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홍이냐? 아니면 그래도 친박이냐

홍준표 대표와 친박계의 운명을 건 싸움이 시작됐다.  오는 12일 정우택 원내대표의 후임을 선출할 경선이 펼쳐진다.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윤명철 기자] 12일로 예정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 후보군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28일 한선교 의원이 출마선언을 한 데 이어 지난달 30일 홍문종 의원이 경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한-홍 양 의원은 수도권 출신의 친박계다.

현재 출마가 예상되는 후보군은 친박계와 범 친박계, 그리고 친홍계로 분류된다. 친박계는 한선교·홍문종 의원이, 이주영·조경태 의원은 범 친박계, 친홍계는 김성태 의원이다. 당초 출마가 예상되던 나경원 의원은 1일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결국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친박과 친홍의 싸움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홍준표 대표는 안정적인 당 장악을 위해, 친박계는 자신들의 사활이 걸린 이번 경선을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 공천에서 양 계파의 지분도 이번 경선 결과에 따라 확연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양 측 모두 총력을 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친박계는 당권을 상실했지만 탄탄한 조직력을 갖추고 있다.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고 당내 기반이 취약한 홍준표 대표를 위협하고 있다.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한 친박 한선교 의원도“홍준표 대표의 사당화를 더 이상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며 선전포고를 한 바 있다. 한 의원은 지난달 28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제 더 이상 못 들은 척, 못 본 척을 할 수 없어 원내대표 경선에 참여키로 결심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계속 모른 척 하고 넘기기엔 제가 속한 정당의 대표인 홍 대표의 언사가 도를 넘긴 지 오래 됐다. 바퀴벌레로 시작해 이제 암 덩어리 더 나아가 고름이란 막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박근혜 정부시절 대표적인 친박 실세로 인정받던 홍문종 의원도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포용과 도전'(포도) 모임 직후 기자들과 만나 홍준표 한국당 대표를 겨냥해 “말을 가려서 했으면 좋겠다. 모두 하나가 돼 당을 재건, 발전시켜야 해야 한다. 그런데 (홍 대표는) 그렇게 하는 것이 옳은지 한 번 생각해 보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당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그것을 하나로 모아서 당 전체의 힘으로 통합할 수 있는 리더십이 원내대표에게 필요하다”며 경선 참여를 공식화했다.
 
친홍계로 분류된 김성태 의원은 “원내대표 선거를 두고 일부 언론에서 계파구도로 보려는 시각이 있지만 이번 선거는 계파싸움이 아니다”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은 지난달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금은 친박이니 친홍이니 하는 계파가 아니라 한국당과 보수진영 전체가 이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돌파해 나갈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영남권의 이주영 의원과 조경태 의원도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홍준표 대표와 미묘한 갈등을 빚은 이주영 의원은 친박계가 지원한다는 설도 나돌고 있지만 최근 본인은 자신은 계파적인 색채의 의미에서 친박은 아니다라고 못을 박은 바 있다.
 
지난 20대 총선 전 더불어민주당에서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으로 말을 갈아탄 조경태 의원은 범 친박계로 분류되지만 계파색이 얕은 것이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 내에서는 결선투표제가 적용되는 원내대표 경선의 특성 상 중도표심을 누가 선점하느냐를 중요한 포인트로 보고 있다.
 
보수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이번 원내대표 경선의 결과에 따라 홍준표 체제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본다”면서 “탄핵정국이 시작된 이래 제대로 기를 펴지 못했던 친박계가 얼마나 단결력을 발휘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내 기반이 취약한 홍 대표도 이번 경선을 통해 자신의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선 친홍과 비박계를 결집시킬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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