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고은별 기자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대리점 밀어내기’ 사태로 불매운동까지 벌어졌던 남양유업 사태, 2013년 대리점에 유제품을 대량 강매하고 욕설 파문까지 일어 고위 경영진이 대국민사과도 한 대대적인 사건이었다.

차츰 잊혀져가는 듯 했는데, 올해 또 다시 대리점을 대상으로 한 대기업의 ‘밀어내기 갑질’이 공정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먼저 2013년 발생한 남양유업 사태를 보고도 계속해서 가정배달 대리점들에게 제품 구입을 강제한 건국유업이다.

건국유업은 2008년 7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약 7년10개월동안 272개 가정배달 대리점에 주문하지 않은 제품을 사들이도록 강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건국유업이 떠넘긴 제품은 신제품·리뉴얼 제품 등을 비롯해 총 13개 품목으로 이들은 대리점 주문이 마감된 후 주문량을 일방적으로 수정, 출고해 추가된 수량까지 대리점에 대금을 청구했다. 수요예측 실패로 재고가 늘어나거나 신제품 최소 생산수량을 맞추지 못하면 그 책임을 대리점에 전가하기 위해 밀어내기를 했다고 공정거래위원회는 판단했다.

이 같은 밀어내기 행태는 약 8년여 간 지속되다가 지난해 11월경 익명의 제보를 통해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현대모비스가 대리점 상대로 ‘부품 밀어내기’를 하다 적발이 돼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회사는 2010년 1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매년 자사의 국내 정비용 자동차 부품 사업 부문에 대해 과도한 매출 목표를 설정한 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임의 매출’, ‘협의 매출’ 등 명목으로 구입의사가 없는 부품 대리점들에게 자동차 부품 구입을 강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렇듯 ‘밀어내기 갑질’은 여전한데 비해 관리나 처벌수준은 아직도 미약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남양유업에 당초 내려진 124억원의 과징금이 증거 부족으로 5억원에 그친 점 등 조사과정에서 발생한 부실한 일처리도 논란의 여지로 남아 있다.

그나마 공정위에서 지난 8월부터 모든 업종의 본사와 대리점 간 거래 실태에 대해 대대적인 기초조사를 하겠다고 나섰지만 국내에 본사만 4800여개, 대리점이 70만개임을 감안할 때 얼마나 실효성 있는 조사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이번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내년 초 대리점 보호대책이 마련될 것으로 보여 앞으로 본사-대리점 간 공정거래 분위기 확산에 계기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전 산업에 걸쳐 있는 ‘물량 밀어내기’ 행태는 대기업이라는 ‘갑’의 횡포임이 분명하다. 몇 해 전 한 식품업체의 지방 대리점주가 본사의 밀어내기 물량에 따른 빚을 감당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가 있었다.

공정당국에서는 이 같은 사례가 재차 발생하지 않도록 본사-대리점 간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와 관리를 수행해야 할 것이다. 대리점을 대상으로 한 ‘갑질’을 막기 위해 당국이 팔을 걷어 부친만큼 의도한 바대로 성과가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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