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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아동학대 ‘아이 입장’에서 바라봐야”

[월요신문=김혜선 기자] “세상의 모든 어린 것들은/내 앞에 눈부신 꼬리를 쳐들고/나를 어미라 부른다/괜히 가슴이 저릿저릿한 게/핑그르르 굳었던 젖이 돈다”

나희덕, <어린 것> 중

공혜정 대표. <사진=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제공>

어린 것들은 사랑스럽다. 시인 나희덕은 숲속 길을 걷다 마주친 다람쥐 새끼 한 마리조차 가슴 저릿하게 사랑했다. 울산 계모사건, 칠곡 계모사건 등 잔인한 아동학대 사건이 여타 다른 사건보다 큰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는 이유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평범한 ‘엄마’였던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 역시 그랬다.

공 대표는 지난 2013년 11월6일 ‘울산 계모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방지협회 전신인 ‘하늘로 소풍 간 아이들’이라는 카페를 만들었다. 같은 동아리 사람이 울산 계모사건으로 숨진 ‘서현이’의 친모였는데, 공 대표에 ‘탄원서를 써 달라’고 부탁한 것이 일의 시작이었다. 당시 공 대표는 어떤 인권단체나 시민단체 활동을 전혀 해보지 않았다.

공 대표는 “탄원서 쓰는 것을 도와주다가 서현이가 학대로 숨진 것을 알게 됐다. 유약한 친모 대신 제가 뛰어다니게 됐고, 남들보다 사건을 자세히 알게 되니 더 분노가 올라왔다”며 “한 아이로부터 시작된 일이 이제는 많은 아이들이 학대로 죽어가고 있다는 사고의 확장이 있었다”고 아동학대 방지 운동에 뛰어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우리나라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터지면 ‘아이의 입장’이 아닌 ‘부모의 입장’만이 강조된다는게 공 대표의 설명이다. 공 대표는 “아동학대의 근절은 ‘아동복지법’의 기본 이념을 실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한다”며 “아동복지법의 기본 이념은 아동에 관한 모든 활동에 있어 아동의 이익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공 대표와의 일문일답.

 

어떻게 아동학대 방지 운동에 뛰어들게 됐나.

계기가 된 것은 2013년에 있었던 울산계모사건이었다. 사연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칼로 찔러 죽이는 게 자비롭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내용이 끔찍했다. 그런데 당시 1심에서 법원은 계모에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우연히 계모가 감옥에서 서현이 친부에게 보낸 편지를 입수했는데,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공부하겠다는 내용이 있었다. 아이는 끔찍하게 죽여놓고 이렇게 할 수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동학대의 끔찍함을 알리고 싶었다.

<사진=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제공>

기존 카페 활동에서 정식 협회로 출범한 이유는.

아직 정식 협회로 등록되지는 않았다. ‘하늘로 소풍간 아이들’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로 이름을 바꾼 것이다. 그동안 활동이 아동학대 가해자 처벌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아이가 죽기 전에 지키자는 마음이 담겼다. 아이가 죽고 나서 처벌하는 것보다 비극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협회 활동은 누구 못지않게 열심히 하지만, 아직 규모가 작아 정식 등록은 내실을 튼튼히 한 후 진행할 예정이다.

 

협회에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 소개해달라.

가장 많이 하는 것은 아동학대 가해자 처벌을 위해 뛰는 것이다. 아직까지도 우리나라는 아동학대 가해자 처벌이 미미하다. 공판에 찾아가기도 하고, 진정서·탄원서 제출, 집회 등을 열기도 한다.

요즘은 아동학대 상담도 병행한다. 주변에서 아동학대를 목격하고 상담을 요청하는 분들이 있다.  피해 아동의 부모는 처음 당하는 일이기에 당황하고 조언이나 상담을 할 곳을 찾지 못하다가 우리 협회에 찾아와 상담을 요청한다. 아동학대 피해부모 커뮤니티도 따로 있어서 아동학대 해결을 위한 법적 조언을 주고받기도 한다.

 

우리나라 학대아동 보호정책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제가 수준을 매길 만 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아동학대 인식이 낮은 것은 확실하다. 최근 괌에서 판사, 변호사 부부가 아이를 차에 방치해 아동학대로 머그샷을 찍었다. 우리나라는 그게 아동학대라는 인식조차 없다. 처벌 조항도 없고, 방치한다고 신고하는 시민도 없다. 신고 해도 경찰이 출동하지 않는다.

‘자연주의 치료’로 논란이 된 ‘안아키’ 건도 비슷하다. 협회에서 아이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한 건에 대해 부모들을 고발했는데, 대부분 ‘고의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잘못된 의료행위로 아이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는데, 아동학대를 아이의 고통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부모 입장으로 바라보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 예를 들면, 성희롱 당하는 사람은 피해자의 수치심을 받는지 아닌지 중요하지 않나. 그러나 아이들은 명백히 고통을 당하는데도 아동 입장이 아닌, 부모의 ‘고의가 아니었다’는 한 마디면 된다. 아직도 ‘내 자식 내가 때리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식이 대부분이다.

 

매년 잊을 만 하면 잔혹한 아동학대 소식이 터져 나오는데.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가장 먼저는 아동학대에 관한 사회적 인식이 전환돼야 한다. 아동학대에 엄벌을 처하는 것이 인식 전환의 가장 빠른 길이다. 예를 들면 안전벨트 착용 의무화만 하더라도, 맨 처음에는 벨트를 매기 귀찮았지만 대대적으로 벌금 매기고 단속히니 벌금 내기 싫어서라도 벨트를 맸다. 그러고 나서 안전벨트가 습관이 됐다.

부모 교육도 중요하다. 아이가 말썽을 부릴 때 통제하는 방법을 ‘폭력’에만 의지하니 학대로까지 ‘폭력 에스컬레이팅’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많은 돈을 들일 필요 없이 주변에 산적한 문화센터에서 아이의 발달단계에 맞춘 통제법, 양육법을 교육하면 된다.

사회적 시스템도 중요하다. 아동학대 신고건이 지난해 3만건이 넘었는데, 신고 이후 피해 아동들을 학대 가정에서 분리 보호하는 시스템이 없다. 학대하는 부모는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는다. 서서히 아이와 가까워지는 프로그램을 통해 원가정에 돌려보내야 하는데 이런 과정 없이 국가는 그냥 아이들을 가정에 무책임하게 떠맡기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가 학대 아동들을 방치하는 것과 다름 없다.

 

아동학대 가해자 대부분이 ‘친부모’라는데. 학대와 훈육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나.

답답한 부분이다. 아동학대로 아이들 죽인 가해자들은 공판 등에 찾아가보면 대부분 ‘사랑으로 아이를 키웠다’고 말한다. 아이를 때린 것이 ‘훈육’이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훈육은 아이가 잘 되라고 하는 것이다. 학대는 아이의 고통과 상관 없이 자신의 스트레스를 풀려고 한다. 또, 아이가 잘 되라는 마음만 있다면 2~30대를 때려도 되나. 아이의 몸과 마음에 상처를 남기면 그것은 이미 훈육이 아니다.

물론 아이를 키우는 것은 어렵다. 아이들이 자라나며 고집이 늘고 반항하는 시기가 있다. 하지만 때리지 않고도 훌륭하게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 많다.

<사진= 대한아동학대방시협회>

4년간 활동하시며 가장 보람찼던 순간, 혹은 힘들었던 순간은.

아동학대 특례법이 국회 통과됐을 때 가장 보람찼다. 요구과정이 거세긴 했지만, 그 법이 없어질 뻔 했는데 국회에서 26일만에 0순위로 통과했다. 울산 계모에 살인죄가 적용됐을 때도 그랬다. 그 판례를 통해서 아동학대가 ‘살인죄’에 해당될 수 있다는 선례가 남았다. 원영이 사건 등도 이 판례가 없었다면 단순 학대로 상해치사죄에 머물렀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힘들었던 순간은, 아동학대 관련 재판에 다녀 올 때면 아이들이 계속 생각이 나서 그날 잠을 못 잘 정도로 힘들다. 내가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떡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왜 이 일을 계속해서 잔인하고 끔찍한 이야기를 들어야 하나, 이런 생각도 많이 한다. 간혹 남의 일에 참견한다고 눈총을 주시는 분도 있는데, 그때도 힘들다. 또 아동학대에 대한 벽을 느낄 때가 있다. 학대 아동들에 대한 보호 시스템이 없어서 발만 동동거리는 순간이 있다. 아이에게 더 이상 해줄 수 있는 게 없을 때, 가로막혔을 때 힘이 없다.

 

힘들어도 협회 일을 계속 하시는 이유는. 원동력이 있는지.

작년 10월, 경북 쪽에서 지진이 크게 난 적이 있다. 눈 앞에서 벽이 휘어지는 게 보였는데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도 다 컸고, 부귀영화 누리는 것보다 한 길에 매진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성과가 나는 것이 원동력인 듯하다. 저도 훌륭한 사람이 아니다. 이타심, 이런 마음이 아니고 그냥 조금만 더 하면 고쳐지겠다는 희망이 보여서 계속 하게 된다. 아동학대 관련 운동이 ‘불모지’인 이 나라에서 아동학대 예방에 전념하다보면 지금보다 더 개선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김혜선 기자  nav7396@wo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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