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특약 없앤 얌체 손보사들 ‘뭇매’
보험업계 “정책성 보험 활성화 시급해”

지난 15일 오후 2시 49분께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6km 지점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북구의 한 학원 외벽이 무너져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홍보영 기자] 지난해 경주지진(강도 5.8)에 이어 최근 또다시 경북 포항일대에서 5.4 강도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지진발생 시 보상받을 수 있는 보험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진강도가 세지고 여진빈도도 늘면서 인적·물적 피해가 급증하고 있지만 지진 피해자들을 위한 보험체계는 여전히 미흡해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2일 포항시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본진 이후 여진이 계속되며 피해액이 커지고 있다. 19일 오전 8시를 기준으로 피해액은 522억4400만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학교 건물 107곳, 공공건물 55곳 등 공공시설 296곳이 파손되거나 균열을 일으켜 464억7800만원의 피해가 발생했고 주택 2556채, 공장 건물과 상가 등 2762곳에서 57억원 이상의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가운데 KB손해보험에서 지난해 9월 경주지진 이후 자동차 지진특약을 없앤 사실이 드러나 빈축을 샀다. 이는 비단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동부화재는 지난해 경주지진 이후 지진특약 상품을 중단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판매를 재개한 바 있다.

KB손보 관계자는 “경주지진 때문에 자동차 지진특약을 없앤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일반 지진특약 상품은 지속적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대부분의 보험회사가 지진특약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경주지진 이후 가입심사 기준을 강화한 일부 보험회사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재 보험사에서 판매하고 있는 지진관련 상품은 ▲화재보험 내 지진특약 ▲풍수해보험 ▲기업들이 주 가입고객인 재산종합보험 등 크게 3가지다.

지진특약에 가입한 보험자도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NH농협손보·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메리츠화재·MG손보·더케이손보·AIG손보 등 9개 손해보험사의 포항 지진 관련 청구건수는 16일 오후 5시 기준 약 300건으로 집계됐다. 이중 청구건수가 가장 많은 곳은 농협손보로 풍수해보험 4건, 화재보험 지진위험특약 95건, 재산종합보험 2건이었다.

이처럼 청구건수가 적은 이유는 국내에서 개인이 지진보험에 가입하는 비율이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지진 관련 보험 전체 가입금액은 약 2987조원인데 이중 기업이 가입하는 재산종합보험의 가입금액은 2917조원으로 약 98%를 차지한다. 개인이 가입하는 보험은 70조원으로 약 2% 수준에 머문 셈이다.

또 지난해 말 기준 주택 지진보험의 세대 가입률은 약 3.2%였다. 가입률이 30.5%인 일본과 비교하면 매우 저조한 수치다. 게다가 서울지역의 가입률은 8%로 심각한 안전 불감증을 나타내고 있다. 경북지역과 부산지역의 가입률은 각각 21.6%, 20.3%로 조사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서울과 수도권도 더 이상 지진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울연구원 관계자는 “서울을 관통하는 활성단층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돼 지진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보험업계에서는 개인의 안전의식 제고와 더불어 다양한 지진보험 상품, 정책성 보험 상품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정책성 보험이 활성화되지 못해 안타깝다”며 “민간회사의 지진특약 상품으로 대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일본의 경우 정부가 지진 재보험회사를 설립해 손해보험사들과 피해보상액을 분담하고 있다”며 “정부와 금융당국, 보험회사가 호흡을 맞춰 정책성 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충분한 데이터를 갖추고 있는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데이터 자체가 미비한 실정이다. 그는 “데이터가 부족해 정부 차원에서 보험료 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포항, 울산 등에 보험료를 차등 적용할 것인지 등 지역별 보험료 형평성 문제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당국이 손해보험업계와 함께 지진보험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지진보험 단독상품, 지진담보특약 확대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앞으로 정책성 보험상품이 얼마만큼 활성화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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