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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기획] 불법파견 시정명령에도 꿈쩍 않는 기업들…‘파견법’ 허점 심각
서울 시내 한 파리바게뜨 매장 전경<사진=유수정 기자>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가맹점에서 일하는 협력업체 소속 제빵기사 5378명을 사실상 직접 지휘·명령한 이유로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파리바게뜨 사건. 지난 9월 해당 사건이 업계에서 주목받으며 비슷한 형태로 운영 중인 프랜차이즈 업체 등 유통업계 전반이 긴장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협력업체와 근로계약을 맺은 제빵기사들에 대해 파리바게뜨 본사가 직접 업무지시를 내리는 등 실질적인 사용사업주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사실 이 같은 고용방식은 산업현장에 널리 확산돼 있는 악습이다. 도급 형태로 고용된 협력업체 직원에게 원청업체 측에서 업무지시를 하는 것은 그동안 당연(?)시 돼 온 일이다.

도급과 파견 모두 협력업체를 통해 원청업체에 고용되는 형태지만 업무 지시 여부에 따라 그 경계가 명확해진다. 도급의 경우 고용된 직원에게 직접적으로 업무를 지시할 수 없지만, 파견의 경우 업무 지시가 가능하다.

지난 3일 오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법률원 등의 변호사, 노무사들이 만도헬라의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와 관련 고용노동부를 규탄하는 성명발표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최근엔 한라그룹 계열사인 자동차 부품 업체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이하 만도헬라)가 사내하청 근로자 325명에게 직·간접적으로 업무지시를 한 혐의로 중부지방고용노동청으로부터 불법파견 판정과 함께 직접고용 명령을 받았다.

이에 사내하청 근로자 325명 중 개인사정 등으로 직접고용을 희망하지 않은 19명을 제외한 306명이 만도헬라 기능직군 정규직 노동자로 고용됐으나 그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노동부가 지난 9월 만도헬라를 상대로 불법파견에 해당하는 근로자에 대해 직접 고용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리자 만도헬라는 한 달 후 정규직 채용조건으로 ▲파견법 위반 고소 등 일체의 민사소송과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및 형사고소 취하 ▲파견법 위반 여부에 대한 일체의 이의제기(임금청구 등 민사상 청구, 파견법 위반 고소 등 형사고소, 기타 관련 기관에 대한 진정 등 포함)를 하지 않는 다는 내용이 포함된 채용지원서 제출 등을 제시하고 ‘채용지원서, 민사소송 취하서, 형사고소 취소서, 노동위원회 사건 취하서’ 제출과 파견법 위반 여부에 대한 ‘부제소합의 동의’에 동의하도록 해 물의를 빚었다.

더욱이 이러한 조건을 거부함에도 채용을 원할 경우 계약직(근로계약 1년) 지원으로 표기해 제출토록 해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만도헬라의 백기투항 조건은 파견법을 무력화시키는 악랄한 방법”이라며 “만도헬라 대표이사의 구속수사로 사측의 전방위적 노동관계법 위반에 대해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만도헬라가 계약직 형태로도 직접고용을 제안할 수 있던 이유는 파견법에 일부 ‘허점’이 있기 때문이다. 현행 파견법상 직접고용을 반드시 정규직으로 해야 한다는 명확한 규정이 없어 현재로선 비정규직으로 단기계약을 해도 문제되지 않는다.

만도헬라를 비롯해 한전KPS도 여러 차례 불법파견 판정을 받아 노동부로부터 직접고용 지시를 받았지만 무기계약직 또는 기간제 근로계약을 요구한 사례가 있다. 또한 이마트가 불법파견 근로자를 계약직으로 직접고용한 뒤 기간만료 후 해고한 사례도 존재한다.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업계부터 철강·부품사 등 제조업에도 불법파견, 불법도급은 이미 고질적인 문제로, 고용부가 조사한 불법파견 사업장의 사내하청 업체 중엔 실체가 없는 이른바 ‘페이퍼 컴퍼니’인 경우도 많았다.

문제는 이처럼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던 기업이 직접고용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단기계약을 체결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법원이 ‘직접고용 의무’를 지는 사용자에게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 즉 정규직으로 고용하도록 여러 차례 판결한 바 있지만 현재로선 이 부분을 제재할 마땅한 근거가 없다. 정규직이든 단기계약이든 직접 고용하라는 논리일 뿐이다.

이런 점 때문에 직접고용 명령 대상이 된 파견근로자들은 고용형태나 연장여부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원청업체의 직접고용을 거부하거나 자진 퇴사하기도 한다. 원청업체가 ‘버티기’라도 한다면 직접 고용되기까지 시일이 오래 걸려 아예 이탈해버리는 근로자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노동계는 파견법의 ‘고용의무’ 조항을 ‘고용의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재 국회에 제출된 파견법 개정안 중에는 현행 고용의무 조항을 고용의제로 변경하고 고용의제 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의 고용, 즉, 정규직으로 보도록 하는 개정안이 있다. 고용의제 시 이 개정안은 고용의제에 대한 회피를 처벌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여기다 내년부터 대규모 사업체의 고용형태 현황 공시 범위가 확대될 방침까지 더해져 사업주의 인식 개선 및 적법한 고용체제가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고용부 지침에 따라 내년부터는 사업체 단위의 고용형태 현황 공시와 함께 사업장 내 파견, 용역, 하도급 계약에 따라 근무하는 근로자가 주로 수행하는 ‘업무내용’도 공시해야 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금까진 사업체 단위의 고용형태만 공시하고 있어 다수 사업장으로 이뤄진 경우 사업장별 고용형태 현황과 소속 외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이를 개선한 것”이라며 “고용형태 공시제가 사업주의 인식 개선 및 자율적인 고용개선을 유도하는 기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은별 기자  keb0522@wo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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