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에서 관광객들이 면세 쇼핑을 즐기고 있다. (사진=유수정 기자)

[월요신문=유수정 기자] 강력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을 자행했던 중국 정부가 한국 단체 여행상품 판매를 조건부로 허용하는 등 금한령(禁限令)을 해지할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관광·면세업계는 마냥 웃지만은 못하고 있다.

한동안 끊겼던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를 위한 국내 여행사들의 경쟁은 물론, 시내면세점 세 곳이 신규 오픈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면세 시장의 고객 유치 경쟁 역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 송객수수료인 ‘인두세’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5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베이징에서 아시아나항공 OZ334편을 타고 입국한 중국 단체 관광객 31명은 이날 오후 시내면세점인 신라면세점 서울점에 방문했다. 이들은 앞서 지난 3월 중국이 한국 여행상품 판매를 전면 금지한 이후 사실상 여행상품을 이용해 처음으로 입국한 단체 관광객이다.

앞서 중국 당국은 지난달 28일부터 베이징과 산둥성 지역 등 일부 지역에 한해 조건부로 한국단체관광을 허용한 바 있다. 지난 10월 한중 정부가 동시에 발표한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간 협의 결과문’에 따라 양국이 모든 분야의 교류협력을 조속히 회복시켜 나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차차 허용 지역이 늘어날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사드 해빙기를 맞은 시점에도 불구하고 유커의 귀환만을 손꼽아 기다려왔던 관광·면세업계는 여전히 고심이 많은 상황이다.

앞서 지난 몇 년간 쏟아진 중국 단체관광객의 방한 여행 상품 대부분이 최소한의 항공권 비용이나 호텔 숙박비조차 제대로 책정되지 않은 일명 ‘초저가’ 상품이었기 때문.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 여행사가 단체 관광객 유치와 관련해 요구하는 송객수수료까지 더해졌기에, 결국 국내 여행사들은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한 방안으로 쇼핑 위주의 코스로 운영할 수밖에 없던 바 있다.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지금이 무분별한 쇼핑 위주의 ‘초저가 관광 상품’으로 골머리를 앓았던 과거 한국 여행 상품의 고질적인 문제를 뒤엎을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한국 여행사들이 슬슬 재개될 중국 단체 관광 유치를 위해 서로 경쟁하고 나선다면 결국 중국 현지 여행사의 ‘갑질’에 또 다시 휘둘릴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2일 베이징에서 입국한 중국 단체 관광객 31명이 5일 오후 시내면세점인 신라면세점 서울점에 방문했다. (사진=신라면세점 제공)

아울러 면세업계 역시 유커의 귀환을 반기는 분위기 속에서도 한편으로는 갈수록 늘어나는 여행사(가이드) 지급 송객수수료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날 관세청에 따르면 면세점 송객수수료는 2013년 2966억원에서 2014년 5486억원, 2015년 5630억원으로 갈수록 증가하다가 2016년에는 무려 967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갈수록 심화된 면세업계의 경쟁 탓으로 분석되는데, 여기에 오는 2018년 시내면세점 세 곳까지 추가로 오픈할 경우 송객수수료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 실정이다.

특히나 중국 단체 관광 상품이 재개될 경우 보따리상(따이공 ·代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면세업계를 타깃으로 한 여행상품이 또 다시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역시 송객수수료 증가에 크게 한 몫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 시내면세점 관계자는 “금한령 이후 사실상 보따리상이 유일한 매출 발생지였던 상황에서 송객수수료를 높여서라도 유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실토하면서도 “앞으로 중국 단체관광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 속에서 업계 경쟁이 송객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력을 다하겠지만 이마저도 혹시나 담합으로 비춰지지 않을까 조심스럽다”고 토로했다.

한편, 앞서 지난 2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도한 면세점 송객 수수료(리베이트)가 저가 관광을 야기해 시장이 무질서함은 물론, 우리나라 관광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이유로 송객수수료를 일정한 수준으로 규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관광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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