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안유리나 기자]국내 부동산 업계 1위인 삼성물산이 미계약 물건으로 투기를 부추긴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치솟는 투기세력을 잡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삼성물산이 미계약 물건으로 반대 행보를 걷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지난 10일 서울 운니동 래미안갤러리에서 '래미안 DMC 루센티아'미계약 물건 추첨을 진행했다. 불과 25 가구의 주인을 가리는데 1500여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그보다 앞서 지난달 14일 삼성물산은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시영을 재건축하는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에 대한 미계약 물량 추첨을 실시했다. 1순위 청약을 실시했는데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일부 청약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하자 36가구가 미계약 물량이 쏟아진 것이다. 

삼성물산은 현장추첨을 통해 계약 희망자를 뽑았다. 36가구 모집에 무려 1,200여명이나 몰리는 기염을 토해냈다. 특히 당일 납부해야 하는 계약금이 5,000만원이었는데도 불구하고 15분 만에 완판에 성공했다. 이처럼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데에는 삼성물산이 미계약 물량으로 내놓은 조건이 달콤했기 때문이다.

'래미안 DMC 루센티아' 미계약 물건은 자금만 있다면 별다른 청약 조건이 필요 하지 않았다. 누구나 신청 가능했다. 다주택자도 가능했고 현금만 손에 쥐고 있다면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었다. 운만 닿으면 누구든 돈방석에 앉을 수 있었다. 그래서 일까. 일각에서는 이날 추첨을 놓고 '로또 위의 로또'라고 까지 표현했다. 

삼성물산 측은 이를 놓고 투명하고 객관적이라고 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기회를 준다는게 삼성물산 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미계약분으로 재미를 본 삼성물산에 대한 업계 시선이 곱지가 않다. 일단 현금 부자들만 지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내집마련에 목마른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됐다. 현금자산가들은 자산을 더욱 불릴 수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 시장이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역에 상관없이 다주택자도 신청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반대되는 행보를 걷고 있다는 지적도 터져나왔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적인 사례는 아니다"라며 "만약 미계약 물건이 발생하면 보통 후순위 추첨을 통해 물량을 해소하는 것이 상식인데 이벤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 같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그는"이벤트로 인한 광고 효과도 한 몫 톡톡히 할 것"이라며 "미계약분의 경우 예비입주자 선정 시에도 가점제를 우선 적용시켜 다주택자의 투기 기회도 차단해야 지금 정부 정책과 일맥상통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건설의 경우 현재 청약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하거나 부적격자로 확인돼 미계약분이 발생할 경우, 예비입주자를 추첨으로 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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