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자 대출 문턱 못 넘고 불법사금융 찾아

임승보 대부금융협회장은 법정최고금리 인하 시기와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홍보영 기자] 정부의 법정 최고금리 인하 정책이 오히려 금융 취약계층을 불법사채시장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부업법 최고금리는 2007년 10월부터 꾸준히 내려가 지난해에는 20%대에 접어들었다. 2007년 10월에는 연 66%에서 49%로 인하됐으며, 2010년 7월 연 44%, 2011년 6월 연 39%, 2014년 4월 연 34.9%로 낮아졌다가 지난해 3월 연 27.9%를 기록했다.

여기에 정부에서 법정 최고금리를 20%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황. 당장 내년 1월부터 최고금리가 24%로 적용된다.

이런 정부 방침에 따라 최근 한국대부금융협회 발표에 따르면, 대부업 이용자수는 2015년 말 121만7567명에서 2016년 말 120만7757명으로 9810명 감소했다.

이중 신용등급이 7~10등급인 저신용 이용자 수는 87만9031명에서 84만8956명으로 3만명이나 줄었다.

그런데 같은 기간 불법사채 이용자 수는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사금융 이용자는 2015년 33만명에서 지난해 43만명으로 무려 30.3%나 증가했다. 이 기간 이용금액은 11조원에서 24조원으로 2.2배 늘어났다.

서민금융정책으로 시작한 최고금리 인하가 도리어 금융소외자를 대거 양산하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대부금융협회 관계자는 “최고금리가 인하되면서 업체들이 수익성 방어를 위해 대출심사를 강화하기 시작했다”며 “대부업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저신용자들이 불법사채를 이용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최고금리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된 중소기업들이 속속 문을 닫는 추세다. 실제 대부금융업체의 수는 2007년 1만8197개에서 지난해 말 8654개로 10년 만에 절반 이상 감소했다.

또 지난 7월 협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고금리를 25%로 인하할 경우 대출을 축소하겠다고 응답한 업체는 35개사 중 29개사에 달했다. 중단이나 매각을 고려하는 기업 각각 9곳, 1곳으로 조사됐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수준의 자금조달 비용으로는 최고금리에 맞춰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정부가 해외 최고금리와 한국의 최고금리는 산정체계 자체가 다르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대규 서울디지털대학교 법무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열린 ‘서민금융 세미나’에서 “정치권, 시민단체 등에서 말하고 있는 서구와 아시아 최고금리에는 한국과 달리 수수료 비용 등이 빠져있는 명목상 금리”라며 “해외국가에서 법적으로 최고금리를 규제하고 있는 곳은 일본뿐이므로 해외 사례를 그대로 한국에 적용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그나마 유일하게 법정최고금리를 인하한 일본 오사카시의 경우, 최근 지역 상공인이 불법사금융을 찾는 다는 이유로 최고금리 상향 조정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임승보 대부금융협회장은 “서민 부담을 줄이려는 정책 취지는 공감하지만, 이해관계자와 충분한 공론화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것은 유감”이라며 “시행 시기를 내년 말로 조정해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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