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원내대표 경선의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듯

퇴장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윤명철 기자] 자유한국당은 예산정국에서 완패했다. 명분도 실리도 다 잃은 상처투성이 참패였다.

자유한국당의 참패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일단 4일 여야 3당의 잠정합의안에 동참한 것이 명분을 잃은 것이다. 비록 공무원 증원과 법인세 인상에 유보안을 내놓았지만 이미 대세는 기울어져 있었다. 정우택 원내대표가 아무리 강변을 한 들 당내의 거센 반발을 고려하지 않고 잠정합의안에 서명을 한 상황에서 뒤늦게 의원총회를 거쳐 강경 모드로 전환했을 땐 이미 게임은 끝났다.
 
또 자신들이 그토록 반대했던 법인세법 개정안이 통과된 후에 의장석에 몰려와 정회를 요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리도 떠나갔다. 이어 자신들의 보이콧으로 이튿날 새벽까지 넘어간 국회 표결에 불참했지만 예산안은 통과됐다. 제1야당의 체면이 제대로 구겨진 것이다.
 
당 지도부의 태도도 참패의 중요한 원인으로 볼 수 있다. 홍준표 대표가 과연 이번 예산 정국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앞선다. 홍 대표는 예산안 법정시한이 넘어선 지난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예산안 처리하느라 원내지도부가 주말도 잊고 고생을 했다. 예산안이 퍼주기 복지로, 또는 무작정 공무원 늘리기로 흐르지 말았으면 한다”는 아주 짧은 멘트를 남겼다. 그는 다음 주로 예정된 일본 방문과 북핵 문제에 대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실제로 당 내 분위기는 12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미 여러 후보가 출마선언을 했고, 몇 몇 후보는 출마 여부에 고심 중이다. 이 와중에 예산안 표결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특히 이번 주 최고위원회에 보고된 당무감사 결과에 상당수 원외 당협 위원장들은 모든 촉각이 곤두세워져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운명이 걸린 당무감사 결과에 따라 당협위원장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 비록 이들이 원외 당협위원장이지만 원내 의원들 입장에선 자기 세력의 운명이 걸린 상당히 심각한 문제로 볼 수 있다. 결국 당 내 분위기는 예산안에 집중할 수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예산안이 통과된 후의 모습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다. 국회 표결 후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민의당을 겨냥해 “눈앞의 이익 앞에서 비굴하게 무릎 꿇은 국민의당”이라고 비판했다. 홍준표 대표도 “국민의당이 위장야당이 아닌가?”라는 발언으로 국민의당의 거센 반발을 초래했다.
 
범 보수권의 한 인사는 <월요신문>과의 만남에서 “자유한국당은 아직도 자신들이 여당인 줄 아는 것 같다. 친박과 비박의 대립으로 망한 정당이 이제는 친홍과 비홍의 싸움으로 전환된 것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을 대표하는 인사들이 딴 생각을 하고 있으니 예산전쟁에서 승리를 바랄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하며 “만약 친홍이 12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패배한다면 이번 예산전쟁 참패가 주요 원인이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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