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동원대학교 호텔관광학부(학부장,관광학박사) 서정태 교수

서정태 동원대학교 호텔관광학부(학부장,관광학박사) 교수. <사진=월요신문>

[월요신문=김혜선 기자]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여행은 신비롭고 아름답다. 아직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만큼 설레는 일도 없을 것이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의 도입부 역시 기차를 탄 여행자가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 ‘눈의 나라’에 닿는 모습을 그린다.

그러나 ‘아름다운 여행’에도 그늘이 있다. ‘물의 낙원’ 몰디브는 행복한 신혼여행지로 손꼽히지만, 현지인들은 하루 1달러 이하로 생활을 이어가는 ‘극빈층’이 42%에 달한다. 관광업 종사자들은 인구의 83%를 차지하는데, 100여개 리조트에서 근무하는 이들은 3~4평의 방에서 6~10명이 끼어 살아간다. 일종의 ‘관광 식민지’인 셈이다.

26일 본지는 이러한 관광산업의 부작용에 대한 대안으로 ‘지속가능한 관광’을 제시하는 서정태 동원대학교 호텔관광학부(학부장,관광학박사) 교수를 만나 인터뷰했다. 서 교수가 말하는 ‘지속가능한 관광’의 핵심 형태가 바로 ‘공정여행’이다.

“공정여행은 공정무역에서 차용해 온 개념이다. 관광산업은 일명 ‘굴뚝없는 산업’으로 지난 2014년 세계 GDP의 9%를 차지하는 등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공을 세웠다. 그러나 동시에 소음이나 환경훼손, 젠트리피케이션 등 문제로 지역 주민의 터전을 훼손하는 ‘과’도 존재한다. 이 ‘과’에 대한 반성이 바로 ‘공정여행’이다”

매스투어리즘(Mass Tourism·대량관광)이 일으키는 부정적 영향은 상상을 초월한다. 한국식 ‘패키지 관광’은 매스투어리즘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관광객들은 대형 여행사들의 인솔에 따라 최대한 많은 관광지를 순회하며 사진을 남긴다. 숙소와 교통수단은 ‘패키지’에 포함돼 관광객들이 지갑을 여는 순간은 여행사와 제휴를 맺은 기념품 가게로 한정돼있다. 이 숨 가쁜 회전 안에서 지역 상인들이 끼어들 틈은 없다.

서 교수는 “대량관광으로 인해 지역주민이 피해를 입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매년 190만명이 방문하는 발리는 리조트에서 발생하는 온수와 폐수로 인해 연안어업이 황폐화 돼 인근 주민은 생계를 잃고 빈민화됐다”며 “리조트 붐으로 땅값이 치솟아 지역 주민이 쫓겨난다. 그런데도 관광 수익의 절반 이상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유출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지난 2002년, 전 세계의 관광업계 종사자와 비정부 국제기구, 시민단체 등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 모여 ‘책임여행’을 선언했다. 관광으로 인한 각종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지역 주민의 의사를 적극 반영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매스투어리즘의 부작용을 해소하는 방법은 ‘지역 경제’를 이용해 관광객으로부터 나오는 수입을 공정하게 나누는 것부터 시작한다. 지역 주민의 음식점, 상점, 숙소 등을 최대한 이용하고 가이드도 현지 가이드를 고용하는 식이다.

환경 역시 고려해야 한다. 서 교수는 “여행지에서 물을 적게 쓰는 것도 공정여행에 속한다. 인도 특급호텔 하나의 물 소비량은 인근 5개마을 물 소비량과 맞먹는다. 전기의 경우 특급호텔은 인근 마을의 20배를 사용한다”며 “공정여행은 지역경제를 살리고 지역문화를 함께 즐기며 자연과 환경을 살리는 여행”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공정여행은 녹색관광, 윤리관광, 책임관광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공정여행에도 ‘딜레마’가 있다. 전통적 관광인 매스투어리즘보다 비용이 대단히 비싸고 대량관광에 비해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것. 서 교수는 “처음부터 무조건 공정여행만 가는 것은, 그 뜻과 취지는 좋지만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라며 “공정여행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일종의 기존 대량관광 콘텐츠와 공정여행 콘텐츠를 적절히 조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과도기적 단계를 거친 후 공정여행에 대한 의식을 키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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