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 홍보영 기자

[월요신문=홍보영 기자] # 올 상반기 수출이 크게 늘면서 세계시장 점유율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발표한 ‘최근 수출 특징과 우리 경제에 대한 기여’ 보고서를 보면, 올 상반기 우리나라 수출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3.3%였으며, 1~8월 수출액은 3751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4% 상승했다.

12일 한국무역협회가 올 상반기 수출에 대한 평가를 내놓자 언론사마다 높은 수출 실적을 찬양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부분 반도체, 선박, 석유화학 등에서 수출 실적이 크게 나아진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1~8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에 비해 54.2%나 증가했다.

무엇보다 미국, 중국에 의존적이었던 수출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무역협회는 “미국, 중국 등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완화되고, 아세안, EU, 인도 등에 대한 수출 비중이 상승했다”고 말했다.

수출 시장의 다변화가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기자는 오히려 수출 품목의 다변화가 일어나지 않은 점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크다.

지난해 한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 수는 68개로 2013년 수준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1위 수출 품목 수가 전년대비 128개나 증가한 중국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것이 반도체, 조선 중심으로 수출 실적이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고 해서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까닭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핵심 주력품목이 흔들리면 산업전체가 치명적인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 시대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경제·산업 패러다임이 급속도록 변화하고 있다. IoT(사물인터넷) 연결로 나라와 나라간 거리는 점차 좁혀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 품목의 다변화는 필수적이다. 몇 가지 상품에만 의존하는 산업 구조로는 LTE급 속도로 변화하는 산업 패러다임을 쫓아갈 수 없다.

수출 시장의 다변화와 함께 수출 품목의 다변화가 절실한 이유다.

아울러 수출 실적에만 안주하지 말고 내수 건전성 강화를 위해 보다 노력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핵’보다 무서운 ‘인구절벽’에 노출돼 있다. 에산정책처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 가능인구 감소를 잠재성장률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산업경쟁력 약화를 극복하는 한편, 새로운 형태의 산업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산업 시스템과 제도 구축도 매만져야 한다. 반짝 눈에 띄는 순위 상승에만 안주하지 말고 장거리 경주를 준비해야할 때가 아닐까.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