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사진=월요신문>

[월요신문=김혜선 기자]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은 “복지부 자체 블랙리스트는 없지만 복지부 내 사람도 관련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실이라면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12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복지부 블랙리스트 존재를 알고 있나”는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문에 이와 같이 답했다. 앞서 박 장관 역시 박근혜 정부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 때문에 ‘블랙리스트’에 오른 바 있다. 때문에 박 장관은 기재부가 정부재정운영을 위해 자문들 받는 단체 자문위원으로 포함돼있었지만, 정책자문회의에 단 한번 참석하고 이후 참석하지 못했다. 이날 복지위 국감은 여당의 ‘적폐 청산’과 야당의 ‘무능 정부’ 공방이 오갔다.

◇ 한국당, “중증치매 간병비 빠진 정책 ‘국가책임’ 논하지 말라”

야당은 ‘문재인 케어’와 ‘치매치료책임제’의 예산 문제를 중점적으로 거론했다.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은 “건강보험 보장성강화 대책을 의결한 명단을 복지부가 ‘전문가들이 실명 공개를 꺼린다’는 이유로 공개를 하지 않았다”며 “31조나 들어가는 중요한 정책인데 공개를 꺼린다는 것은 납득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문재인 케어는 전 정부가 모아둔 재원 21조원을 쓰고도 더 쓰겠다는 건데, 지난 국정과제 발표에서 실행 대책은 수입 페이지에 달하지만 재정 대책은 1페이지도 안 된다. 재정 추계한 특정 전문가의 데이터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이번 국감에 보건복지부 자료제출 협조 미약하다는게 공통 지적사항”이라며 “부실자료 제출이 계속되면 30일 예정된 시찰을 취소하고 국감을 연장할 것”이라고 보이콧 예고했다.

같은당 성일종 의원 역시 ‘치매치료책임제’에 중증치매환자 간병비가 포함되지 않은 ‘맹점’을 지적했다. 성 의원은 “가정경제 파탄 막기 위해 국가가 책임치료 하겠다면서 제일 중요한 간병비가 빠졌다”며 “우리나라 중증치매환자가 24만여명이다. 복지부 발표대로 자기부담금을 10%대로 줄이면 연간 64만원 정도 주는데, 월로 환산하면 5만3900원이다. 국가 책임제라 해놓고 중증환자에 월 5만원 더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박 장관은 “여러 가지 관련 제도를 조합하면 (국가가) 간병비를 부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직접적인 가정에서 간병하는 경우도 있지만 치매센터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고 답했다.

민주당, ‘적폐 청산’과 함께 박근혜 정부 ‘3대 복지정책 실책’ 지적

반면 여당은 ‘의료 적폐’와 전 정부의 복지정책 실책을 거론하며 공세를 펼쳤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남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다. 남 의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내 의료기관을 해외진출시키겠다며 민관합작으로 출범한 ‘코리아메디컬홀딩스’ 문제를 지적했다. 남 의원은 “코리아메디컬홀딩스는 자본잠식 상태지만, 보건산업진흥원이 공적자금을 투입해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며 지분 청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 의원은 제대혈 사용 관련 법 정비가 미비해 국정농단 사건 당시 차별원 일가의 불법 제대혈 사용에 법원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점, 강서구 장애특수학교 부지에 국립 한방의료원 설립 연구용역을 추진한 점 등을 지적했다.

같은 당 정춘숙 의원은 ‘의료 영리화’ 문제를 들고 나왔다. 정 의원은 호텔 롯데의 보바스 병원 인수를 두고 “대기업이 편법으로 의료민영화 한 예가 됐다. 전 정부에서 보바스 병원 관련 에 아무 대응도 하지 않았다”며 “복지부가 이윤 추구 문제가 없도록 감독을 철저히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에 대해 “복지부가 지난 9월 롯데 측의 보바스 병원 인수와 관련, 의료법 위반 의견을 제출했다. 하지만 법원 판결에 존중할 수 밖에 없는 위치”라면서도 “공익성을 저하할 수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권미혁 민주당 의원은 “박 정부의 복지 키워든 ‘불통’과 ‘갈등’으로 요약된다”며 유사중복사업 정리, 맞춤형 보육사업, 기초연금 제도 등을 박근혜 정부의 ‘복지 정책 3대 실책’으로 규정했다.

권 의원은 “유사중복사업 정리로 청년수당을 두고 서울시와 사회보장위원회가 법정 다툼까지 가는 등 지자체와 정부의 갈등을 부추겼다”며 “(사업 정리로 인해) 어린이집 보육교사 처우개선, 여성장애인 출산지원금 등이 대거 삭제되며 복지가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또 “맞춤형 보육사업도 전업맘과 워킹맘을 차별해 갈등을 초래했고, 기초연금제도는 국민연금의 장기 가입자와 단기 가입자 갈등을 일으켰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건복지부 국감 일정은 13일까지 이어진다.

이후 복지위 국감 일정은 ▲16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사회보장정보원, 보건복지인력개발원, 건강증지개발원 ▲17일 식품의약품안전처 ▲19일 국민연금공단 ▲23일 대한적십자사,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한국인체조직기증원, 공공조직은행, 한약진흥재단 ▲24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7일 한국장애인개발원, 노인인력개발원, 한국보육진흥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30일 국립중앙의료원,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한국보건의료ㅈ연구원,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31일 종합감사 순으로 진행된다.

권미혁 의원이 밝힌 복지부 블랙리스트 명단. 박능후 장관 이름 역시 포함돼 장내에서는 웃음이 일기도 했다. <사진=월요신문>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