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거래법 적용 대부분 중소기업…불필요한 소송 남발로 산업발전 우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유수정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하며, 그간 프랜차이즈 업계에 깊게 자리했던 불공정거래와 갑질 논란의 뿌리를 뽑겠다는 뜻을 밝혔다.

고발을 활성화해 중소기업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에 가맹점주를 비롯한 소상공인들은 환영의 뜻을 전했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불필요한 소송 남발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제도의 수혜자로 떠올라야 할 중소기업이 도리어 산업의 발전 저해를 우려한 아이러니한 상황인 셈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공정위는 ‘법 집행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 중간보고서’를 발표하고 가맹거래법·유통업법·대리점법 등 ‘유통3법’에서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전속고발권이란 공정거래 관련 사건은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공소 제기를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공정위가 출범한 1981년부터 시행된 해당 제도는 고발권을 남용해 기업의 경제활동을 어렵게 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와는 달리, 그간 독점적인 고발권한을 가진 공정위가 이를 제대로 행사하지 않아 오히려 중대한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대기업을 방조한다는 지적의 중심에 서왔다. 공정위 통계연감에 따르면 1981년부터 지난해까지 공정위가 처리한 총 8만467건의 사건 중 고발은 단 1%(814건)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고자 지난 2014년부터 감사원을 비롯해 중소기업청과 조달청 등이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할 수 있는 ‘고발요청권’이 생겨났지만, 사실상 여기서도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그동안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 숱하게 지적해왔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기도 했다.

이번 공정위의 발표에 따라 법이 개정된다면 향후에는 유통3법을 위반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맹점주는 물론 소비자나 시민단체 등 누구나 불공정행위를 고발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관련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유통분야의 갑을관계에서 비롯된 불공정행위의 근절이 시급하다”며 “전속고발권 폐지가 논란이 된 이유는 그동안 공정위가 검찰 고발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인 만큼 그동안 공정위가 독점해 왔던 공정거래법 집행체계를 넓혀 행정·민사·형사의 3가지 수단이 하나의 체계로서 발전해야 한다”고 전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기업이 법을 위반할 경우 법인·임원뿐 아니라 실무자도 적극적으로 고발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 고발지침을 고칠 방침이다. 총수의 검찰 출석과 관련해 예민한 재벌그룹에 제재효과가 클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이 같은 공정위의 발표에 가맹점주들은 환영의 입장을 보였다. 그간 깊게 자리했던 프랜차이즈 산업의 ‘갑질’을 근절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김태훈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사무국장은 “그동안 공정위에서 묵살할 경우 피해를 호소할 방법이 없었던 점이 개선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약자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역시 “그간 공정위의 소극적 고발권 행사로 불공정거래행위 등 중대한 위법 행위를 제대로 억제하지 못했었다”고 지금까지의 상황을 전하며 앞으로의 변화를 기대했다.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 중인 한 가맹점주도 “본사가 가맹점에 행하는 것들이 갑질이라 생각되면서도 절차 등이 복잡해 제대로 신고하지 못했었다”면서 “법안이 개정될 경우 본사의 갑질행위에 골머리를 앓던 가맹점주들이 보다 목소리를 높일 수 있을 것이며, 애당초 본사에서 불공정거래를 근절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대기업의 불공정거래를 뿌리 뽑겠다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전속고발권이 폐지될 경우 오히려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진 상황이다. 실제 가맹거래법에 적용받는 4200여 개 가맹본부의 대부분이 중소기업이기 때문이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공정위에 신고당한 기업 8097곳 중 중소·중견기업은 무려 84.3%(6824곳)에 달했다. 대기업은 겨우 15.7%(1273곳) 뿐이었다. 특히나 중소기업의 경우 묻지마 소송(고소·고발)이 빈번해질 경우 대기업에 비해 대응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 피해를 더욱 크게 입을 수밖에 없다.

한 요식업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사실상 가맹점에서 본사의 갑질을 고발하기보다는, 경쟁업체에서 상대를 깎아내리기 위해 악의적으로 고발을 남용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불필요한 소송이 늘어나고 조사를 받게 되는 상황이 늘어나면 기업 활동에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하며 “상대적으로 대응 능력이 부족한 중소 프랜차이즈 업체는 브랜드 이미지 하락은 물론 소송비용 등에 있어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자리 창출 등에 대한 새 정부의 노력과 달리, 막상 실생활에 가장 밀접한 프랜차이즈 및 유통업을 옭아매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이번 법안으로 100조원 규모의 프랜차이즈 산업의 활동이 위축되고 발전에 제한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불거진 프랜차이즈 업체의 갑질 논란과 관련, 업체의 잘잘못을 떠나 대부분이 중소·중견업체였다는 점은 이를 시사한다.

지난 2005년 11월부터 올 3월까지 가맹점에 공급하는 치즈 유통단계에 정우현 전 미스터피자(MP그룹) 회장의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를 끼워 넣어 무려 57억원을 부당지원, 통행세 논란을 일으킨 미스터피자와 ‘갑질 논란’으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까지 선 피자헛을 비롯해 피자에땅과 신선설농탕 등이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외에도 많은 업체들에서 갑질과 관련한 이슈가 불거졌지만 대기업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과 더불어 의무휴업 등 유통업계 규제까지 강화된 마당에 프랜차이즈까지 제재를 강하는 것은 정부의 일자리 창출 방침과는 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며 “갈수록 프랜차이즈 업계 경영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자정실천안까지 내놓으며 노력을 하고 있는데 규제만 늘어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한편, 공정거래 관련 개정 법안은 의원 발의로 국회 상임위에 모두 올라간 상태이며 공정위는 중간보고서 내용을 수렴해 조만간 국회에 관련 법안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다만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우려에 대비해 하도급법과 표시광고법 등 다른 3개 법의 전속고발권 적용 법률에 대해서는 추후 과제로 남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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