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월요신문=김혜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이란 핵협정에 ‘불인증’을 선언했다. 서방의 경제제재를 해제하고 이란의 핵개발을 억제한 협정이 흔들리며 국제사회에 만만치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지난 2015년 오바마 행정부 시절 타결된 이란 핵협정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을 ‘가장 일방적이고 최악인 거래’로 규정하고 불인증을 선언했다.

JCPOA는 미국과 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독일이 이란 핵개발 포기를 대가로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단계적으로 해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핵협상에는 이란이 2031년부터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도록 모든 핵 제약이 풀리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트럼프는 “기껏해야 이란의 핵개발 능력을 잠시 지연시키는 협상은 미국 대통령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란이 북한과 거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북한 사례에서 보듯, 위협은 방치할수록 더욱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이란 핵협정의 파기 여부는 관련법에 따라 미 의회로 공이 넘어간다. 앞서 오바마 행정부는 이란 핵협정에 이후 국내법 이란핵협정검토법(INARA)을 제정, 이란의 협정 준수 여부를 90일마다 인증해 의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미 의회는 보고 내용에 입각해 60일간 대 이란 제재 재개 여부를 심사해야 한다. 미국이 이란 제재를 시작하면 사실상 핵협정은 ‘파기’된다. 제재하지 않으면 협정은 그대로 남는다.

일각에서는 이미 이란 핵협정에 두 번의 ‘인증’을 한 트럼프 행정부가 돌연 ‘불인증’ 핵폭탄을 터뜨린 이유로 ‘JCPOA 재협상’과 ‘INARA 개정’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핵협정 파기’라는 극단적인 행동을 암시하며 ‘재협상’을 이끌어내는 일종의 ‘미치광이 전략(Madman Theory)’이라는 것.

실제로 트럼프의 ‘불인증’ 선언 하루 전날인 12일(현지시간)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JCPOA에서 놓친 부분들을 메워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란이) 테러단체 지원 등을 할 경우 즉시 제재를 (이란에) 발동하는 ‘트리거(trigger) 조항’을 강화한 ‘INARA 개정안’을 의회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인 공화당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과 톰 코튼 상원의원도 INARA 개정안 마련에 착수한 상황이다. 개정안은 일몰조항 영구 삭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 작업 강화 등이란 핵협정 검증 수위를 높이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트럼프의 ‘불인증’ 선언 직후 긴급 대국민 연설을 열고 “국익이 존중받는 한 핵 합의안을 계속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로하니 대통령은 “미국이 처음으로 국제적 협약을 어겨 더 고립될 것”이라며 이와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도 “국익이 침해될 경우 적절히 대응하는 것에 절대 주저하지 않겠다”고 말해 핵협정 철회 가능성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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