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HDC신라면세점 제공)

[월요신문=유수정 기자] 2017년 면세업계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보복으로 인한 돌풍이 불어 닥치며 살얼음판을 걷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업계 1, 2위를 달리는 롯데와 신라면세점이 상반기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반면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들의 활약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나 이목이 집중됐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을 운영 중인 신세계디에프는 올해 3분기 9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100억원으로 지난해 5월 서울 소공동 신세계 본점에 둥지를 튼지 1년여만에 처음으로 이룬 분기 흑자다. 매출은 336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무려 38%나 증가했다.

HDC신라면세점 역시 소리 없이 강한 모습이다. 지난 1분기 11억500만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분기 흑자를 이룬 이들은 1·2분기에 이어 올 3분기에도 흑자를 낸 상태로 알려졌다.

특히나 이들은 지난 3분기 매출이 무려 3636억원을 기록했다. 용산역 아이파크몰 한 켠에 자리한 면세점이 아이파크몰 전체 매출(1434억원)보다 2.5배나 높은 수익을 보인 것이다.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의 합작법인인 이들은 2015년 개장 이후 1년 만인 지난 1월 신규면세점 가운데 처음으로 손익분기점을 넘어섰으며, 유일하게 올 한해 흑자를 기록했다.

두타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면세점63 역시 아직까지는 큰 실적을 보이지는 못하고 있지만, 차츰 매출이 증가하고 적자 폭이 줄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점유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상위 면세업체들이 사드여파에 휘청함에도 신규 면세점들이 탄탄한 내실을 쌓고 있는 이유는 과도한 마케팅이나 출혈경쟁보다는 자신의 위치에서 묵묵하게 본인들만의 색깔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우선 신세계면세점의 경우 3분기 들어 루이비통을 비롯해 까르띠에와 펜디 등 명품 브랜드를 잇달아 유치한 끝에 지난 9월 월매출을 48억원까지 올렸다. 여기에 계열사에 흩어진 면세사업이 신세계디에프로 최종 통합될 경우 그 성장률은 상상 이상일 것이라는 예측이다.

HDC신라면세점 역시 과도한 마케팅을 자제하고 송객수수료를 낮추면서 디올, 펜디, 불가리 등 LVMH계열 브랜드를 통해 월 30여억원이라는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여기에 2018년 루이비통이 유치되면 매출은 더욱 성장할 전망이다.

이들은 과거 공항 면세점만이 답이던 시대에서 벗어나 시내 면세점과 인터넷 면세점 활용 등을 통해 보다 큰 성공을 거둔 셈이다.

면세 업계 관계자는 “면세업계에서 영원한 갑으로 일컬어지던 공항공사에 업체가 소송을 제기하는 등 면세업계의 분위기가 변화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독과점 구조였던 면세업계가 급격하게 커진 상황에서 무조건적으로 공항에 입점해야만 수익이 나는 시대는 지난 만큼, 보다 다양한 채널에서 변화를 꾀할 때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한화갤러리아가 면세점 사업권을 조기 반납했던 제주국제공항 면세점 사업자 최종 후보로는 롯데와 신라 면세점이 결정됐다. 신세계는 유일하게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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