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고은별 기자] 국회에서 논의 중인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두고 이동통신3사가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가운데, 단말기 제조사인 삼성전자 측은 유보적인 태도로 상반된 분위기를 조성했다.

30일 진행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종합국정감사에는 황창규 KT 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등이 출석해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에 대한 각각의 입장을 밝혔다.

황창규 KT 회장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종합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먼저 황창규 KT 회장은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해 ‘좋은 발상’이라고 말했다. 황 회장은 “통신서비스 업체와 단말기 제조사가 각각 선의적 경쟁을 통해 국민의 통신비 부담을 절감할 수 있다는 데 동의한다”고 했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도 “현재 통신시장이 (5:3:2 SK텔레콤·KT·LG유플러스 순) 상당히 고착화돼 있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통해 공동경쟁을 이끌어내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지난 12일 과방위 국정감사에 출석했던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내놓은 의견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에 ‘매우 긍정적’인 입장을 전하며 “단말기와 서비스가 분리돼 경쟁하게 되면 가계통신비 완화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정을 두고 완전자급제 검토를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의 제도적 검토 및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에도 이통사 모두가 의견을 같이했다.

황 회장은 “갑작스런 제도 변화로 일어날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그간 통신사가 제공하던 서비스도 소비자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보완하면 제도를 충분히 좋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 또한 “법안을 추진하는 과정에 이해당사자가 굉장히 많아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배려해주시면 좋겠다”고 첨언했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종합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반면,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해 좀 더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고 사장은 “완전자급제는 사업자 유통, 제조사 소비가 관련된 여러 문제들이 얽혀 있어 지금 이 자리에서 동의냐 반대냐 하기 보다는 관련된 분들이 모여 깊은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고 사장은 “기회의 장이 주어지면 그때 삼성전자도 적극 참여해 의견을 내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관해 “원론적으론 동의한다”면서도 “단말기 제조사, 통신사, 대리점, 유통망,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이 다양하기 때문에 이를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정밀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열린 과방위 종합국감은 자유한국당이 나흘간 이어오던 보이콧을 철회한 후 국회에 복귀하는 과정을 거치는 탓에 1시간 넘게 감사가 중지되면서 오전 11시가 넘어서야 회의가 정상화됐다.

이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보궐이사 선임에 반발한 보이콧으로, 국감장에서도 수십 분 동안 방송장악과 관련된 여야의 논쟁과 고성이 이어지는 등 ‘국감 무용론’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종합국감 역시 중점적인 현안보다는 여야 당권 싸움에만 치중된 모습을 보여 ‘무늬만 국감’, ‘속 빈 강정’이란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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