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열린 ‘한미 FTA 공청회’ 시작 20분 만에 중단, 농민들 “묻지마 공청회 용납 못해”

10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미 FTA 개정 관련 공청회'에서 FTA 개정 반대를 요구하는 농축산업계 대표자가 "공청회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사진=고은별 기자>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정부가 10일 오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과 관련한 공청회를 열었지만, 농축산업계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혀 사실상 무산됐다. 농민들은 공청회가 무산됐다며 다시 열 것을 촉구했지만 정부는 공청회를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이르면 다음 달로 예고된 한미 FTA 개정협상에 큰 난항이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통상절차법 제7조에 따른 한미 FTA 개정관련 공청회가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됐다”며 “금일 공청회 및 경제적 타당성 검토 결과를 반영해 통상절차법 제6조에 따른 한미 FTA 통상조약체결계획을 수립, 국회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앞서 무산된 공청회와 관련, “한미 FTA 개정관련 공청회에서는 개회사 및 개정 추진 경과 발표, 경제적 타당성 검토 결과 발표가 있었다”며 “각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이 예정돼 있었으나 농축산업계 관계자들의 시위와 단상점거 등으로 더 이상 의견청취가 곤란, 이후 순서는 진행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서면으로 제출받은 의견에 대해서는 서면으로 답변할 계획”이라며 “특히 농축산업계의 의견을 추가로 수렴하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와 공동으로 가급적 빠른 시간 내 관련업계와의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산업부는 이날 오전 한미 FTA 개정 관련 공청회를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농민들의 반발이 장시간 이어져 공청회를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했다. 공청회는 강성천 산업부 통상차관보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유명희 통상정책국장의 한미 FTA 개정 추진 경과보고, 김영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지역무역협정팀장의 경제적 타당성 검토 결과 발표 이후 종합 토론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10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미 FTA 개정 관련 공청회'에서 FTA 개정 반대를 요구하는 농축산업계 관계자들이 팻말을 든 채 시위하고 있다.<사진=고은별 기자>

하지만 ‘한미 FTA 개정의 경제적 타당성 검토’ 발표 중 농축산 단체 관계자들이 ‘한미 FTA 체결 결과 농축산업 반토막’, ‘한미 FTA 개정 협상 문재인 정부 치욕 협상’, ‘농축산인 생존권 보장’ 등의 팻말을 들고 시위하기 시작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등이 참여하는 ‘FTA 대응 대책위원회’는 이날 “피해산업에 대한 정확한 분석 하나 없는 이런 불공정 FTA는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단상을 향해 달걀과 신발을 던지고 책상 위에 올라가 공청회 중단을 요구하며 정부 관계자들에게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산업부 관계자가 상황을 정리해 공청회를 재개하려 했지만 대책위는 단상을 점거, 계속해서 “공청회 무산을 선언하라”며 고성을 질렀다.

이에 오전 9시50분경부터 공청회가 중단되는 사태에 이르렀고, 폐회 시간으로 예정됐던 오후 12시가 넘어서도 재개되지 못했다. 종합 토론 및 질의응답도 역시 진행되지 못했다.

대책위는 “한미 FTA 체결 후 5년간 농가에는 위기가 계속됐다”며 “대한민국 농축산업계의 피해를 정확히 분석, 반영하지 않는 이상 한미 FTA 재협상은 불가하다. (농축산업 피해상황을 면밀히 따져본 후) 공청회를 다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미 FTA 개정 관련 공청회'에서 FTA 개정 반대를 요구하는 농축산업계 관계자들이 "공청회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사진=고은별 기자>

농민들의 반발로 공청회가 파행을 겪자 산업부는 농민단체 3명을 패널로 참석시킬 것을 제안했지만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강성천 통상차관보와 대책위 측 갈등도 격화됐다. 한 농민이 “차관보는 뭐하고 있냐”며 소리치자 강 차관보가 문제해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고, 일부 농민은 차관보의 자료집을 찢으며 격앙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오전 11시경 서둘러 공청회장을 빠져나갔다.

대책위는 “정부가 공청회 전에 농민들과 대화시도도 하지 않았다”며 “피해 보상과 관련해선 바라지도 않는다. 안정적으로 산업에 종사할 수 있게끔 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대로 공청회가 진행된다면 할복하겠다는 강경한 의지도 내비쳤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한 농민은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당선 전에 농업을 챙기고 한미 FTA를 폐기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렇게 변질이 되느냐”며 “야당생활을 하며 농가 현실에 약속한 부분들을 되돌아봐 달라”고 말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틀간의 방한 일정을 마무리하고 떠난 가운데 내년 초로 예상됐던 한미 FTA 개정협상 시기가 다음 달로 앞당겨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최근 “한미 FTA 개정협상은 미국의 일방적 이해에 의해 시작됐다”며 “FTA 이해 당사자와의 소통 없이 미국에 굴복한 결과로 정부는 개정협상을 졸속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한미 FTA 개정협상에 관한 농축산업계의 계속된 반발로 FTA 개정완료 시까지 극심한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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