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으로 신사업 투자 가능성 및 호텔롯데 상장 검토

(사진=유수정 기자)

[월요신문=유수정 기자] ‘롯데지주 주식회사’(이하 롯데지주)가 공식 출범함에 따라 그간 롯데그룹의 발목을 잡아온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종식될 전망이다. 공식적인 자리를 통해 “이번 지주사 출범으로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 확고하게 증명됐다”고 밝힌 만큼 신 회장이 강조해온 투명경영에 귀추가 주목된 상황이다.

12일 롯데그룹은 이날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롯데지주사 출범 기자간담회를 갖고 롯데그룹의 모태회사인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4개 상장 계열사의 투자부문이 합병된 ‘롯데지주’의 공식 출범을 알렸다.

이번 체제전환으로 롯데제과를 비롯해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가 상호 보유하고 있던 지분 관계가 정리될 예정이며 순환출자고리가 대폭 축소될 방침이다.

이로써 롯데는 지난 2015년부터 복잡한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천명해온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과정을 마무리 짓고 새로운 출발선에 서게 된 셈이다.

◆ 순수지주회사로 출범했지만…신사업 투자 가능성 열어둘 것

롯데지주는 롯데제과 등 4개사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한 뒤 롯데제과의 투자부문이 나머지 3개사의 투자부문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분할합병비율은 롯데제과 1을 기준으로 롯데쇼핑 1.14, 롯데칠성음료 8.23, 롯데푸드 1.78이다.

이봉철 재무혁신실장(부사장)은 지주회사 전환 배경과 관련 “국민 정서 및 시장 친화적 기업으로 변화해 지속 성장 가능 그룹으로서의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하며, 제과투자 존속 사유에 대해 “롯데제과의 50년 역사를 승계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롯데지주의 자산은 6조3576억, 자본금은 4조8861억 규모가 된다. 롯데지주에 편입되는 자회사(상장 20%, 비상장 40%)는 총 42개사로 해외 자회사를 포함할 경우 무려 138개사가 된다. 향후 공개매수, 분할합병, 지분매입 등을 통해 편입계열사 수를 확대할 예정이다.

롯데지주 대표이사의 경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황각규 롯데그룹 경영혁신실장(사장)이 공동으로 맡는다.

두 대표이사 아래 두개의 위원회(컴플라이언스, 사회공헌위원회)를 마련했으며, 가치경영실·재무혁신실·커뮤니케이션실 등 6개 실로 구성했다.

사내이사로는 이봉철 경영혁신실 재무혁신실장(부사장)이 선임됐다. 이윤호 전 지식경제부 장관, 권오곤 국제형사재판소당사국총회 의장, 곽수근, 김병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등 4명은 사외이사진으로 임명됐다.

별도의 사업 없이 자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관리하는 순수지주회사로 출범한 만큼, 지주는 자회사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경영평가와 업무지원, 브랜드 라이선스 관리 등의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다.

자체 사업을 진행하지 않기 때문에 주된 수입원은 배당금이나 브랜드 수수료 등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브랜드 수수료는 각 회사의 매출액에서 광고선전비를 제외한 금액의 0.15% 수준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그룹의 사업역량을 구축하기 위해 신규사업 발굴 및 M&A 추진 등을 수행할 계획이다.

임병연 가치경영실장(부사장)은 “LG그룹과 같은 순수지주사로 출발하지만, 기회가 있을 경우 새로운 사업이나 해외 사업에 직접적으로 투자하는 것을 검토할 수도 있다”면서 “다만 계열사가 직접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범위와 가능성 등을 판단해 투자를 진행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사진=롯데그룹)

◆ 지분율 13% 확보한 신동빈, 확고한 경영권에 그룹 지배력 강화

지주 출범에 따라 롯데그룹의 순환출자고리는 13개로 대폭 축소된다. 순환출자고리가 해소됨에 따라 지배구조가 단순화되고, 이로 인해 경영투명성이 제고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이 재무혁신실장은 “법적 요건을 맞추려면 6개월 내 남은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해야하는 만큼 내년 4월 말까지 남은 13개를 서둘러 정리할 계획”이라며 “현물출자나 분할 합병 등 자금이동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계획을 전했다.

이와 함께 사업과 투자부문간의 리스크가 분리됨에 따라 경영효율성 역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아울러 그간 불투명한 지배구조로 인해 저평가됐던 기업가치에 대해 시장의 긍정적인 재평가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한 상당한 주가상승이 기대되고 있다.

또한 주주중심의 경영문화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롯데는 지난 8월 4개회사의 배당성향을 30%까지 높이고 중간배당도 적극 검토할 계획을 밝히는 등 주주친화정책 강화에 속도를 낸 바 있다.

지주회사 출범에 따라 가장 기대되는 것은 신동빈 회장이 갖게 되는 경영권의 정도다.

현재 대주주의 롯데지주 지분율 18.9% 중 신 회장의 지분율은 무려 13%다. 신동주(SDJ코퍼레이션 회장)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앞서 진행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통해 7681억원 가량의 주식을 처분하고 나서 단 0.3%의 지분율만을 지닌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수치다.

27.2%의 지분율을 행사하고 있는 한국 롯데계열사에 반면해 일본 롯데홀딩스가 단 4.5%의 지분율을 가진 것 역시 신동빈 원톱체제의 운영이 전개될 것을 뒷받침한다.

나머지 지분율로는 신격호와 신영자가 각각 3.6%와 2.0%, 재단이 5%, 외부 45.4%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은 그간 장기화됐던 신동주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종식됐다는 입장이다.

오성엽 커뮤니케이션실장(부사장)은 “지난 2년간 경영권 관련 이벤트가 수차례 있었지만 이번 지주사 출범으로 인해 경영권이 흔들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 확고하게 증명됐다”면서 “신동주 전 부회장이 주식매수 청구를 위해 대부분의 지분을 정리한 만큼 과거 지분 보유 당시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확고하게 말했다.

(사진=유수정 기자)

◆ 호텔롯데 지주사 합병 고려…남은 숙제 어떻게 해결할까?

지주사 출범을 완료했지만 향후 롯데는 호텔롯데라는 오랜 숙제를 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롯데 측은 향후 호텔롯데와의 지주사 합병 등을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황각규 대표이사(사장)는 “호텔이 상장됐으면 하는 기대를 갖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문제로 인해 주주들의 가치가 많이 훼손됐을 것이라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면서 “그러나 지속적으로는 중장기 차원에서 상장을 검토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롯데는 2016년 6월 호텔롯데의 상장을 결정했지만 면세점 입점비리 관련 검찰 압수수색의 여파로 계획을 철회했던 바 있다.

한편, 롯데는 이날 지주회사 출범과 함께 새로운 심볼마크를 선보였다. 새로운 심볼은 롯데의 브랜드 자산인 붉은색을 바탕으로 ‘Lifetime Value Creator’의 의미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롯데의 공식 이니셜인 L과 롯데월드타워의 모양을 형상화 한 것이 특징이며, 이커머스 시장과 제 4차 산업혁명을 의미하는 소문자 e로도 읽힐 수 있도록 제작했다.

(사진=롯데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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