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현대자동차가 미국 자동차시장에 ‘3일 머니백’이란 구매자 보증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국내 고객들 사이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워즈오토 등에 따르면 현대차 북미법인(HMA)은 내년부터 구매 후 3일 이내 소비자가 만족하지 않으면 차 값을 전액 돌려주는 이른바 ‘3일 머니백’을 실시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전액 환불’이란 파격적인 마케팅 전개를 두고 현대차가 미국 내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초강수를 뒀다는 평가다.

무조건적인 환불정책은 아니다. 구입 후 300마일(483㎞) 이상 주행하지 않았어야 하고, 반환 전에 차량 검사도 거쳐야 한다.

현대차는 댈러스, 휴스턴, 올랜도, 마이애미 등 4개 도시 판매장에서 이 제도를 먼저 도입한 후 내년 초부터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3일 머니백’을 통해 반납된 차량은 감가상각을 적용, 미국 현지에서 할인가에 중고차량으로 팔릴 예정이다.

이런 대대적인 구매자 보증프로그램은 반품이나 환불 등 소비자보호 정책이 잘 갖춰져 있는 미국에서도 이례적인 일이다. 2009년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파산신청 후 이미지 정비를 위해 ‘60일간 환불 보장’이란 판촉활동을 펼쳤을 때도 현지 업계에서는 ‘모험에 가깝다’는 평가를 내놨었다. 당시 한시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했던 제너럴모터스와 달리 현대차는 이번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자동차시장 내 ‘3일 머니백’ 프로그램이 도입된다는 소식을 들은 국내 고객들은 섭섭함을 감출 수 없는 분위기다. 국내에선 자동차를 구입할 경우 단순 변심에 의해 환불 받을 수 없는 실정이기 때문.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신차 인수 후 차량결함이 발견됐을 경우에도 환불보다는 다른 신차로 교환 받을 수 있는 정도다. 이 관계자는 “번호판 등록 후 동일한 결함이 계속해서 발생했을 때도 정비소에서 수리를 하는 것밖엔 방법이 없다”며 “환불은 거의 안 된다고 보면 된다”고 딱 잘라 말했다.

자동차 커뮤니티 등에서도 ‘3일 머니백’을 두고 말들이 많은 상황이다. “무료체험 아니냐.”, “자국에선 시행하지 않는 이유는?”, “국내 고객들은 알아서 잘 사주니 미국에서 저런 이벤트 하나 정돈 괜찮겠네.” 식의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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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현대차 코나를 구입한 A씨는 “차 가격이야 한두 푼 하는 게 아니니 구입할 때 고민을 엄청 많이 하고 샀다”면서 “만약 국내에도 ‘3일 머니백’ 같은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구입 전에 고민을 덜 했을 것 같다. 소비자보호 측면에서 나쁘지 않은 제도인데 국내엔 없으니 아쉬울 따름”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환불’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3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과연 얼마나 많은 고객이 변심을 이유로 차량을 환불 받을지, ‘내수차별’이란 극단적 평가보다 ‘단순 마케팅 기법’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고객들을 위한 어드밴티지 프로그램 등 각종 보호책이 마련돼 있다”면서 “‘3일 머니백’은 현지 사정에 맞도록 미국 법인에서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마케팅일 뿐 국내 고객들이 그런 부분에 크게 현혹되지는 않았으면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신차를 구입한 뒤 2차례 이상 중대결함이 발생했을 경우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이른바 ‘한국판 레몬법’이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관련 업계의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법률안은 소비자가 신차를 사고 인도받은 뒤 1년 안에(주행거리 2만㎞ 이내) 원동기·동력전달장치·조향장치·제동장치 등의 중대결함은 2회 이상, 그 외 일반 하자는 3회 이상 수리를 했는데도 문제가 재발하면 자동차제작사에 교환 또는 환불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1회 이상 수리를 한 경우, 수리 기간이 30일 경과한 자동차에 대해서도 교환 및 환불 요구가 가능하다.

하지만 교환·환불 요건이 현행 기준보다 까다로워 실제 소비자가 혜택을 받기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 분쟁 해결기준은 ‘2년/4만㎞ 이내 중대한 하자 2회 이상 수리’를 요건으로 하고 있지만, 개정안에는 ‘1년/2만㎞ 이내 중대한 하자 2회 이상 수리’를 교환·환불 요건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동안 ‘권고사항’에 그쳤던 자동차 교환·환불 규정에 대해 법적 기준이 생겨 국내 소비자 권익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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