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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신문=안유리나 기자] "깜짝 놀랐어요. 빚내서 집 사길 잘한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에 사는 직장인 박모(43.남)씨의 말이다. 

박씨는 1년 전 어렵게 은행 빚으로 북가좌동에 작은 빌라 한 채를 구입했다. 매번 반복하는 이사도 번거롭거니와 무엇보다 주변 사람들이 부동산으로 재미를 봤다는 말에 솔깃했기 때문이다. 

최근 박씨는 인근 부동산에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생각보다 오른 집 값으로 본인도 놀란 것이다. 박씨는 "다들 집 살 때 너무 무리해서 안사는게 좋다라며 걱정했는데 빚을 내서라도 사길 잘했다"면서 "실 매매가격이 책정돼 봐야 정확하게 알 수 있지만 지금 정도라면 오히려 주변에 집을 사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여기도 이 정도인데 부동산 1번지라고 강남은 오죽할까"라며 "규제와 부동산 가격은 따로 국밥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가 치솟고 있는 집 값 상승을 막기 위해 여러가지 대안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무용지물이라는 분석이 속속 나오고 있다. 8.2 부동산 대책이 시행된지 100일이 지나는 동안 일부 규제 지역 집 값이 더 오르면서 약발이 다했다는 평가다.

8일 부동산 관련업계에 따르면 ‘8·2 대책’이 후 100일 사이 아파트 매매가격은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이 더 많이 올랐다.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규제가 가장 심한 강남3구가 1.91%로 가장 높았고 서울 전체 평균(1.55%), 수도권 평균(1.12%), 5개 지방광역시(0.32%), 지방 전체(0.12%)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8·2대책’에 따른 규제가 강화된 재건축·재개발아파트는 같은 기간 전국적으로 1.20% 상승,일반아파트 상승률(0.79%)을 크게 앞질렀다.

광역 시·도 중 서울(.55%)의 상승률이 가장 높았고 대구(0.98%) 경기(0.67%) 인천(0.58%) 등이 그 뒤를 이어갔다. 

이 기간 매매가격 상승률 상위 단지에 규제가 몰린 서울이 가장 많이 포함돼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반대의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불거지는 이유기도 하다. 

'분양권 전매' 단속에도…지난해보다 13% 거래 증가

8.2부동산대책을 전후한 올 7~9월 분양권 전매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에 따르면, 올해 7월부터 8월까지 전국 분양권 전매량은 5만 440건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수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4만 4469건에 비해 13%p 늘어난 규모다.

정 의원은 "정부의 연이은 대책이 결국 무용지물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분양권 불법전매와 투기행위를 근절하는 근본 해결책은 후분양제 전면 도입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각 지역에서 여전히 발생하는 분양권 전매 투기 행위와 이로 인한 집값 상승을 방관해선 안된다"며 "정부여당은 민간 부문을 포함한 후분양제 전면 실시에 필요한 법령 개정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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