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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공익재단 전수조사 방침에 재계는 지금 ‘흔들’공익재단 활동 위축 우려↑…“전수조사는 설립취지 등 기본에 충실해야” 의견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달부터 대기업 소속 공익재단에 대한 전수 실태조사에 착수하기로 한 가운데, 재계에는 때 아닌 긴장감이 나돌고 있다.

앞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일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 5대 기업 전문경영인들과 모인 정책간담회에서 전수조사를 통해 공익재단의 재산과 운영형태, 어떤 공익사업을 하고 있는지 등을 파악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공정위의 이런 방침은 공익재단 출자를 통한 대기업의 편법승계 관행을 막겠다는 취지에서다. ‘사회공헌’, ‘이익환원’이라는 기업의 공익재단 설립 취지는 좋지만 총수일가의 계열사 지배력 강화작업에 공익재단이 창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국회 및 시민단체 등의 우려와 지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당시 간담회에서 “공익재단이 설립취지에 부합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인수한 주식의) 의결권 제한 등 제도개선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공정위가 하고자 하는 것은 각 부처차원의 규정 준수여부 차원을 넘어 각 그룹의 공익재단이 실제로 어떤 영향을 갖고 있는지 세부적으로 확인하는 것”이라며 조사목적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소식에 재계는 일제히 ‘긴장’한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기업 집단의 지배구조 개선’, ‘총수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강화 및 부당한 경영승계 차단’을 국정과제로 내세운 만큼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반응과 함께 부담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재벌개혁이 화두가 되면서 대기업 전반을 샅샅이 점검하겠다 생각은 했지만 당장 공익재단 전수조사까지는 좀 갑작스럽다”면서 “좋은 취지에서 설립한 공익재단이니만큼 전수조사라는 것에 당혹스러운 입장”이라고 조심스러움을 내비쳤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저희 재단에 문제가 있다는 건 아니지만) 전수조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을 갖가지 상황 등에 대해 약간은 우려가 되는 바”라며 “그래도 공정위의 조사목적을 충분히 인지하고 성실하게 조사에 임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시기가 좋지 않다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업계가 수출 감소로 영업성과에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재벌개혁’이란 카드가 경제성장과 관련, 원동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의 재벌개혁 추진시기가 업계의 좋지 않은 경제사정과 맞물려 내부적으론 큰 부담이 작용하고 있다”며 “특히 사회공헌을 취지로 만들어진 공익재단에 대한 전수조사가 오히려 공익활동을 위축시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밖에 다른 대기업 관계자들 의견 또한 “당황스럽다”,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식으로 말을 아끼는 한편, “공익재단까지는 좀…”이라며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진행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5대그룹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하현회 LG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 김상조 위원장,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황각규 롯데지주 사장<사진=뉴시스>

이렇듯 공익재단 전수조사에 대기업 전반이 부담스러운 입장이지만, ‘재벌개혁’에 공익재단 점검이 필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상당수 대기업 소속 공익재단들이 같은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재벌닷컴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중 20대 그룹, 40개 공익재단이 보유한 계열 상장사의 지분 가치는 무려 6조7000억원에 이른다.

그룹별로 삼성그룹의 3개 재단은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SDI·삼성화재 등 핵심 상장 계열사 지분을 2조9874억원 가량 갖고 있으며 현대차그룹의 현대차정몽구재단은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 지분 3934억원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롯데그룹의 롯데문화·롯데삼동복지·롯데장학 등 3개 재단이 롯데칠성·롯데케미칼·롯데쇼핑·롯데제과 등 4180억원 가량의 상장사 주식을 보유 중이다. LG연암문화재단과 LG연암학원도 LG그룹 상장 계열사 지분 3518억원 가량을, 현대중공업그룹 소속의 아산사회복지재단과 아산나눔재단이 갖고 있는 상장 계열사 주식도 5281억원 가량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법에 따라 공익법인은 특정 기업의 총 주식을 5% 내에서 보유할 경우 상속·증여세를 내지 않는다. 5% 주식을 기부로 보는 것. 또한 공익법인 중 외부회계감사, 결산 서류 공시 등 투명성 요건이 인정되는 성실공익법인의 경우에는 특정 기업 총 주식의 10%까지 세금을 내지 않고 기부 받을 수 있다. 다만, 최근 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지정된 성실공익법인의 경우에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과 특수 관계가 있을 경우 기업 총 주식의 5%까지만 세금을 면제 받을 수 있다.

때문에 공익재단들이 세금 혜택을 받으며 총수일가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건 아닌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부 대기업들은 공익법인의 이런 비과세 혜택을 계열사 우회 지배 수단으로 이용해 문제가 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대기업간 갈등을 최소화할 목적으로 이번 전수조사가 공익재단의 본래 설립취지 부합여부 확인을 기본 방향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경제전문가는 “국내 대기업들이 사회공헌 명목으로 공익재단을 만들었지만 일부는 설립취지에 맞지 않아 문제가 됐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전수조사를 통해 기업이 조세 회피 차원으로 재단을 운영하고 있지는 않은지, 재단을 통제하거나 운영에 직접적으로 관여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등을 명확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다만, 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원래 취지에 맞게 재단운영이 되고 있는지 그 부분에 본질을 두고 전수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기업들은 반발하기보다 조사취지에 협조하는 등 적극적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달부터 시작되는 공익재단 전수조사는 문재인 정부가 새로 만든 조직인 공정위 기업집단국이 맡게 된다. 기업집단국은 대기업의 지배구조 문제점과 일감 몰아주기, 내부거래 등 법 위반 행위를 집중감시·감독하는 등 재벌개혁 정책을 담당할 목적으로 지난 9월 출범했다.

고은별 기자  keb0522@wo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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