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임민희 기자] 가상화폐 논란이 뜨겁다. 금융권에선 가상화폐를 두고 ‘새로운 지급결제 수단’과 ‘투기수단’이란 두 가지 시각이 공존하며 갑론을박을 다투는 모습이다.

가상화폐 논란의 핵심은 가상화폐를 과연 화폐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가상화폐는 실물없이 사이버상으로만 거래되는 전자화폐의 일종이다. 발행주체가 없어 국가간 환율이나 거래제한 한도 등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블록체인(공공거래 장부) 기술을 기반으로 익명성이 보장되며 은행을 거치지 않고 P2P 방식으로 개인과 개인이 직접 거래할 수 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비트코인, 이더리움, 라이트코인 등 1200여개의 가상화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화폐의 대표주자격인 비트코인은 채굴하거나 구매하는 방식으로 획득한다. 채굴의 경우 복잡한 연산작업(암호해독)을 통해 주어지는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현금을 내고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국내에도 빗썸, 코인원, 코빗 등 30여개의 가상화폐 거래소가 운영되고 있다. 국내 거래소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2조원에 달한다. 특히 비트코인 가격은 11월 들어 1000만원대로 치솟으면서 투자자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비트코인 광풍을 ‘튤립 버블(Tulip Bubble)’에 비교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당시 희귀한 튤립구근 가격이 집값 수준으로 거래되다가 가격급락으로 큰 경제위기를 초래한 바 있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튤립 버블’과 유사한 전철을 밟고 있다. 비트코인은 하루에도 급등락을 반복하며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최근 5년간 4000% 이상 올랐는데 올해에만 400% 이상 뛰었다. ‘튤립 버블’ 당시 튤립 가격은 3년간 5900% 올랐다가 폭락한 바 있다.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열기가 고조되면서 거래소 해킹, 다단계판매 등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가상통화는 화폐나 금융상품이 아니다”라며 화폐로서 가치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규제를 강화해 소비자보호와 자금세탁 차단, 과도한 투기를 방지하겠다는 복안이다. 현재 법무부가 주관하는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규제방안을 마련 중이다.

비트코인 가격 급등으로 한국시장이 국제적 투기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는 이때, 정부가 이제라도 가상화폐 규제에 나선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투기열풍에 기대 가상화폐 거래소가 몇년새 우후죽순 생겨나고 수천억원의 투자사기가 벌어질 동안 금융당국은 손놓고 이를 바라보기만 했다.

현재 블록체인협회 등 관련업계에선 가상화폐를 새로운 결제수단으로 허용해 제도권으로 편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변동성이 크고 관리주체가 없어 컨트롤하기 어려운 가상화폐를 공식 화폐로 인정해 달라는 것은 투기를 합법화해 달라는 말과 다름없다.

가상화폐를 결제수단으로 인정한 일본과 영국 등도 투기를 막기 위해 규제를 강화해 나가는 추세다.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한 중국의 경우 자체 디지털 화폐 도입을 검토 중이다.

가상화폐의 실체를 바로 알리고 개념정립도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가상화폐를 ‘화폐혁명’으로까지 부르고 있지만 비트코인 광풍이 얼마나 갈지, 거품이 꺼졌을 때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가상화폐를 규제하는 것이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을 막는다는 주장 역시 어불성설이다. 블록체인은 이미 은행, 보험, 증권사 등 금융권에서 다병면으로 활용되고 있다.

투기를 목적으로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발생한 손실 책임은 당연히 투자자의 몫이다. 그러나 가상화폐가 실제 금융상품처럼 거래가 되고 있는 만큼 최소한의 소비자보호 장치는 마련돼야 한다.

특히 무분별하게 생겨나고 있는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진입요건을 강화하고 이미 운영 중인 거래소에 대해서도 운영, 보안 등의 문제로 피해발생시 적용할 수 있는 보상규정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가 가상화폐 규제카드를 꺼낸 만큼 지금의 투기광풍을 잠재우기 위한 실효성있는 해법을 내놓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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