 반대

대한약사회는 “약사들을 무시하고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를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복지부에 강력히 저항하겠다”며 16일 전국 16개 시․약사회장 명의의 복지부 규탄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격하게 반발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일반약 슈퍼판매와 관련해 안전성에 대한 우려만 제기했던 약사들은 이제 생존권 문제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약사회 한 관계자는 “약국의 3분의 1 이상이 일반의약품 판매로 버티고 있다”며 문 닫는 약국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위기론을 제기했다.

전국 16개 시도약사회장은 복지부가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를 추진하는 것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위해 16일 비상대책위원회 집행위원회를 열고, 성명을 통해 “정부의 무소신과 의사협회의 말도 안되는 주장으로 촉발된 의약품 약국외 판매 논의에 국민의 안전성을 무시하는 의사협회의 무책임한 행태에 분노한다”며 “의협은 전문의약품의 일반의약품 전환에 조속히 동의하라”고 대한의사회를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또 “정부는 원칙 없는 약국외 판매 논의를 당장 중단하고 국민 불편 해소를 위해 전문의약품의 일반의약품 전환을 강력 추진하라”고 덧붙였다.

대한약사회는 의약품분류소위 결과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위해 이날 긴급 상임이사회를 열었다. 대한약사회 김구 회장은 복지부에 분노를 느끼는 동시에 약사회장으로서 깊은 책임감을 통감한다며 16일부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갈 것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제약업계는 약국의 눈치를 보면서도 일반약의 슈퍼판매 허용이 의약분업 이후 침체일로를 겪고 있는 일반의약품에 대해 돌파구를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하며 조심스럽게 반기고 있는 분위기다.

업계 전문가들은 의약외품으로 전환된 일반의약품들을 보유한 업체들이 추가적으로 판매망이 확대된 만큼 매출 증가도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특히 동아제약의 박카스D 등 드링크류의 판매가 늘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카스D가 슈퍼에서 판매된다면 이전 연간 5~6억병 정도였던 판매량이 급등해 연간 매출액이 7%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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