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금융지배구조는 제왕적, 수직적…‘낙하산 인사’ 횡행 여건
이형주 금융위 금융정책과장 “소수주주의 역할 확대해야”

9일 여의도 국회 소회의실에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홍보영 기자>

[월요신문=홍보영 기자]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를 민주화하기 위해 사외이사제도를 바꿔야 한다”

금융기관이 가져야할 공공성과 투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현 금융지주의 지배구조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최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이 확실시 되고 있는 상황에서, 윤 회장의 연임에 대한 찬반을 묻는 온라인 설문조사에 회사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일었다. 이에 그동안 묵혀왔던 노조갈등이 고조를 향해 치닫고 있다.

이런 가운데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 대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서는 사외이사제도 변혁에 대한 요청이 쇄도해 관련 사안에 불씨를 지폈다.

토론회에서 정무위원회 소속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회사에 노동이사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노동이사제를 통해 기업과 대주주 견제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서울시가 지난해부터 근로자 대표가 직접 이사회에 참석하는 노동이사제를 산하 투자 출연기관 중 정원 100명 이상인 곳을 대상으로 시행중”이라며 “노동이사제 도입은 공공기관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금융권에 적용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 의원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당사자 모델’의 도입을 제안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경영에 이해 당사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에 이용득 의원도 “현재 우리에게 노사가 함께하는 경영은 너무 먼 이야기로 다가오지만, 이는 건전한 경영체계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노동 이사제도, 주주제안제도 등을 언급했다.

현재 KB노조는 주주제안을 통해 하승수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추천한 상태다.

이처럼 사외이사제도의 독립성 보장이 화두로 떠오른 배경에는 지주회장 중심의 제왕적, 수직적 체계에 대한 비판이 있다. 그동안 국내 금융회사 회장 선임은 정권 입맛에 맞는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아왔다. 이 자리에서 이경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이렇게 선임된 회장이 계열사 사장, 은행장, 본부장 등 그룹의 인사권을 장악하고 수직적 지배구조를 공고히 해 왔다”고 비난했다.

이형주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과장은 “이번 토론회가 더 바람직한 지배구조 설정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기업의 지배구조가 개선돼야 한다는 필요성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의가 없는 듯 하다. 앞으로는 그 방법론에 초점을 맞춰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국은 법규를 통해 금융회사 지배구조를 개선하는데 얼마나 일조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며 “그보다 먼저 법률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를 규율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문제도 고민에서 배제할 수는 없다”고 언급했다.

사실상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지배구조가 결정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시장의 기능이 미약하기 때문에 법으로 금융회사 지배구조를 컨트롤하고 있는 것.

이 금융정책과장은 “법에 지배구조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을 담고, 세세한 규율은 금융회사 내부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방법론을 제시했다.

아울러 그는 “우리나라 국민의 법 감정은 소극적인 측면이 있다”며 “단지 ‘지켜야하기 때문에 지킨다’는 태도에서 나아가 법의 취지를 더 잘 살리기 위해 법을 개선해나가는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금융회사 지배구조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라고 조언했다.

또 “현행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경영경과 결탁이 덜한 소수주주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에 더해 다양한 기관투자자의 책임감 있는 의결권 행사를 유도하기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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