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거래소 난립, 해킹 등 피해입어도 보상 미비
금융당국 소비자보호 고심…“거래소 등록요건 강화해야”

지난 9월 오픈한 가상화폐 오프라인 거래소 코인원블록스.<사진=뉴시스>

[월요신문=임민희 기자] 최근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특히 대표적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블록체인 기술 활용한 암호화폐) 가격은 이달 들어 1000만원대까지 치솟으며 가히 광풍수준을 보이고 있다.

일본, 영국 등 다수의 국가들이 이미 가상화폐를 결제수단으로 인정하고 있으나 워낙 변동성이 크고 투기적 성격이 강한데다 투자자보호 장치가 미흡해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몇 년 새 가상화폐 거래소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투자규모도 점차 확대되고 있어 금융당국 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가상화폐 거래소가 국내에 처음 등장한 이래 현재 빗썸, 코인원, 코빗 등 30여개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화폐는 실물없이 사이버상으로만 거래되는 전자화폐의 일종으로 고객의 개인정보 없이도 어제 어디서나 거래가 가능하고 국경, 휴일, 국가간 환율, 거래제한 한도 등에 영향을 받지 않지 않는다. 미국과 일본, 영국, 베트남 등은 가상화폐를 결제수단으로 인정한 반면 우리나라는 투기적 요인을 감안해 가상화폐 유통만 허용하고 있다.

국내업체들은 가상화폐 열기에 발맞춰 잇따라 거래소 설립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가 투자한 핀테크 전문기업 두나무는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인 ‘비트렉스’와 독점제휴를 맺고 지난달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오픈했다. 다음달 6일에는 SCI평가정보가 100% 출자한 가상화폐 거래소 ‘에스코인’이 출범한다.

국내 거래소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중 가장 인기있는 가상화폐는 단연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1월 120만원대에 불과했으나 이달 들어 1000만원대를 돌파했다. 비트코인은 국내 1위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에서만 1조원 이상(24시간 기준)이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거품 논란이 제기되는 가운데 진입 규제가 전무한 한국의 가상화폐 거래소에 중국과 일본 등 해외거래소들이 앞 다퉈 몰리면서 한국이 투기의 장으로 변질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또한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해킹이나 접속장애 등으로 피해가 발생해도 제대로된 보상규정도 마련돼 있지 않다. 실제로 지난 12일 오후 4시경 빗썸에서 서버접속 장애가 발생해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집단소송에 돌입했다. 이들은 접속장애로 인해 1시간 30분간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283만원에서 168만원으로 떨어져 큰 손해를 입었다며 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빗썸이 해킹을 당해 이용자들이 큰 피해를 입기도 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원에서도 지난 21일 오전 10시 20분부터 11시 5분까지 로그인 접속장애가 발생했다. 업비트의 경우 이날 오후 1시경 접속량 폭주로 인해 일시적으로 가상화폐 리스트가 보이지 않아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현재 전자금융거래법(2조 15호)상 전자화폐의 정의와 요건만 규정하고 있을 뿐 투자자 보호에 대한 법률규정은 전무한 상황이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금융업이 아닌 통신판매업자로 취급된다.

하지만 가상화폐 거래규모 확대로 소비자 피해 우려가 높아지자 금융당국도 규제마련에 나섰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2일 열린 가상화폐와 정책과제 국회토론회에서 “가상통화 거래를 성급하게 제도화하기 보다는 소비자보호, 자금세탁 차단, 과도한 투기 방지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현재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TFT에서는 가상통화거래행위에 대한 규율체계를 마련 중이다.

금융전문가들은 무분별하게 만들어지고 있는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자격요건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와 금융당국이 가상화폐를 금융상품으로 인정하진 않지만 실제로는 금융상품처럼 거래가 되고 있는 만큼 소비자보호와 거래로 인해 발생하는 세금문제에 대해 정부가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100% 투기거래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리스크(위험)를 감수하고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금액에 대해서는 보호를 해줄 필요가 없다”면서도 “다만 정부가 허가를 내준 가상화폐 거래소의 경우 등록요건을 강화해 보안, 운영, 시스템 등의 문제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에게 보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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