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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기획]중국에 울고 웃은 유통가, 지독한 학습효과로 교훈 얻었나롯데-이랜드, 사드보복 속 극명한 희비 교차 보인 이유는?
관광객들로 붐비는 명동 거리(사진=유수정 기자)

[월요신문=유수정 기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중국의 금한령(禁限令) 조치에 따라 면세 및 유통업계를 비롯한 뷰티, 식음료 등 산업 전반적인 부분에서 상당한 타격이 발생했다. 결국 2017년 상반기 실적은 사상 최악에 이르렀고, 적게는 8조에서 많게는 22조억원에 이르는 경제 피해액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되기도 했다.

이는 국내 산업계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그만큼 높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시장과 유커들은 한국 산업에 있어 단순한 ‘큰 손’ 이상이었다.

지난 11일 중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로 불리는 광군제(光棍節) 단 하루 동안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매출액이 무려 28조원 이상을 기록했다고 하니, 이쯤되면 한국 기업들이 대체 왜 중국 시장에 사활을 걸었었는지 이해가 될 만도 하다는 반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다수의 기업들은 중국 시장을 개척하고 더 큰 수익을 올릴 생각만 했지 혹여나 발생할 타격이나 이에 대응할 특별한 대안책이 없었다. 한마디로 정착 이후 안정적으로 발생하는 매출에 안주했던 셈이다.

(사진=뉴시스)

◆ 승승장구 할 것 같았던 중국 진출, 대안 없이 안주하다 맥없이 무너져

이중에서도 특히나 가장 큰 타격을 입었던 기업은 롯데였다. 사드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사드 보복의 표적이 됐던 롯데그룹은 중국 롯데마트 점포에 대한 영업중단 조치를 비롯, 면세점과 호텔의 매출 하락, 선양(瀋陽)과 청두(成都) 복합단지 공사 중단에 따른 손실 등 총 2조원에 육박하는 피해를 입었다.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시내면세점 매출의 80%가 유커에서 발생했던 롯데면세점은 금한령으로 중국인 매출이 30%나 급감하면서 전체 매출도 20% 가량 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난 2분기에는 298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총 5000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산됐다. 면세점의 매출이 하락하자 면세점과 시너지효과를 내던 롯데백화점 역시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인이 투숙율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롯데호텔 역시 금한령이 본격화 된 지난 3월 중순 이후부터 적게는 15%에서 많게는 30%까지 감소해 수십억원에 이르는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예상됐다.

롯데마트의 경우 중국 당국의 사드 보복이 본격화되며 112개(슈퍼마켓 13개 포함)의 점포 중 87개의 영업이 중단됐으며, 남은 점포 역시 매출 하락에 시달린 탓에 결국 중국 점포를 모두 매각하는 실정에 이르렀다. 피해액은 1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측되는 상황이다.

투자금 3조원의 선양 롯데타운 건설 사업과 1조원을 투입했던 청두 복합상업단지 건설 프로그램 역시 롯데의 손실에 크게 한 몫 거들었다.

롯데 이외에도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사드 보복으로 인한 피해가 잇따랐다.

우선 금한령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면세업계의 경우 점유율 2위의 신라면세점을 비롯해 신세계면세점과 중소·중견면세점 등의 실적이 모두 하락했다. 사드보복에 못 이긴 한화갤러리아가 결국 제주공항점 특허를 자진반납하겠다고 나서기도 했으며, 평택 항만의 하나면세점이 영업을 종료하기도 했다.

한류 뷰티를 선도했던 화장품 업계 역시 피해는 막심했다. 뷰티 업계의 상위 두 업체로 손꼽히는 아모레퍼시픽그룹과 LG생활건강 역시 사드 보복으로 올 상반기 코스메틱 부분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크게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고정 고객층을 탄탄하게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의 피해도 막심한데, 로드샵 브랜드나 중소·영세업체의 피해는 말할 것도 없었다.

식음료업계 역시 사드로 크고 작은 손실을 입었다. 대표적인 한류과자로 손꼽히는 마켓오와 초코파이 등을 생산하는 오리온을 비롯해 라면업계의 독보적인 점유율을 자랑하는 농심 역시 중국 법인 영업손실로 인한 피해가 상당했다.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 역시 불매운동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게 되며 상당한 손해를 입었다.

(사진=롯데그룹)

◆ 중국시장 대안으로 눈 돌린 동남아, “유커 대신 무슬림 잡아라”

장기화된 사드 보복에 업계는 입을 모아 “또 다른 시장을 구축하는 것일 뿐 결코 중국을 대체할 시장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라고 일축했지만, 결국 이들은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해 동남아와 북미 시장 등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중관계가 해빙기를 맞았다고는 하지만, 지독한 학습효과로 인한 대체 시장을 염두에 두어야하기 때문이다.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황각규 롯데지주 공동대표,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 등과 함께 인도네시아를 직접 방문하고 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물색하고 오는 등의 행보를 보였다. 또한 재계 2위인 살림그룹과 손잡고 합작법인 ‘인도롯데’를 설립, 현지 온라인쇼핑몰 ‘아이롯데’를 론칭하기도 했다.

신세계 역시 중국 시장 철수를 선언하고 베트남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지난 2015년 12월 호찌민 고밥 지역에 오픈한 베트남 1호점 이후 현재 2호점 개장을 준비 중이며, 2020년까지 2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진행할 전망이다.

면세업계 역시 중국을 제외한 해외로 눈을 돌렸다. 롯데면세점은 최근 베트남 다낭국제공항에서 매장 운영을 시작했으며, 신라면세점은 오는 12월경 홍콩 첵랍콕 공항에 문을 연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역시 잠재력이 높은 동남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말레이시아에 해외 생산기지를 구축하거나 법인을 설립하고, 할랄 인증을 거친 제품 생산과 무슬림을 공략하기 위한 제품 개발 등에 노력하는 모양새다.

식음료업계 역시 할랄 인증을 통해 인도네시아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는 등 동남아를 잡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지난 9월 라면 브랜드인 불닭 3종에 대해 업계 최초로 할랄 인증을 받고 무슬림 고객들을 겨냥할 채비를 마쳤으며, 농심과 팔도 등 역시 할랄 인증을 준비 중인 상태다.

하림그룹의 계열사 팜스코의 경우 인도네시아 축산기업 수자야 그룹의 사료 및 종계 사업부문을 인수하고 한국형 축산 계열화 시스템의 도입을 통해 동남아 육류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이슬람교의 종교적 특성상 닭고기 소비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사진=이랜드)

◆ 사드보복에도 꿈쩍없던 이랜드, 비법은 현지화?

사드로 인한 상당한 피해에 국내 기업들이 대안책으로 동남아 등 다른 시장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지만, 사드로 모든 기업이 피해를 입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사드에도 큰 손실 없이 꿋꿋하게 살아남은 기업 중 가장 대표적으로 손꼽히는 곳은 이랜드다. 중국 의존도가 상당한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사드보복으로 인한 피해에서는 비교적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1994년 중국에 진출한 이랜드는 중국 내에서 철저하게 한국 기업임을 티내지 않는 전략으로 유명하다. 중국 유통기업과 합작사를 설립하고 현지 백화점을 뉴코아 쇼핑몰로 전환하는 작업을 통해 중국인들에게 한국 기업임을 알리지 않고도 친숙하게 다가갔다. 이들은 오는 2020년까지 뉴코아를 100개로 늘릴 계획이다. 사드보복과 반한 감정으로 한국 기업들이 줄줄이 철수하는 것과 반대되는 행보다.

이 덕분에 실제 지난 광군제 기간 동안 이랜드는 국내 기업으로서는 3년 연속 부동의 매출 1위 자리를 지켰다. 지난 11일 단 하루 만에 이랜드그룹의 중국 법인 이랜드차이나는 온라인 쇼핑몰 티몰(天猫)에서 4억5600만위엔(한화 약 76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달성했던 일 매출 3억2900만위엔(한화 약 563억원)보다 39% 증가한 수치다. 중국의 사드보복에도 전혀 문제없이 오히려 매출 증가라는 성과를 보인 셈이다.

한편, 지난달 31일 한중 정부는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간 협의 결과문’을 동시에 발표하고 모든 분야의 교류협력을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는 등 사드 배치로 촉발된 갈등을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수정 기자  yu_crystal7@wo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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