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동시대출 줄었어도 고신용자 ‘꼼수’는 늘어

동시대출 규모가 16조원을 넘어섰다고 예금보험공사는 밝혔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홍보영 기자] 같은 날 2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는 ‘동시대출’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각 금융기관에는 타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사실을 알리지 않고 진행하는 ‘꼼수대출’로 거짓 신용정보를 바탕으로 대출이 이뤄진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에 일반대출보다 부실위험이 훨씬 높아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예금보험공사는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은행, 저축은행, 대부업, 보험, 신용카드, 할부금융, 상호금융 등 전 금융권에서 취급된 업권 내 동시대출 규모가 16조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자신의 신용한도 보다 높은 대출을 받아내기 위한 편법으로 동시대출이 악용되고 있다. 금융기관 사이에서 대출 정보를 공유하는데 시간이 걸리는데, 이 틈새를 이용해 동시대출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 것.

신용정보 집중기관인 한국신용정보원에 대출정보가 등록돼 이를 금융기관이 공유하기는 데는 최대 5영업일이 걸린다. 예금보험공사는 “실무적으로 대출 당일 저녁에 대출사실을 신용정보원에 등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실시간 공유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저축은행의 동시대출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보험공사에 의하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저축은행 간 동시대출의 불량률은 7%로 일반대출 5.3%보다 1.7%포인트 높았다. 동시대출 불량률은 대출 실행 후 6개월 내 두 달 이상의 연체가 발생한 건으로 산정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신용대출의 12%를 동시대출로 취급한 모 저축은행은 동시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금이나 이자를 갚지 못한 경우)이 18.2%로 일반대출 연체율인 9.3%의 2배에 달했다. 동시대출이 이뤄진 뒤 연체율도 가파른 상승을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기관이 사후적으로 동시대출 사실을 확인하면 만기 전 대출 회수 등에 나설 수 있다”며 “실제로 대출 이후 3일 이내에는 사후 점검을 통해 대출 회수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15일 예금보험공사가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 동시대출 취급액은 38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6600억원에 비해 40%나 줄었다고 발표한 점을 언급, 금융당국이 대출모집인 일제 점검에 나선 덕분이라는 점을 어필했다.

금융권에서는 동시대출의 발생 원인으로 금융기관 간 대출정보 공유가 뒤늦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과 함께 대출모집인이 동시대출을 권유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돼 온 터다.

하지만 지난 2년 새 동시대출 규모가 16조원에 달한 만큼 금융당국의 관리 부실 의혹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16조원에는 저축은행과 대부업 등 업권 간의 동시대출 규모는 포함되지 않았다.

저축은행의 경우 동시대출은 크게 감소했지만, 고신용자 비중은 오히려 높아진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금융감독의 감독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신용 1~3등급 고신용자들의 동시대출 비중은 30%를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박종옥 예보 저축은행관리부 경영분석팀장은 “예금보험공사의 조사와 관리 노력으로 저축은행의 동시대출 취급규모나 비중이 절반 가까이 줄였지만 여전히 동시대출 규모는 상당한 편”이라며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의 특성상 실행된 대출은 회수하기 어려운데다 저축은행은 동시대출을 회수하는 일이 많지 않아 전 금융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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