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전원회의에서 코리안리 독점적 지위남용 및 손보사 담합 여부 논의

이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임해원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유일 재보험사인 코리안리와 손해보험사들에게 칼을 빼들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오는 25일 전원회의에서 관용 헬기 보험 입찰과 관련해 코리안리의 독점적 보험요율 책정 및 손해보험사들의 담합행위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코리안리가 국내 유일의 재보험사라는 독점적 위치를 활용해 항공보험요율을 책정하고, 손보사들은 코리안리로부터 받은 보험요율에 따라 동일한 보험료를 입찰에서 제시해 담합행위를 했다고 보고 있다.

재보험은 보험계약의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 보험회사가 드는 보험으로 일종의 ‘보험사를 위한 보험’이다. 관용 헬기 사업을 비롯해 자연재해 등 위험성과 규모가 큰 보험의 경우, 보험사들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코리안리와 같은 재보험사를 통해 위험을 분산한다.

게다가 관용헬기처럼 사고 사례가 적고 보험료 산정을 위한 데이터가 부족한 경우, 보험사들은 재보험사가 산출한 보험요율을 통해 보험료를 산정한다.

문제는 1999년 이후 관용 헬기 등의 사업에 입찰해온 손보사들이 모두 코리안리에 의뢰해 받은 보험요율에 기초해 동일한 보험료를 제시해왔다는 것. 공정위는 코리안리가 독점적 위치를 남용해 보험요율을 산정하고, 이를 통해 손보사들이 담합해 입찰에서의 공정경쟁을 방해했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의 항공보험 관련 조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2001년 공정위는 코리안리의 헬기보험 보험요율과 관련해 독점적 지위 남용이라며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공정위는 당시 ‘국가기관의 입찰 또는 수의계약에 대한 업계 동일요율 사용은 부당행위’라고 주장했지만, 5개월간의 조사 끝에 결국 무혐의로 결론내린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국내 손보사들은 각자 변호인단을 꾸려 전원회의에서 해당 혐의를 소명할 예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재보험사들도 국내에서 지점형태로 영업을 하고 있는 만큼, 코리안리의 독점적 지위남용을 징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지난번 조사와 결론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재보험사에서 의뢰가 들어온 손보사마다 서로 다른 보험요율을 제시한다면 오히려 부당한 일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손보업계가 충분히 외국계 재보험사들을 통해 경쟁력있는 보험료를 입찰에서 제시할 수 있음에서 코리안리의 보험요율만을 사용하는 것은 담합행위라는 반론도 있다. 예를 들어 동부화재의 경우 최근 해양경찰청 헬기 보험 입찰에서 영국 재보험사 로이즈(Lloyd’s)의 보험요율을 바탕으로 타 보험사보다 10%가량 낮은 보험료를 제시해 입찰에 성공한 바 있다.

반면 다른 손보업계 관계자는 “상위 손보사의 경우 연매출이 1~20조에 달하는데 헬기 보험의 경우 건당 3~40억원 규모다. 외국계 재보험사들이 이정도 규모의 사업에서 코리안리와 적극적으로 경쟁하지 않기 때문에 손보사들도 코리안리의 보험요율을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의 이번 전원회의에서 징계가 결정될 경우 코리안리를 비롯한 손보사들에게 수백억원대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도 있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를 계기로 항공보험요율 책정 구조를 개선하고 코리안리에 이은 제2의 재보험사 필요성까지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코리안리는 본지 통화에서 “공정위에서 논의 중인 사안이라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 25일 전원회의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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