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구 우리은행장 사임으로 수사 전방위 ‘급물살’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최근 불거진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2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홍보영 기자] 최근 금융권에 거센 인사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채용비리부터 설문조사 개입까지 다양한 의혹이 연달아 터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에 대한 사법당국의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오랜 기간 쌓여온 금융권의 적폐를 청산한다는 차원을 넘어 인적 물갈이 과정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 검·경의 수사 받는 금융기관 6곳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새 정부 출범 전후로 소속 금융회사나 CEO가 비위 혐의로 검·경의 수사를 받았거나 진행되고 있는 곳은 6개에 달했다.

성세환 BNK금융그룹 전 회장은 주가조작 혐의로 이미 구속된 상태이며, 박인규 대구은행장은 비자금 조성 및 횡령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 외에도 이광구 우리은행장과 김용환 NH농협금융그룹 회장이 채용비리 의혹에 휩싸이며 수사망에 올랐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노조의 연임 설문조사 개입 의혹을 받고 있으며, 함영주 하나은행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 불려 나갔다.

특히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신입채용과 관련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지난 2일 사임 의사를 밝혀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이 은행장은 지난해 신입 공채 행원 선발 과정에서 일어난 특혜채용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었다.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도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5일 오전 김 회장의 금융감독원 채용비리와 관련해 농협금융지주와 수출입은행을 압수수색했다. 지난해 금감원 수석부원장을 지낸 김 회장은 김성택 수출입은행 부행장으로부터 자신의 아들 김모씨를 금감원 신입 공채에 합격시켜 달라고 청탁받고, 이를 당시 총무국장이었던 이모 국장에게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실상 연임이 확실시되고 있는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역시 최근 불거진 노조의 연임 설문조사 개입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경찰은 지난 3일 KB금융 본점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함영주 하나은행장은 이상화 전 하나은행 본부장의 특혜 승진 의혹과 산별교섭 사용자협의회 임의탈퇴 문제와 관련해 국감위원들의 질문을 받았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이상화 전 하나은행 본부장 인사 청탁과 관련해 연초 특검 참고인 조사를 받은 바 있다.

◇ 모양만 바꾼 전 정권 인사 ‘솎아내기’?

이런 가운데 금융권에 불어 닥친 칼바람이 대대적인 ‘솎아내기’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사정 한파 속에서 이 행장이 사임의사를 밝히면서 수사 대상과 범위가 전 방위적으로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금융당국은 채용비리 ‘무관용 원칙’을 천명하기도 했다. 사안에 따라서는 특별점검반을 마련해 기관장 해임까지도 고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14개 국내 은행의 채용추천제도 운영 여부를 집중 조사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제2의 우리은행 사태가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문 대통령의 채용비리 엄단 지시 이후 금융 공기업 7곳과 5개 금융 유관기관에 대해 강도 높은 채용비리에 착수한 상태다.

이에 금융권 관계자는 "이 행장의 거취는 금융업계 고위직 인사에 대한 ‘시금석’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현 정부가 금융개혁을 명분으로 인적 물갈이에 나선 것 아니겠느냐”는 견해를 내비쳤다. 실제로 이광구 우리은행장과 박인규 대구은행장은 전 정부에서 선임된 수장으로 대표적 ‘친박’ 인사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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