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모바일 앱 광고비 1년 사이 183배 증가

가계부채가 1400조원에 육박한 가운데 은행들이 이익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홍보영 기자] 가계부채가 1400조원에 육박하면서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이런 가운데 은행들이 금융의 공적 의무는 저버린 채 실속 차리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은 올해 2분기 말 가계부채가 1388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4%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2년~2014년 평균 증가율인 5.8%의 두 배 가까운 수치일 뿐 아니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193%에 달하는 수준이다.

국제결제은행(BIS)도 한국이 사상 초유의 소득 대비 가계 빚 부담을 떠안고 있다고 언급했다.

올해 들어 저금리 대출상품을 내세운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이 등장하면서 시중은행도 금리를 내리는 등 메기효과가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은행은 오히려 고금리 대출 비중을 높이거나 대출을 장려하는 등 금융당국의 정책방향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최근 5년간 저축은행 광고홍보비 지출현황’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TV광고에 대한 규제 강화에 나섰으나 업계의 광고비 지출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은 광고비로 2013년 363억원, 2014년 807억, 2015년 1180억, 2016년 1194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올해 상반기에만 514억원을 지출했다.

TV광고 규제에도 이처럼 광고비 지출이 늘어난 것은 인터넷·모바일 광고를 늘려 당국의 규제를 피해갔기 때문이다.

광고 채널별로 보면 TV 광고비는 2013년 140억원, 2014년 348억원, 2015년 496억원으로 증가세를 이어오다 지난해 386억원으로 감소했다.

반면 인터넷 광고비는 2013년 140억원에서 2014년 274억원, 2015년 378억원, 2016년 463억원으로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TV광고가 주춤했던 2016년에는 인터넷광고비가 TV광고비를 앞질렀다.

모바일 앱 광고비의 경우에는 모바일앱 광고가 도입된 2015년 600만원에서 지난해 11억원을 기록, 1년 새 183배 증가했다.

이에 금융 전문가들은 “가계부채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분별한 대출광고가 이어지면 여신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저축은행은 지난 7월 말 여신 잔액이 50조원에 육박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최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저축은행 여신 잔액은 48조929억원으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취약계층이 저축은행을 많이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구나 올해는 자영업자를 비롯한 중소기업들이 저축은행의 기업대출을 많이 이용했다.

7월 말 잔액은 27조3749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조7924억원(11.4%) 늘어났다. 이는 지난해 1~7월의 증가액 1조4929억원 대비 2배 가까운 수치다.

한편, 한국은행 가중평균금리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저축은행 신규대출 금리는 연 11.30%. 연 3.43%의 수준을 보이는 예금은행의 3.3배에 해당한다.

신용대출에서 고금리 비중을 늘리는 은행도 있다.

13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씨티은행이 10% 이상 고금리로 대출한 비중은 9.2%로 전달 5.8%보다 두 배가량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금리가 4% 미만인 대출은 22.5%에서 9.5%로 크게 줄었다.

이에 금융 전문가들은 “생산성을 높여 이익을 고객과 공유하겠다는 명목으로 100여개에 가까운 점포를 폐쇄한 씨티은행이 금리 인하는 커녕 고금리대출로 예대마진 장사에 골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씨티은행 관계자는 "당행은 추가적인 대출수요가 있지만 타행에서 추가승인이 어려운 기존 1금융권 대출 보유 고객들을 주로 상대한다"고 해명했다.

높은 금리의 제2금융권 대출을 제1금융권 대출로 전환하려는 고객들이 상대적으로 저금리의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출보유규모가 큰 고객들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추가적인 리스크를 부담하기 때문에 타행보다 다소 높은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는 것.

그렇다면, 중금리를 표방하며 출범한 인터넷 전문은행은 어떨까.

국내 1호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의 경우 대출금리가 시중은행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 언론의 뭇매를 맞았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케이뱅크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5.59%. 이는 전달 3.76%보다 1.83%포인트나 상승한 것이며, 같은 기간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4.2%인 것과 비교해도 1.39%포인트 높다.

이에 대해 금융 전문가들은 “케이뱅크가 경영상 어려움을 금리인상 카드로 고객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도 고금리 상품을 늘리지는 않더라도 취약계층의 대출을 장려하는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비상금대출, 케이뱅크의 ‘미니K마이너스통장’ 등이 출시된데 이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각각 ‘KB리브간편대출’, ‘포켓론’ 등을 선보였다.

이들 시중은행도 공적 의무를 저버렸다는 비난의 칼날을 빗겨가기는 힘들어 보인다. 전문가들은 복잡한 절차 없이 쉬운 대출 상품이 증가하면서 가계대출 규모를 키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이 과잉 대부를 초래할 수 있다고”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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