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의결 신청 후 2차 피해구제안 또 기각…본안 심의서 위법성 다룰 전망

김문식 공정거래위원회 제조업감시과장이 지난 22일 전원회의에서 ‘현대모비스(주)의 거래상 지위남용 행위 관련 동의의결 절차 개시 신청 건’을 심의한 결과,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대리점에 ‘부품 밀어내기(구입 강제)’를 하다 적발된 현대모비스의 2차 피해구제안이 또 다시 기각됐다. 지난 6월 제출한 시정방안을 보완해 최종 구제안을 제출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대리점 피해 구제, 밀어내기 행위 근절을 위한 ‘효과적인 방안’으로 보기 어렵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28일 공정위에 따르면 위원회는 지난 22일 전원회의에서 현대모비스의 거래상 지위남용 행위 관련 동의의결 절차 개시 신청 건을 심의한 결과, 이를 개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동의의결이란 불공정행위를 한 기업이 소비자 피해구제안을 마련하고 문제가 된 부분을 시정하면 공정위가 위법성을 따지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현대모비스는 동의의결 개시를 신청하면서 대리점 피해구제와 거래질서 개선을 위한 시정방안을 지난 6월22일 제출한 바 있다.

공정위가 이번에 내놓은 현대모비스의 시정방안도는▲대리점 피해를 실질적으로 구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보기 어렵고 ▲구입 강제 행위의 재발을 막기 위한 근본적이고 실효적인 방안으로 보기도 어려우며 ▲기타 후생 지원 방안도 상당수가 이미 시행 중인 내용이다.

현대모비스는 2010년 1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매년 자사의 국내 정비용 자동차 부품 사업 부문에 대해 과도한 매출 목표를 설정한 뒤 목표 달성을 위해 ‘임의 매출’, ‘협의 매출’ 등 명목으로 구입 의사가 없는 부품 대리점들에게 자동차 부품 구입을 강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현대모비스는 대리점 피해 구제를 위해 ▲대리점의 피해 구제 신청을 토대로 동의의결 확정일로부터 1년간 피해 보상 실시 ▲상생 기금 100억원 추가 출연 ▲전산 시스템 관리비 지원, 경영 컨설팅 등 현재 시행 중인 대리점 지원 방안을 매년 약 30억원 규모로 확대 추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본사-대리점 간 거래 질서 개선을 위해 ▲전산 시스템 개선(협의 매출 반품 사유 추가) ▲협의 매출을 한 직원에 대한 징계 규정 제정 ▲실태조사를 통한 협의 매출 감시·감독 강화 ▲협의 매출에 대한 신고제도 신설 ▲일선 부품 사업소 직원 대상 교육 강화 등의 방안도 함께 내놨다.

아울러 이번에 현대모비스가 수정 제출한 시정안에는 제3자를 통한 피해구제협의회를 구성, 대리점 피해 신청을 보상하는 방안이 담겨있다. 대리점 쪽에서 직접 피해규모를 산정해오면 피해구제협의회에서 보상액 규모를 판단하겠다는 것.

여기에 대리점에서 부품을 구입할 경우 부동산이나 예금으로 담보를 잡았던 관행을 대리점에 유리한 신용보증기금으로 전환하는 방안 등을 추가로 포함시켰다.

하지만 공정위는 재차 이 같은 시정방안이 대리점 피해 구제나 구입 강제 행위의 근절 또는 예방을 위한 방안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그동안 동의의결 신청으로 중단됐던 현대모비스의 제재 심의를 재개하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아직 본안 심의와 관련된 정확한 회의일정은 미정”이라면서 “향후 전원회의를 개최해 현대모비스의 구입 강제 행위에 대한 법 위반 여부, 제재 수준 등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과거 잘못된 거래관행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바람직한 거래질서 구축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 열릴 전원회의에서 회사의 이러한 입장을 다시 한 번 소명하겠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과거 대리점에 물량 밀어내기를 한 남양유업과 건국유업 사례를 볼 때, 공정위가 현대모비스에 대해 과징금 및 검찰 고발 등 고강도 제재를 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공정위는 2013년 남양유업의 물량 밀어내기 등 갑질 사태에 대해 과징금 124억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상고과정에서 강제로 할당한 수량 등을 입증하지 못해 과징금 취소 판결을 받았고, 최종적으로는 5억원의 과징금을 확정했다. 또한 7년간 대리점에 물량 밀어내기를 한 건국유업에는 검찰 고발 조치와 함께 과징금 5억원을 내렸다.

더욱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최근 대기업의 ‘갑질’ 논란과 관련, 검찰 고발을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나서 현대모비스 최고 경영진에 대한 검찰 고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월30일 심의과정에서 현대모비스의 물량 밀어내기 혐의에 대해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 순환출자의 정점에 있는 회사”라며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한 회사로서 현대모비스의 수익성을 올려야 하는 이유가 분명하기 때문에 20조원 매출액 가운데 1조원에 불과한 대리점 간의 거래도 중요한 과제”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공정위가 지난 8월부터 모든 산업의 본사와 대리점을 대상으로 거래 실태조사를 실시 중인 가운데 내년 초부터는 본사-대리점 간 불공정거래 관행 근절을 위한 종합 대책 마련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공정위는 해당 조사를 통해 본사를 대상으로는 대리점 명단, 유통 경로(대리점, 대형마트, 온라인 등)별 거래 비중, 반품 조건, 계약 기간, 위탁 수수료 등을 파악할 계획이다. 대리점을 대상으로는 서면 계약서 수령 여부, 영업 지역 설정 여부, 밀어내기 등 불공정 행위 경험 유무, 사업자단체 가입 여부, 주요 애로사항 등을 조사할 방침.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사를 통해 일부 업종이 아닌 우리나라 전반의 대리점 거래 실태를 상세히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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