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이달 3일부터 제조·수입되는 의약품들은 포장용기에 모든 성분을 표시해 시판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소비자들이 의약품 표시 정보를 더욱 쉽게 알 수 있도록 일반의약품의 ‘주표시면’과 ‘정보표시면’으로 구분·기재토록 하고, 의약품 전 성분 표시에 대한 표준 도안을 따로 마련했다.

6일 식약처에 따르면 이번 의약품 전 성분 표시제는 의약품에 사용된 모든 첨가제의 명칭을 기재토록 지난해 약사법이 개정된데 따른 것이다. 의약품과 달리 화장품은 이미 2008년부터 전 성분 표시제가 시행되고 있다.

식약처가 지난 6월 밝힌 ‘의약품 표시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을 보면 먼저 일반의약품 용기·포장은 소비자가 의약품을 구매할 때 필요한 정보를 담는 ‘주표시면(앞면·아랫면·오른쪽면)’과 의약품 사용·취급에 필요한 ‘정보표시면(뒷면·윗면·왼쪽면)’으로 나뉜다.

주표시면엔 ‘일반의약품’이란 문자와 ▲허가 받은 자 또는 수입자 상호 ▲제품명 ▲중량 또는 용량이나 개수가 표시되고, 정보표시면엔 ▲모든 성분 명칭 ▲유효성분 및 보존제 분량 ▲효능·효과 ▲용법·용량 ▲사용 또는 취급시 주의사항 ▲저장방법 ▲사용기한 등이 기재된다.

기존에 시판되던 일반의약품에도 유효성분, 첨가제, 타르색소 등 정보가 표기돼 있었으나 일부 의약품에 그칠 뿐, 이번 개정안은 모든 일반의약품을 대상으로 그 외 전 성분까지 기재토록 ‘의무화’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유효성분, 첨가제, 타르색소 외의 기타 모든 색소, 동물유래성분과 부형제(원료 가루를 알약 형태로 만들 때 넣는 첨가물)까지도 전부 기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직 시중엔 기존 의약품 재고가 남아있는 상황이라 식약처가 제시한 표준 도안에 따라 포장용기가 변경된 의약품을 찾기는 어렵지만, 곧 수요가 많은 의약품 순대로 전 성분이 표시된 제품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식약처는 그간 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의약품의 표시기재 사항에 대한 표준서식이 마련돼 있지 않아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때문에 의약품의 전 성분을 표시하기 위한 ‘표준 도안’도 만들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제시한 의약품 전 성분 표시제 표준 도안<사진=식약처>

도안을 보면 정보표시면은 원칙적으로 배경은 흰색, 글자는 검은색으로 기재하고 표제는 14포인트, 제목은 8포인트, 내용은 7포인트로 작성한다. 제목과 내용 사이는 0.5포인트의 얇은 선으로 구분해 표시토록 했다. 아울러 전 성분 표시는 의약품에 함유된 유효성분, 첨가제 순서로 구분해 기재하며 첨가제 중 소비자의 관심이 높은 보존제, 타르색소, 동물유래성분을 표시한 다음 그 외 첨가제를 한글 오름차순으로 표시한다.

또한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첨부문서의 경우 글자크기는 9포인트 이상이 권장되며 외부 용기·포장 면적이 정보표시면보다 넓은 경우 글자 크기를 더 크게 표시하는 것을 제시했다.

이렇듯 다소 차이가 있던 의약품의 정보 표시와 관련, 표준 도안을 만듦으로써 소비자의 가독성이 향상될 것이라는 평가다. 또한 제약사에게는 의약품 표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 제도의 운영상 나타난 미비점을 개선·보완하는 데 의의가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의약품의 모든 성분을 기재하게 되면서 소비자의 ‘알권리’를 충족할 수 있게 된 것. 업계 관계자는 “생리대 파동과 맞물려 의약품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며 이 같은 제도가 마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기존의 성분 표시에서 더 나아가 의약품에 함유된 모든 성분을 기재함으로써 각종 불안요소를 해소하는 데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반면, 제도의 효용성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한다. 소비자가 직접 성분정보를 찾아보지 않는 이상 단순히 모든 성분을 표기하는 것만으로 어떤 의미가 있냐는 것. 성분정보를 잘 보지 않는 소비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성분 표시보다는 그 과정에서 위해성분을 차단하는 것이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더 중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아울러 한 제약사 관계자는 의약품 전 성분 표시제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제약사 입장에선 당장으로선 제조비용이 추가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고, 시행일 이전 의약품 중 판매가 안 된 재고는 내년에 폐기해야 하기 때문에 그 부분과 관련해 고민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번 의약품 전 성분 표시제는 이달 3일을 기준으로 이후부터 제조·수입되는 의약품을 대상으로 하지만, 시행일 이전에 제조·수입된 의약품에는 1년의 유예기간을 더 줘 내년 12월3일부터 전 성분 표시가 의무화된다. 시행일 이전에 생산된 물량 중 전체 성분을 표시하지 않은 의약품은 내년 12월부터는 판매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도 “모든 성분을 표시해야 한다는 것인데, 의약품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성분임에도 소비자가 이를 확인한 후 자체적으로 위해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해당 의약품에 대한 이미지나 소비에 지장을 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첨가제를 모두 표시하면 의약품의 제조기밀이 유출될 수 있을 거란 우려도 전했다.

이런 가운데 제약업계에서는 지난해 12월 약사법 개정 후 관련법 준수를 위한 사전 준비를 해왔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도 시행일 이전에 생산된 물량과 관련, 재고관리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회원사들에게 당부했다.

협회 측은 지난 1일 “알권리 보장 및 건강권 강화를 위한 도입 취지를 살려 의약품 전 성분 표시제가 원활히 정착될 수 있도록 회원사에서는 표시기재 준비 및 재고관리 등 법 준수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해 달라”고 공지했다.

한편, 약사법 개정안 및 의약품 전 성분 표시제에 관한 세부 규정은 식약처 또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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