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신 DTI·DSR 도입이 핵심
경제 위축 우려와 경제 살리는 길이란 주장 교차

정부가 내년부터 다주택자의 대출 규제에 초점을 맞춘 신 DTI를 도입하는 등 본격적인 가계부채 총량 관리에 돌입하는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홍보영 기자] 가계부채가 1400조원에 육박한 가운데 정부가 대대적인 ‘빚 줄이기’에 나섰다. 이에 가계부채 리스크 완화에 실효성이 있다는 주장과 부동산 규제로 경제가 위축될 것이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우리나라 가계부채 총량은 1400조원까지 치솟은 가운데 지난 한해 만에 1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지난달 24일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 가계부채 감소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10·24대책의 골자는 부동산대출 문턱을 높이고 서민금융정책 지원을 강화하는데 있다.

◇ 부동산 대책 중심의 가계부채 종합대책

정부는 총 주택대출규모를 줄이는 신 DTI(총부채상환비율)와 대출심사를 강화한 DSR을 도입해 빚내서 집사는 것을 차단할 방침이다.

10·24대책의 7개 세부핵심과제는 ▲가계부채 차주 특성별 지원 ▲자영업자 맞춤형 지원프로그램 신설 ▲취약차주 금융상담 활성화 ▲가계부채 연착륙 유도(신 DTI·DSR 도입) ▲가계부채 증가 취약부문 집중관리 ▲가계소득·부채상환능력 제고 ▲인구구조 변화 대응·가계중심 임대주택시장 개선 등이다.

이중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정책이 DTI 도입. DTI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연간소득에서 1년간 갚는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대출한도를 정하는 기준을 말한다.

지금까지 DTI가 기존에 받은 주담대 이자와 새로 받을 주담대 원리금만 계산해 반영했다면, 신 DTI는 기존 주담대 이자에 원리금까지 계산한다.

그동안은 20년 이상으로 만기를 늘리면 매년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줄어들어 DTI를 낮출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두 번째 받는 주담대 만기를 최대 15년으로 제한해 기존의 꼼수를 차단한 것.

여기에 정부는 내년 하반기 중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실시해 돈줄을 죄겠다는 계획이다. DSR 도입으로 다주택자 대출한도는 축소될 전망이다. DSR은 기존 주담대 외에도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카드론 등 비주담대 전부의 원리금을 연소득으로 나눠 계산하기 때문에 대출받기는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급작스런 변화가 시장 위축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완급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DSR 기준은 금융회사 자체적으로 정하도록 하고, 신 DTI도 일단은 투기과열지역, 청약조정대상지역 등에서만 시행할 방침이다.

가계부채 대책 직전 전국 아파트값 상승폭이 둔화됐다. <그래프=뉴시스>

◇ 금융 취약계층에 맞춤형 지원책 늘린다

정부는 10·24대책을 통해 서민층 금융 지원에도 무게를 실었다. 빚을 갚기 어려운 금융 취약계층에게 맞춤형 금융지원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부채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취약차주를 위한 맞춤형 지원책을 내놨다. 전국의 차주를 부채·자산·소득을 기준로 상환능력이 충분한 그룹, 상환능력이 양호한 그룹, 상환능력이 부족한 그룹, 상환이 불가능한 그룹 등 4개 그룹으로 나눠 각각에 맞는 대책을 제시했다.

특히 자영업자 지원책이 눈에 띈다. 정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자영업자 중에서 소득이 적은 생계형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0.2%(48만4000명). 이들의 대출규모는 총 38조6000억원에 달한다. 게다가 이중 36.6%는 신용등급 7등급 이하로 대부업체 등 고금리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취약차주다.

이에 정부는 1조2000억원 규모의 ‘해내리대출’(가칭)을 선보인다. 해내리대출은 자영업자의 신용등급이나 사업규모에 따라 대출이 지원되는 정책대출상품이다.

◇ 경제 위축될 것 VS 가계부책 완화에 도움

이런 정부의 부동산 대출규제 강화에 대해 일각에서는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경기 악화를 가져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금융 전문가는 “부동산 자산은 국민 자산의 70%를 차지한다”며 “자산가치가 줄어들면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또 취약차주 지원을 충당하기 위한 재원을 어디서 마련할 것이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류창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취약차주 지원 재원이 충분해야 하는 상황에서 금융회사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대체로 정부의 이번 대책이 가계부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이 같은 행보는 경제 수치적 측면에서는 일시적으로 부작용을 낳을 수 있지만,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른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치료 과정에서의 아픔을 피하기 위해 치명적인 병을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류창원 연구위원도 “취약계층 지원이 확대되면서 부채의 질이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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