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김혜선 기자] 며칠 전 지인에게서 황당한 이야기를 접했다. 한국고용정보에서 매년 시행하는 ‘대졸자 직업이동 경로조사’에 참여했는데 설문조사 항목 중 부모 학력을 묻는 질문이 포함됐다는 것.

실제로 이 설문지의 ‘인적사항 및 가족 관련 질문’에는 ‘부모님의 최종학력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이 있다. 선택 항목도 ‘무학’부터 ‘대학원’까지 다양하다. 단박에 부모의 학력 수준과 대졸자 직업이동 경로조사의 연관성에 의문이 들었다. 부모님의 교육수준과 나의 직업이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대졸자 직업이동 경로조사는 장기화·고착화 된 고학력 청년실업 문제를 풀기 위해 지난 2006년부터 시작됐다. 한국고용정보는 매년 새롭게 졸업하는 전문대 및 대학교(교육대 포함)졸업생들의 노동시장 진입과 과정 등을 조사한다. 조사내용은 대졸자의 교육과정, 구직활동, 일자리경험, 직업훈련, 자격증, 가계배경 등 노동시장 진입과 정착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포함된다.

조사에 부모 학력 관련한 질문이 포함된 이유는 ‘가계배경’ 조사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슬프게도, 부모의 학력이 자식에게 이어지는 ‘대물림’ 현상은 이미 많은 연구 결과로 증명된 사실이다. 학력 뿐이던가. 지난해 1월 한국보건사회 연구원은 부모세대의 직업·계층이 자식 세대로 대물림되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그럼에도 마음 한 켠에서는 불편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대졸자 직업이동 경로조사는 기본적으로 교육시장과 노동시장의 ‘인력 미스매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용 정보로 사용된다. 이 외에도 직무불일치 분석, 교육투자수익률 분석 등을 위한 기초 정보로 쓰일터다. 이런 분석에 ‘부모 학력’ 항목이 활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또 부모세대 학력이 자녀의 학력과 관련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미 ‘대졸자’를 대상으로 하는 조사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실제 응답자들도 부모 학력 질문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대졸자 직업이동 경로조사 통계정보 보고서’에 따르면, 무응답이 주로 발생한 문항은 시기, 근로소득, 가족에 관한 문항이다. 통계청은 “응답자들은 본인 대상 설문에서 가족에 대해 질문한다는 사실에 거부감을 느껴 응답을 거절하는 경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나날이 악화되는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대졸자 직업이동 경로조사에서 ‘갑툭튀’ 하는 부모 학력 항목은 당황스럽다. 노동부에 볼을 잔뜩 꼬집힌 느낌이다. “느그 아부지 뭐 하시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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