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의료인에게 지출한 내역 보고서로 작성·보관, 복지부 요청 시 제출해야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내년 1월 1일부터 제약회사나 의료기기 제조사는 의료인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경우, 해당 내역을 보고서로 작성·보관하고 복지부장관이 요청할 경우 이를 제출해야 한다. 이는 기업의 윤리경영을 위해 도입한 제도지만, 제약영업 사원들은 영업활동 위축으로 인해 행여 구조조정이 시행되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1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업계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경제적 이익 보고서’ 건을 두고 회사 측과 일반 영업사원들 모두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이번 ‘약사법 시행규칙’, ‘의료기기 유통 및 판매질서 유지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 따라 앞으로 의료인에게 제공한 경제적 이익과 관련해 ‘누가’, ‘언제’, ‘누구에게’, ‘얼마 상당의 무엇을’ 제공했는지까지 세세하게 기록해야하기 때문이다.

한국판 선샤인 액트(K-sunshine Act)로 불리는 이 제도는 미국 등에서 먼저 시행 중인 선샤인 액트(Sunshine-Act: 의사 등에게 제공된 이익에 대한 공개를 담은 ‘Open payments’ 제도)와 유사한 것으로 제약회사(또는 의료기기제조사 등) 단위로 제공된 경제적 이익을 체계적으로 관리·보관하게 함으로써, 의약품 및 의료기기 거래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시장의 자정능력을 제고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그동안 의약품 및 의료기기 리베이트에 대해 규제와 처벌 강화를 중심으로 사후적 정책이 추진됐다면 이 제도는 이런 노력과 더불어, 적극적 정보관리와 자정노력에 기반한 근본적 체질개선에 초점을 둔 사전적 정책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제약회사는 ▲견본품 제공 ▲학회 참가비 지원 ▲제품 설명회 시 식음료 등 제공 ▲임상시험·시판 후 조사비용 지원 등을 한 경우 ‘누가’, ‘언제’, ‘누구에게’, ‘얼마 상당의 무엇을’ 제공했는지 작성하고 영수증이나 계약서와 같은 증빙서류를 5년 간 보관해야 한다.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영업사원의 경제적 이익 제공내역을 확인할 수 있게 됨으로써 ‘비윤리적 영업행위’ 우려에 대해 철저히 모니터링을 진행할 수 있고, 의료인 입장에서는 관계법상 허용된 경제적 이익이라면 이를 정확하게 기록하고 근거자료를 보관함으로써 불필요한 오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기업의 윤리경영 측면에서는 모두가 공감하는 분위기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최근 제약회사들의 영업 정책이 리베이트 근절에 초점이 맞춰지는 등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도 이번 제도에 대해 공감하는 바고, 다국적사와의 관계 문제에서도 윤리경영이 중요한 만큼 회사 자체에서도 교육이라든지 각종 감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제약사에 근무 중인 한 영업사원도 “제약영업 쪽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 ‘요즘 누가 리베이트를 하냐’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경제적 이익 제출보고서 의무가 실행되면 일부 영업사원들의 허위보고 등 비윤리적인 영업행위를 근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제약사 영업사원들 사이에선 생계를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제약사 영업사원은 “지금도 의료인들이 커피 한 잔에도 부담을 느끼는 상황인데 앞으로 본인들이 어떤 경제적 이익을 받았는지 하나하나 기록으로 남기게 되는 것을 누가 반기겠냐”며 “실제 현장에선 의료인 대부분이 그런 부분을 기록화 하는 것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고 그럼 앞으로 영업사원과의 라포(Rapport) 형성도 어렵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제약사 영업사원은 “사실 제약영업이라는 게 알음알음 리베이트가 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제출보고서 의무가 시행되면 영업활동은 더더욱 위축, 향후 의사들의 약 선택권이 독립적이어 질 수 있고 그럼 영업사원들의 입지는 작아질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같은 업계에 종사 중인 영업사원들 사이에선 구조조정까지도 발생하지 않을까 크게 불안해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에 대해 복지부는 앞서 약사법 개정 당시 업무부담 증가 및 영업위축 등을 우려하는 의견들에 대해 최근 관련 업계가 제도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경제적 이익 지출보고서의 활용에 주안점을 두는 긍정적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여러 우려들은 이해하지만, 정보의 투명화·개방화라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한다는 취지에서 나아가야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반드시 기재해야 할 항목 등 그 작성기준에 대해서는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어떤 부분은 작성을 해야 하고 또 어떤 부분은 누락이 되면 안 되는지 아직까진 기준이 불명확하다고 본다”며 “리베이트가 당장에 근절되기는 어려울 것이라 보는 상황에서 더더욱 제도완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복지부의 시행목적에 따라 앞으로 경제적 이익 보고서 제도의 안착을 위해서는 신중하고 치밀한 검토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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