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카드사 대출태도 완화, 대출 수요 집중 전망
다중채무자, 저신용등급 카드론 확대로 부실 위험 지적

올해 4분기 금융권 대출태도. 마이너스일 경우 대출요건 강화를, 플러스일 경우 대출요건 완화를 의미한다. <자료=한국은행 제공>

[월요신문=임해원 기자] 은행권이 가계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금융업계 중 유일하게 신용카드회사만이 대출 문턱을 낮춰 가계대출의 카드사 집중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이 국내 금융기관 여신업무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12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에 따르면 국내 금융기관 중 유일하게 카드사만 대출태도를 완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조사 결과 국내 은행의 올해 4분기 대출태도는 –15를 기록했으며, 상호저축은행, 상호금융회사, 생명보험회사 등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음수를 기록할 경우 해당 금융기관의 대출 심사 기준이 강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은행권의 가계대출태도 지수는 주택 –30, 일반 –20을 기록했다. 이는 8.2 부동산 대책 및 이번 달 발표 예정인 가계부채 종합대책 등 정부 지침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반면 카드사는 유일하게 +19를 기록해 대출 문턱을 낮출 것으로 예상됐다. 이처럼 전 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가계대출 수요가 카드사로 몰리면서, 카드사 대출규모의 확대 추세는 올해 말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8월23일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카드사를 포함한 여신전문금융회사의 가계대출은 5000억원 증가해, 전년 동월 증가액인 2000억보다 2.5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이 9월1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대출건수는 지난해 7월 대비 약 544만 건 증가했으며, 증가 건수 중 카드사 대출이 67.3%를 차지했다.

이처럼 카드사 대출규모가 확대되는 현상 이면에는 수익원을 찾기 위한 카드사의 고민이 있다. 금융당국의 수수료 인하 압박 등에 놓인 카드사들이 수익 다변화를 노리기보다는 수익 증가가 한결 손쉬운 고금리 카드론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 한국은행은 “카드사는 카드수수료 우대 가맹점 범위 확대 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카드론을 중심으로 대출태도를 완화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처럼 카드사들이 카드론을 확대하면서 부실한 가계부채가 대량으로 늘어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카드사별 카드론 잔액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 7개 전업카드사의 카드론 대출 잔액은 총 24조4069억원이다.

이 중 3건 이상의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의 잔액은 전체의 60.9%에 해당하는 14조8615억원이다. 신용등급으로 나누면 5등급자 대출 잔액은 전체의 30.5%에 해당하는 7조5507억원, 6등급은 27.6%에 해당하는 6조7324억원을 기록했다. 5~7등급의 카드론 대출 잔액은 전체의 75%로 카드론 대출의 4분의 3 이상이 신용등급이 낮은 채무자에게 몰려있다는 것.

이처럼 카드사가 수익 다변화보다 카드론을 확대하면서 고위험군에 대출이 몰려 여신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런 상황에서 4분기에도 카드사만이 대출 문턱을 낮출 경우, 대출수요가 이미 커질 대로 커진 카드론 대출시장으로 몰리면서 가계대출 부실화가 심각한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이번 한국은행 조사에서도 카드업계 여신업무담당자들은 대체로 4분기 신용위험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박찬대 의원은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카드론 부실화가 발생할 수 있다”며 “카드사가 수익을 올리기 쉬운 카드론 사업에만 집중하지 말고 수익구조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각계에서 카드론 확대에 따른 부실 위험을 지적하는 가운데, 카드사들이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내고 여신건전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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